뷰티 화보

원지 “더 이상의 ‘인생 샷’은 없다고 확신했어요”

2024.04.22

원지 “더 이상의 ‘인생 샷’은 없다고 확신했어요”

긍정적이고 편안한 에너지, 느긋한 여유와 성실한 추진력, 누구보다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는 여행 크리에이터 ‘원지’와 ‘라네즈’의 만남.

울 개버딘 턱시도 재킷은 골든구스(Golden Goose), 스트라이프 셔츠는 렉토(Recto).

뷰티 브랜드에서 발탁하는 새 얼굴은 늘 흥미롭다. 뜨거운 팬덤과 트렌디한 이미지를 거머쥔 시대의 톱 아이돌, 비주얼과 연기력이 물오른 배우, 감각적인 매력의 모델, 또는 브랜드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신념을 지닌 의외의 인물이다. 기본에 충실한 스킨케어와 한층 간결해진 패키지 디자인으로 국내부터 해외까지 굳건한 인지도를 지닌 라네즈의 새로운 앰배서더는 마지막 요소에 해당된다. 뜻밖이면서 기발하고, 신선한 협업의 주인공은 8년간 여행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며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비롯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는 여행 크리에이터 이원지다.

수없이 쏟아지는 여행 콘텐츠 가운데 원지가 돋보이는 이유는 단연 매력적인 캐릭터다. 첫 여행지였던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까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오롯이 ‘셀프’로 촬영하고 편집한 ‘브이로그’는 주로 혼자, 때때로 현지 사람들과 소탈하게 어울리는 모습을 담아낸다.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지만 이상하게 빠져든다.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진취적이고, 목공과 창업 등 계획적이기보단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한다. 낯을 가리지만 카메라 앞에 혼자 있을 때 그 누구보다 대화를 잘 이어나가고, 즐거움을 느끼는 포인트가 소소하며, ‘자칭 뷰티 & 패션 유튜버’로서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다. 귀에 쏙쏙 박히는 특유의 찰진 말투로 ‘기분 째지네’ ‘맛있는 고~’ ‘맞아 아니야!’ ‘대00 시대’ 등 마니아들은 들으면 바로 알아채는 유행어도 다양하다. 기분 나쁜 일을 겪어도 곧 회복하고, 한 템포 쉬거나 마음대로 살아도 좋은 순간이 온다는 것을 보여주며 물 흐르듯 일상을 보내는 모습에서 어쩐지 위로가 된다.

‘Lazy, but not dry!’ 원지와 손잡은 라네즈 ‘크림 스킨 세라펩타이드™ 리파이너’의 새로운 지향점이다. 그녀의 자취방 벽에도 붙어 있는 표어 ‘Lazy, but not stupid’를 차용한 슬로건은 원지와 피부 수분을 책임지는 ‘크림 스킨’이 공유하는 신조이기도 하다. 크림을 토너에 녹여 만든 제형은 피부 관리에 서툰 누군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간편하고, 크림의 보습력과 토너의 흡수력을 겸비해 효율적으로 기능한다. 요즘 유행하는 준말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과 같은 맥락으로, 과도한 스킨케어 단계는 생략하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일념으로 라네즈와 만난 원지. 그녀의 색다른 모습을 포착해낸 촬영장에서 이번 협업과 남다른 인생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니트 집업 카디건은 구찌(Gucci), 반지는 루슈어(Rushuo).

첫 매거진 촬영입니다.

앞으로 살면서 더 이상의 ‘인생 샷’은 나올 수 없다고 확신했어요. 광고 촬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보그> 5월호가 발행되는 대로 전용 ‘책 보관함’을 직접 만들어볼 겁니다. 가보로 유지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를 세세하게 조절하려고요. 그때까지 완성되지 않는다면 와인 창고에 넣어두기라도 해야죠.

가장 맘에 든 룩은?

‘2 대 8’ 가르마로 매니시하게 넘긴 헤어스타일이요. 깔끔하게 실핀으로 고정하는 법도 엿봤죠. 자칭 ‘뷰티 유튜버’로 콘텐츠가 이렇게 또 하나 생성되는군요. <보그>가 제 습관을 잘못 들인 결정적인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촬영일까지 2kg을 감량하겠다고 선언했죠. 결과는 어떤가요?

2kg까지는···(웃음) 하지만 염분 섭취를 철저하게 줄였어요. 광고 촬영 직전에 하는 여배우들만의 루틴 같은 것이 있더군요. 최대한 물을 많이 마시고, 아침부터 근력 운동으로 땀을 내고, 샤워를 오랫동안 하고, 괄사로 마사지하는 등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어요.

괄사의 효과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틀 했습니다. 그래도 부기가 조금 빠진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대구로 ‘먹방’ 프로그램 촬영을 다녀왔거든요. 매운 갈비찜, 칼국수, 온갖 간식 먹은 것을 고려하면 훌륭한 결과죠.

라네즈와의 프로젝트는 획기적인 협업입니다. 편안하고,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피부 관리를 해주는 ‘크림 스킨’의 장점은 당신의 삶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죠.

원지라는 사람을 ‘화장품화’한다면 바로 이 제품이 아닐까요? 앞서 언급했지만 제가 괄사 도구를 밥 먹듯이 자주 쇼핑하거든요. 이번만큼은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으로 충동구매를 하지만 정확히 제품이 택배로 도착한 다음 날부터 손길이 뚝 끊깁니다. 목욕 후에 무언가를 바르고 마사지하는 시간이 너무 귀찮게 느껴져요.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크림 스킨’은 더없이 적격이라고 느꼈어요. 이 제품을 바르고 나선 딱히 도구는 활용하지 않아요. ‘다 필요 읎(없)어요!’

한 달간 직접 사용해보고 협업을 결정했다고요.

