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시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
올여름을 어떤 기억으로 시작하면 좋을까? 마침 세비야에서 애스턴마틴 신형 밴티지와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질주로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서킷부터 올리브나무가 늘어선 우엘바 프로방스에서의 드라이브까지, 여름의 시작은 그렇게 꿰었다.
WELCOME ON BOARD
삶에서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사치다. 기회는 무한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3년의 준비 과정 끝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의 신형 밴티지(Vantage)를 마침내 세비야에서 마주하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세비야 근교의 시르쿠이토 몬테블랑코 서킷으로 향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신형 밴티지는 애스턴마틴의 유서 깊은 레이싱 DNA를 고스란히 담아낸 하드코어 스포츠카로 서킷 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브랜드에서 SUV에 집중하며 부드러운 승차감과 넓은 적재 공간을 앞세우고 있지만(2022년 출시된 애스턴마틴 DBX707 역시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차다), 좋은 차는 결국 운전자에게 집중하는 법이다. 애스턴마틴 CEO 아메데오 펠리사(Amedeo Felisa)는 다양한 개성과 취향이 몰아치는 시대에 브랜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다시금 애스턴마틴의 본질을 살폈고 ‘고성능’이라는 키워드를 부활시켰다. 새로운 밴티지는 2012년 탄생한 후 GT 레이싱에서 수많은 우승 기록을 세운 밴티지를 리뉴얼한 모델이다(2023 F1 시즌 개막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뉴 밴티지 역시 2025년 르망 24시 레이스 우승을 목표로 2024년 내내 활발하게 레이싱에 참가할 계획이다). 압도적인 퍼포먼스, 날카로운 핸들링, 미세한 섀시와 파워 트레인 튜닝으로 스릴과 몰입감을 높인 뉴 밴티지는 펠리사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진정한 드라이버를 위한 설계’였다. 과연 어느 정도일까? 코스모스 오렌지, 코스모폴리탄 옐로, 아이온 블루, 포디움 그린 등 총천연색의 신형 밴티지가 시르쿠이토 몬테블랑코 서킷에 줄지어 선 압도적인 광경 속에서 나는 포디움 그린 컬러 밴티지에 몸을 실었다. 편안하고 견고한 시트에 몸이 꼭 맞도록 드라이빙 포지션을 조절한 후 출발 신호음에 온 신경을 집중하자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뉴 밴티지는 정지 상태에서 60mph까지 3.4초 만에 주파하는 폭발력으로 순식간에 서킷 위로 튀어 올랐다. 서킷 주행이 능숙하지 않았으나 민감도 높은 핸들링이 뒤늦은 판단에도 차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견인했고, 차가 좌우로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것을 막아주는 차세대 ESP가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E-diff)과 조화롭게 움직이며 차체를 든든하게 받쳐줬다. 수준급 운전 실력을 갖춘 애스턴마틴 엔지니어의 조언에 따라 직선 주행 구간에서는 기어를 5로 설정해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제어하며 안정적인 속도감을 만끽했고, 헤어핀 구간에서는 정교한 스티어링 반응과 향상된 프런트엔드 그립을 돕는 미쉐린 PS5(Pilot Sport 5) 타이어의 힘을 든든히 받았다. 그렇게 총알처럼 날렵한 외관을 자랑하는 신형 밴티지는 2분 만에 12개 코너를 포함한 직선거리 1km, 총길이 3,357m의 서킷을 돌파했다. 나를 포함해 새로운 밴티지의 놀라운 주행 능력을 제대로 경험한 글로벌 에디터들은 순간 최고 속도 250km/h를 돌파했는지 여부를 놓고 장난스러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는 뉴 밴티지의 폭발적인 성능에 감탄하며 ‘어나더 랩’을 요청했다. 음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애스턴마틴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케빈 워터스(Kevin Watters)가 영국식 바나나 브레드를 베어 물며 미소 지었다. “저런 이야기야말로 제가 애스턴마틴에서 일하며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죠.”
