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상징적인 시계 속 숨겨진 이야기
옐로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주얼리 워치가 각광받으면서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의 상징적인 시계가 주목받고 있다.
1969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뉴욕 까르띠에 매장 앞에 며칠째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은 리처드 버튼이 프랑스 보석상에게 110만 달러(2024년 기준 약 120억의 가치)에 구입한 69.42캐럿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를 구경하기 위해 매장으로 몰려들었다. 버튼은 자신의 일기에 경매에서 그 보석을 쟁취하기 위해 거의 ‘미치광이’처럼 굴었다고 기록했다. 낙찰된 원석은 목걸이에 세팅되었고, 모나코에 있는 테일러에게 전달되기까지 3주가 걸렸는데, 그 과정은 한 편의 범죄 영화 못지않았다. 무장한 보디가드들은 그 목걸이를 서류 가방에 담아 비밀스럽게 운송했으며, 그들 양옆에는 유인책으로 보디가드 두 명이 추가로 배치되었다. 이 테일러 버튼 다이아몬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유한 주얼리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피스로, 비할 데 없는 역사적 가치와 화려함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컬렉션의 대부분은 2011년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판매됐으며 수많은 불가리, 반클리프 아펠 주얼리와 함께 한때 스페인 왕가가 소유했던 50.56캐럿의 16세기 천연 진주 ‘라 페레그리나(La Peregrina)’도 있었다.
테일러의 시계 컬렉션이 주얼리 아카이브의 위용에 가려진 면이 없지 않지만, 불가리 헤리티지 큐레이터 지슬랭 오크르만(Gislain Aucremanne)은 “테일러가 시계와 주얼리를 같은 카테고리, 동일한 것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녀가 소유한 시계에 얽힌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에 버금간다.
테일러는 손목을 감고 올라가는 코일 스트랩의 불가리 ‘세르펜티 시크릿 워치’를 갖고 있었는데, 이 시계는 1962년 로마에서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촬영할 때 그녀의 수중에 들어왔다. 나일강의 여왕은 당시 유부녀였지만 연인 리처드 버튼과 은밀한 만남을 가졌고, 만남의 장소는 로마 콘도티 거리 불가리 매장의 프라이빗 룸이었다. 온갖 주얼리로 가득한 이 룸에는 비밀 출입구가 있었다. 20세기 폭스사는 1,000만 달러 수준으로 늘어난 <클레오파트라>의 제작비(24K 골드로 제작한 의상도 있었다) 때문에 파산 직전이었지만, 오크르만에 따르면 그 시계는 그녀의 남편인 에디 피셔도, 애인인 버튼도 아닌 영화 스튜디오가 배우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2010년 테일러가 다시 로마를 방문했을 때 불가리 회장 파올로 불가리는 그녀에게 또 하나의 세르펜티를 선물했고 이번에는 훨씬 간소하게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테일러가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와 얽힌 독특한 피스도 있다. 버튼과의 연애 스캔들이 있기 전 테일러는 1959년 결혼한 네 번째 남편 피셔에게 까르띠에 탱크 시계를 선물했다. 이 시계에는 ‘태초에 시간의 여정이 시작됐을 때(When time began…)’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까르띠에 워치 컬렉션에서 눈에 띄는 모델은 1920년대 아르데코풍 토노형 다이얼 시계다. 이 워치는 그녀가 소유할 때도 빈티지 피스였으며, 2011년에 크리스티 경매에서 8만500달러에 판매됐다.
“테일러는 까르띠에 시계를 칭찬하는 것만으로 그 시계를 얻어낼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더 까르띠에스(The Cartiers)>의 저자 프란체스카 까르띠에 브리켈(Francesca Cartier Brickell)은 이렇게 말했다. 테일러가 소유했던 골드 까르띠에 시계 컬렉션은 후에 까르띠에에서 사들였으며 블랙 실크 스트랩에 케이스 두께가 매우 얇은 탱크 루이를 포함해 전부 메종의 프라이빗 컬렉션으로 귀속됐다. 그러나 그녀의 컬렉션 중 가장 뛰어난 워치는 다이아몬드 체인이 달린 아르데코 펜던트 시계였다. 록 크리스털로 만든 코끼리가 다이얼을 가리고 있는 이 시계는 테일러가 자신의 컬렉션에서 가장 훌륭한 피스만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책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이 러브 어페어 위드 주얼리(Elizabeth Taylor: My Love Affair with Jewelry)>에도 실렸다.
그 외에 수작업으로 완성한 골드 스트랩 장식의 1960~1970년대 피아제 주얼리 워치 3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중 하나는 1969년 테일러와 버튼이 스위스 크슈타트의 스키 산장에서 휴가를 보낼 때 창립자의 4대손이자 현 명예회장인 이브 피아제가 직접 판매한 것이다.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그는 테일러에게 옐로 골드 커프 위에 제이드 소재의 오벌형 다이얼이 부착된 모델을 판매했다. 피아제의 유산 담당 장 베르나르 포로(Jean-Bernard Forot)가 그날을 생생히 묘사했다. “어느 날 제네바 부티크에 온 전화를 이브가 직접 받았습니다. 테일러의 비서에게 걸려온 전화로, 피아제 씨가 그녀에게 시계 몇 개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죠. 한겨울이었지만 이브는 곧장 차를 몰고 크슈타트로 향했습니다.”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개념이며 세계적인 여배우는 시계를 시간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시간 관리에도 철저했을까? 하우스 오브 테일러(House of Taylor)의 신탁 관리자 팀 멘델슨(Tim Mendelson)은 그녀의 시계 컬렉션이 “반짝이고 빛나는 모든 것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기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간 개념에 대한 질문에는 이견을 제시했다. “엘리자베스는 시간을 중요시했고 일부러 늦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항상 늦게 나타나기로 유명했지만 말이죠.”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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