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 밀러가 헐렁한 청바지에 매치한 발가락 신발
‘잘못된 신발’은 아닙니다. 특이할 뿐이죠.
제77회 칸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패션으로 가득합니다. 가장 도드라진 특징은 우아한 드레스와 각 잡힌 턱시도보다 청바지가 더 자주 눈에 띄었다는 거죠. 데님 드레스와 스커트도 심심찮게 등장했고요.
지난 19일 시에나 밀러도 이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영화 <호라이즌: 언 아메리칸 사가(Horizon: An American Saga)>로 레드 카펫을 밟은 그녀는 짙은 톤의 헐렁한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죠.
워크 웨어가 떠오르는 패치, 선명한 스티치와 빳빳한 텍스처까지, 칸영화제 특유의 엄격함과는 거리가 먼 청바지였습니다. 밀러가 선택한 건 스키아파렐리 2024 S/S 컬렉션의 15번 룩이었는데요. 나머지 스타일링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언더웨어는 명치까지 올려 입었고, 금빛 디테일로 가득한 트위드 재킷 안에는 톱도 받쳐 입지 않았죠.
하지만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은 건 발끝이었습니다. 청바지 밑단 아래 샛노란 발가락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죠. 스키아파렐리의 골드 토 뮬이었습니다. ‘어글리 슈즈’라는 표현이 적확하진 않지만 청바지 룩에 확실한 포인트가 될 신발이라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칸영화제는 엄격한 드레스 코드로 유명합니다. 칸의 공식 웹사이트에는 “(신발의 경우) 굽이 있든 없든 우아한 신발이 필요합니다. 운동화는 금지입니다”라고 쓰여 있죠. 2015년 플랫 슈즈를 신은 여성들의 입장을 금지한 이후 칸에 참석한 몇몇 배우는 맨발로 레드 카펫을 걸으며 이 문제를 보란 듯이 꼬집기도 했고요.
시에나 밀러의 선택이 이슈와 관련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와 비슷한 선택을 했던 인물이 떠오르긴 하더군요. 제76회 칸영화제에 참석했던 이자벨 위페르요. 당시 그녀는 발가락 모양을 형상화한 발렌시아가의 아나토믹 힐로 재치를 드러냈죠.
칸영화제의 오래된 관습은 서서히 허물어지는 중입니다. 시에나 밀러를 비롯해 올해도 어김없이 칸의 가이드에서 벗어난 신발이 영화제에 발을 들였죠. 그레타 거윅은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를, 릴리 글래드스톤은 뾰족한 스틸레토 힐 대신 구찌의 플랫폼 슈즈를 신고 나타났습니다. 제인 폰다는 납작한 발레 플랫을 신고 레드 카펫을 가로질렀고요.
이 ‘독특한 신발 열전’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우리는 이제 셀럽들의 패션만큼 발끝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겠지요. 이렇게 매해 칸영화제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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