DRIVER’S LUNCH
가장 높은 하늘 위로 해가 떠오르자 시작된 점심 식사. 새콤달콤한 가스파초로 시작해 하몽 타파스와 티본 스테이크, 이탈리아산 리큐어 디사론노를 흩뿌려 달짝지근하게 구운 모둠 과일까지 배불리 먹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한결 나른해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뉴 밴티지와 함께 세비야 근교의 우엘바 프로방스를 탐험하는 다소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여정은 안달루시아 지방의 자연경관을 누비며 신형 밴티지의 다양한 주행 능력과 승차감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도록 세심하게 짠 코스였다. 기온이 조금 올라서일까, 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아이온 블루 컬러를 골랐다. 서킷을 벗어나 ‘붉은 강’으로 알려진 리오틴토강을 거슬러 한참 북쪽의 칼라냐스로 향하는 길에 펼쳐진 광활한 도로 구간에서는 다섯 가지 구동 모드(습식,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트랙, 개인)를 번갈아가며 밴티지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테스트했다. 보드랍고 향기로운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시트의 감각이 친근해지자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어시스트 레벨을 높인 다음 우엘바의 풍경에 젖어들었다. 널찍한 콕핏으로 보이는 선명한 풍경이 여행의 몰입감을 높였다. 낯선 땅이었지만 차선과 교통 오버레이(파손된 도로 위를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어 보수하는 것) 정보를 정교하게 안내하는 애스턴마틴의 3D 매핑 기술 덕분에 걱정은 더 줄었다. 안정적인 주행이 이어지자 애스턴마틴이 엄선해 구성한 플레이리스트도 귀에 박히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Acquiesce’부터 DJ 팻보이 슬림과 싱어송라이터 그리프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리듬감 넘치는 음악이 주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고급 하드웨어를 활용해 개발한 390w 11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나 ‘듣는 귀’가 남다른 사람이라면 바워스앤윌킨스와 함께 개발한 헤일로 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 장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렇게 밴티지가 제공하는 다양한 감각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주행은 살라메아 라 레알을 거쳐 반환점을 돌고 있었다. 이후 접어든 HU-4103 국도는 예상치 못한 주행의 하이라이트였다. 40분 동안 계속된 구불구불한 비스타 포인트에서 뉴 밴티지의 날렵한 코너링에 초월적으로 집중한 결과 운전 실력이 월등히 향상된 기분도 들었다. 비로소 본진인 시르쿠이토 몬테블랑코 서킷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4시. 어느덧 해피 아워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SPANISH FEAST
서킷과 도로 주행을 모두 마친 전 세계 에디터들은 새로운 밴티지와 한결 친근해진 기분으로 마지막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하나둘 노부 호텔 세비야(Nobu Hotel Sevilla)의 루프톱으로 모여들었다. 예상치 못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느긋하게 감상하게 된 세비야의 스카이라인을 무대로 우리는 각자의 시승기를 격의 없이 나누며 가까워졌다. 의견은 다양했지만 새로운 밴티지는 폭발적인 퍼포먼스와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의 공평한 밸런스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뉴 밴티지는 5월을 기점으로 첫 번째 고객에게 인도된다. 앞으로 더 많은 드라이버가 우리의 의견에 공감할 것이었다. 때마침 표면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하몽 플레이트가 서빙됐고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됐다. 그때 나타난 또 한 명의 특별한 초대 손님. 바로 와인 전문가이자 탁월한 화술의 소유자 올리 스미스(Olly Smith)였다. 애스턴마틴의 오랜 ‘프렌즈’인 그는 브랜드의 비공식 홍보대사로도 맹활약 중이었다. 실키한 텍스처가 매력적인 2022년산 벨론드라데 이 루르톤(Belondrade y Lurton)부터 로제 와인과 레드 와인, 스위트 와인과 노부 호텔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애스턴마틴의 시그니처 칵테일까지, 그가 메뉴에 맞춰 까다롭게 선별한 드링크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었다. 그러다 문득 스미스가 우리에게 차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제껏 자동차는 내게 흥미로운 취재 대상일 뿐이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겁게 경청했다. 이윽고 군중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을 때 나는 특정 차 브랜드를 애정하는 전 세계 오너들과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드림 카는 무엇인지 가늠하는 일이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애스턴마틴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삶의 불예측성을 즐기는 대범한 심장을 지녔음에도 꼭 필요한 순간에는 절제할 줄 아는 미덕을 갖추고 있었다. 애스턴마틴 DB7 밴티지의 오너인 스미스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맞장구쳤다. “저 역시 와인을 정말 사랑하지만 주말이나 출장 중일 때를 제외하면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답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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