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서 벗어나고픈 날, 명쾌한 해답이 되어줄 아이템
옷 입기에도 휴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입을 옷을 골라내는 일, 분명 즐거운 고민이지만 가끔은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음미할 시간조차 없이 새롭게 뜨고 지는 트렌드와 눈 닿는 곳마다 현란한 이미지로 가득한 요즘 같은 시기엔 그런 날이 더 자주 찾아오죠. 비워내기에 돌입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고 되는대로 막 입을 순 없습니다. 최소한의 품위는 갖추고 싶죠. 우선 컬러와 장식부터 덜어내봤습니다. 상의와 하의도 한 벌로 합쳤고요. 화이트 셔츠 드레스입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 쇼 때문일까요? 셔츠 드레스 하면 남자 친구의 옷을 빌려 입은 듯한 관능적인 미니 드레스부터 떠오르지만 사실 시작은 워크 웨어였습니다.
20세기 초, 사회에 나온 여성들은 혼자서도 입고 벗을 수 있는 옷이 필요했습니다. 코르셋을 비롯한 이전에 입던 옷 대부분은 단추나 끈이 모두 뒤에 달려 있었거든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입기 힘들었죠. 그렇게 남성복 셔츠에서 착안한, 단추가 전면에 달린 셔츠 드레스가 탄생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간호사와 웨이트리스 같은 노동자의 유니폼으로 자리 잡았지요. 이후 여타 아이템과 다를 바 없이 변주를 거듭하며 어엿한 패션 아이템으로 거듭났지만요. 그 시작엔 실용성과 독립성이 있었던 겁니다.
때맞춰 프라다의 2023 F/W 컬렉션이 이 유니폼을 돌아봤습니다. 간호복을 연상케 하는 새하얀 컬러,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롱 라인의 셔츠 드레스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정화하는 듯했죠.
2024 S/S 런웨이에서 화이트 셔츠 드레스를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눈은 한결 편안해졌죠. 많은 디자이너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화이트 셔츠 드레스를 해석했는데요. 하우스 불문 모든 피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순함’이었습니다. 뒤이어 미우치아 프라다는 미우미우 2024 F/W 컬렉션에도 반듯한 화이트 셔츠 드레스를 기어코 올렸고요.
단장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뒤엉킬 때마다 가뿐한 해결책이 되어줄 화이트 셔츠 드레스를 준비했습니다. 언제 꺼내 입어도 클래식한 디자인만 골랐죠. 단추를 하나씩 채울 때마다 꼿꼿해질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더 로우이즈미 오버사이즈 코튼 포플린 셔츠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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