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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1958’, 레트로 형사물의 아늑한 매력

2024.04.24

‘수사반장 1958’, 레트로 형사물의 아늑한 매력

패션이나 드라마나, 더 이상 신선한 게 없을 땐 역시 레트로가 답일까? 4월 19일 방송을 시작한 <수사반장 1958>은 느긋하고 호방한 분위기가 매력인 형사물이다. 1971년부터 18년간 방영된 추억의 TV 시리즈 <수사반장> 프리퀄이다. 초반 2회를 보면 정통 수사물보다는 액션 활극으로서의 매력이 강하다.

MBC ‘수사반장 1958’ 스틸 컷

젊은 형사 박영한(이제훈)은 황천시 소도둑 검거 성적 1위를 기록하고 서울 종남서로 이전한다. 서울 근무 첫날, 박영환은 상인들을 괴롭힌 동대문파 조직원을 잡으려고 식당에 뱀을 풀었다가 장안의 유명 인사가 된다. 그렇게까지 해서 범인을 검거했건만 동료들은 오히려 난처해한다. 알고 보니 종남서 경찰들은 동대문파 두목 이정재(김영성)에게 뇌물을 받고 뒤를 봐주는 상황이다. 반장 유대천(최덕문)은 이 상황을 타개해보려고 박영한을 불러들인 듯하다. 왜 혼자 그러고 사느냐는 영한의 물음에 반장은 말한다. “나 같은 놈 하나쯤 있어도 되잖아?” 그건 곧 ‘이런 불의로 가득한 세상에 나 같은 정의로운 형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뜻이다. 그렇게 외떨어져 지내던 정의의 용사들이 하나둘 팀에 모인다. 성깔 더럽고 겁 없는 형사 김상순(이동휘), 무식하지만 힘이 장사인 조경환(최우성), 몸 쓰는 일에는 덤벙대지만 임기응변에 능한 서호정(윤현수)이다.

MBC ‘수사반장 1958’ 스틸 컷
MBC ‘수사반장 1958’ 스틸 컷

<수사반장 1958>의 첫 번째 매력은 시대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 국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서민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피아 톤으로 그려낸 난개발 전 서울의 풍경에는 진한 향수가 배어 있다. 여기선 소도둑, 상인들한테 자릿세를 뜯는 폭력배, 소소한 부패를 저지르는 경찰, 시내에서 난동 부리는 미군 따위가 당연한 일상처럼 받아들여진다. 대도시에 모여 사는 현대 한국인은 쉽게 체감할 수 없는 문제다. 그 때문에 극 중 인물들의 투닥거림을 먼 거리에서 웃으며 감상할 수 있다. 선악은 선명하고 범죄는 단순하며 형사들 개인의 의지, 물리력, 기지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많다. 항상 능청스러운 박영한에게 한국전쟁 학도병 시절 트라우마가 있다는 암시가 초반부터 제시되었고, 훗날 정치 깡패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실존 인물 이정재가 자주 언급되니 작품이 전개되면서 이야기가 더 심각해지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 배경 K-장르물의 진부함, 드라마에서 응징하고 또 해도 현실에선 사라지지 않는 악당들이 자아내는 무력감과는 거리가 있다. 초반은 심지어 ‘그땐 그랬지’라는 안심, 그 험한 시대를 통과해 이 정도나마 나라 꼴을 갖췄다는 자부심마저 든다. ‘콘텐츠조차 헬조선을 그리기 바쁜 세상에 이런 드라마 하나쯤 있어도 되잖아’라고 말하는 듯하다.

왼쪽부터 서호정(윤현수), 김상순(이동휘), 박영한(이제훈), 조경환(최우성), MBC ‘수사반장 1958’ 스틸 컷

<수사반장 1958>의 또 다른 매력은 잘 만든 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이제훈은 최불암의 시그니처인 웃음소리를 자주 따라 한다. 중·장년 시청자들이 좋아할 대목이다. 그의 캐릭터 박영한이 악당들을 뱀으로 위협하거나 재래식 변기에 처박는 모습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인물의 호방함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원작 <수사반장>에서 배우의 실명을 캐릭터 이름으로 사용한 김상순, 조경환에게도 재미있는 전사가 부여되었다. 한결 무게감을 더한 얼굴로 등장한 이동휘는 심드렁한 듯하지만 예리하고 껄렁해 보이지만 깍듯한 캐릭터로 작품에 탄력을 주고 있다. 박영한이 동대문파에게 뱀을 푼 일로 그를 존경하게 되어 경찰 특채에 지원한 조경환은 극 중 주요 인물 4인방이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에 빗대어지는 이유를 가장 잘 드러낸다. 힘세고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장비 같은 캐릭터다.

초반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서호정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대목이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미군 심문에 차출된 그는 또박또박한 한국 본토 발음으로 그럭저럭 통역을 해내지만 다이너마이트 테러를 막지 못한다. 서호정은 이 일로 종남서 기대주에서 선배들 구두닦이로 전락한다. 하지만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박영한이 또 한 번 미군 범죄를 막을 기회를 주자 이번에는 기지로 사건을 해결한다. 캐릭터에 호감을 심어주면서 1950년대 시대상도 잘 보여주고, 소소한 극적 재미도 주는 소동극이다. 매회 이 정도의 리듬을 유지한다면 <수사반장 1958>은 K-고전 콘텐츠를 다시 연구하게 만드는 성공적인 프리퀄로 남을 것이다. <수사반장 1958>은 매주 금·토요일 밤 9시 50분 MBC에서 방송되며 디즈니+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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