라네즈 측에서 먼저 사용해본 다음 의견을 말해달라고 한 것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어 보였죠. 겨울철부터 사용해왔는데 수분 부족 지성형인 제 피부에 들어맞는 제품이었어요. 세안 직후 바르면 속 땅김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요즘 같은 계절은 유분이 많이 올라오는데, ‘크림 스킨’만 화장 솜에 듬뿍 묻혀서 얼굴에 붙이고 잠들어요. 다음 날 아침이면 피부가 한층 유연하고 속까지 촉촉한 느낌이에요.

크림 스킨’을 사용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샤워 직후 가장 첫 단계로 사용합니다. 게으른 성향 탓에 보디 로션을 바르지 않는데(하지만 구매해둔 신제품은 세 가지나 있다), ‘크림 스킨’은 미스트로 분사할 수 있어 보디 로션 대용으로 온몸에 바르곤 해요. 보디 로션을 바르고 나면 모발이나 옷이 몸에 달라붙는데, 얼굴에 사용하는 스킨임에도 불구하고 번들거리지 않고 산뜻하게 흡수되죠. 그야말로 아낌없이 ‘팍팍’ 활용할 수 있어요. 최근에는 체감온도가 42도인 탄자니아를 다녀왔는데, 더운 날씨에 이것 하나만 바르기에도 좋아요.

인도, 멕시코, 뉴욕, 일본 등 현지 헤어 숍을 방문하는 ‘메이크오버’ 콘텐츠도 유명하죠. 원래 뷰티에 관심이 많았나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자칭 뷰티 & 패션 유튜버’이기에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고요. 두 번째 이유는 고루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보통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인물들은 거의 남성이잖아요. 낯선 곳을 여행하다 우연히 만난 현지인의 집에 가서 자고, 문화를 즐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요. 아무래도 성별에서 오는 차이가 어쩔 수 없이 있기 마련이에요. 여성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니 재미있는 ‘뷰티’에 초점을 맞추게 됐죠.

변신 이후 어떤 기분이 드나요?

미의 기준이 이토록 다양하다는 걸 새삼 느껴요. 입술을 갈색으로 칠하고, 많은 사람이 콤플렉스로 여기는 사각턱을 유독 강조할 때도 있고요. 완성도는 뉴욕에서 연출한 ‘카디 비 따라잡기’ 메이크업이 가장 높았어요. 하지만 속눈썹 하나에 60달러, 작은 디테일에 또 60달러가 추가되는 등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수 있다는 점 유념하시길.

라네즈 ‘크림 스킨 세라펩타이드™ 리파이너’는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세라마이드와 탄력이 증진되는 펩타이드 성분이 결합된 토너로, 피부 타입에 상관없이 피부 속까지 수분을 촘촘히 채운다. 캐시미어 니트 폴로 셔츠는 미우미우(Miu Miu).

환경 변화가 많은 직업이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지난해쯤 체력이 심각하게 떨어진 적 있어요. 잦은 시차 변화와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호르몬 체계가 무너지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퍼스널 트레이닝이에요. 주 5일 이상 6개월 정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살은 하나도 빠지지 않았고요. 하지만 주변에서 얼굴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스스로 체력이 좋아진 것을 체감해요. 운동한 후에 15분 내로 완성할 수 있는 요리를 직접 해 먹어요. 10분 넘기면 안 합니다. 역시 잘 먹고 운동하고, 잘 자는 것만큼 탁월한 건강 유지 비법이 없죠.

이제 어엿한 ‘뷰티 앰배서더’로서, 파우치나 화장대 위 아이템에 변화가 생겼다면?

딱히 없습니다. 메이크업은 즐기지 않아요. 피부가 좋으면 굳이 화장으로 덮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크림 스킨’을 통해 구독자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인생은 날로 먹을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것이 제 신조예요. 곧 ‘피부 관리도 날로 먹을 수 있다’로 귀결됩니다. ‘크림 스킨’은 활용도나 보습력에 비해 가성비도 높죠. 이 제품 하나면 피부 수분을 채우는 일은 거뜬할 거예요. 자신 있게 소개했을 때 ‘욕먹지 않을 만한 것’만 광고합니다. 꽤 까다롭게 브랜드를 선택해요. 그래서 광고를 많이 못하고 있나 생각도 들지만 절대 ‘아무거나’ 하고 싶지는 않아요.

특유의 취향이 확고하죠. 아이템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해요.

초라하고 지저분한 건 싫어해요. 트레이닝복, 안경, 모자 등 제가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은 편안하되 질이 좋고 제값을 하는 것에 집착하죠.

악플이 없기로도 유명하죠.

피해를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크게 남을 배려하는 건 아닌데 구태여 불쾌감을 느끼게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게으른 듯하지만 부지런하고, 염세적이지만 하고 싶은 것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입체적인 면모가 매력 포인트예요.

스스로를 열심히 고찰해본 적이 있어요. 타고나길 게으른데, 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울증이 오더군요. 무엇이든 일을 벌여야 제대로 사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조금 ‘나대야’ 되는 성격인가 봐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도 그것이죠. 회사에 얽매여 있을 땐 은행을 못 가는 등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는 점에서 고뇌에 빠졌어요. 그래서 돈은 적게 벌더라도 혼자 하고 싶은 걸 열정적으로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최근 빠져 있는 분야가 있다면?

우선 두 번 떨어진 전적이 있는 이모티콘 론칭에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아이템으로 ‘불교 굿즈’에 한창 빠져 있기도 하죠. 절간에 들어섰을 때의 평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향수, 불상 등. 화가 많아서 그것들을 보며 마음을 달래는 것이 일상이에요. (VK)

포토그래퍼
윤송이
헤어
최은영
메이크업
김신영
스타일리스트
김민
네일
임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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