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칸영화제의 반가운 변화
5월을 뜨겁게 달궜던 제77회 칸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칸영화제는 이변의 연속이었습니다. 많은 여성 영화인이 빛을 발해 진한 감동을 안겼죠. 여우 주연상은 4명이 공동 수상했으며, 칸영화제 사상 최초로 성전환 여배우도 수상자에 포함됐습니다.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부터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까지, 뜨거웠던 올해 칸의 마지막 분위기를 함께 느껴봅시다.
먼저 올해 칸 본선 경쟁 부문에는 쟁쟁한 작품 22편이 올랐는데요.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작품은 바로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Anora)>입니다.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콜걸 아노라가 러시아 백만장자의 아들 이반을 만나 결혼하지만, 시부모가 뒤늦게 아들의 충동적인 결혼을 알게 되면서 신데렐라 이야기는 결국 악몽으로 변합니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그레타 거윅은 “<아노라>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웃게 했다가 어느새 무너뜨렸다”고 소개했습니다.
<아노라>는 미국 영화인데요. 칸에서 미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2011년 <트리 오브 라이프> 이후 13년 만이죠. 션 베이커 감독은 2017년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칸에 처음 초청받았고, 2021년에는 <레드 로켓>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 다룬 그는 이번 영화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죠. 그는 수상대에 올라 “30년간 꿈꿔왔던 상을 마침내 받았다”며 “이 상을 과거, 현재, 미래의 성 노동자들에게 바친다”고 말했습니다.
심사위원대상은 인도의 30대 여성 감독 파얄 카파디아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에 돌아갔습니다. 신분과 계급이 다른 여성 간호사 3명이 여행을 떠나며 겪은 애정과 상실의 파동을 다룬 작품인데요. 카파디아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인 여성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으로 성전환을 꿈꾸는 멕시코 카르텔 보스가 주인공인 작품 <에밀리아 페레스(Emilia Perez)>는 3등 심사위원상과 여우 주연상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여우 주연상은 작품에 출연한 여배우 아드리아나 파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셀레나 고메즈, 조 샐다나가 공동 수상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죠.
성전환 여배우인 가스콘은 수상 인터뷰에서 “세상에는 성전환 여성의 존재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상을 모든 성전환 여성에게 바친다”고 말했습니다. 심사위원장 거윅은 “그들은 4명 각자일 때도 빛났지만, 모두 함께할 때 더욱 탁월했다”고 공동 수상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칸영화제는 그동안 전통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보수적인 영화제로 구분되곤 했는데요. 이례적인 변화를 거듭하면서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죠. 내년 5월 다시 돌아올 칸영화제에서는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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