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면, ‘정욕’
이야기 나누며 걷기 좋은 초여름 밤, 대화의 물꼬를 터줄 영화가 등장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살인의 추억> 제작진이 참여한 <정욕>은 올바른 욕망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23세의 어린 나이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여 최연소 남자 수상 작가 타이틀을 얻은 아사이 료. 그의 50만부 베스트 셀러를 영화화한 <정욕>은 개인의 욕망과 취향, 다양성에 관한 논의를 ‘물 페티시즘’이라는 소재를 통해 성큼 넓힌다. 페티시즘이란 사람이 아닌 물건이나 특정 신체 부위에서 성적 쾌감을 얻는 것을 말한다.
유튜버가 되기 위해 등교를 거부하는 아들이 못마땅한 검사 아버지 히로키(이나가키 고로)는 물 페티시즘의 존재를 부정한다. 한편 물 페티시즘을 가진 나쓰키(아라가키 유이)와 요시미치(이소무라 하야토)는 지구에 유학 온 것같이 적응이 힘들고,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 둘은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공개할 수 없었던 서로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위장 결혼을 해 함께 삶을 꾸려나간다.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세상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정욕’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기분이었을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비로소 스스로 인정하고 세상에 나아가려는 그때, 여러 인물이 얽히며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의 욕망이 버거운 주인공과 무심하거나 무례한 주변 인물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질문이 계속된다. 바른 욕망, 틀린 욕망, 다른 욕망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낯선 소재이긴 하지만 ‘육각형 인간’, ‘월급 500 이하 금지 목록’ 등 인간의 조건과 등급을 규정하는 말을 한 번쯤 클릭해봤다면 영화 속 질문이 나와 전혀 동떨어진 질문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우리 모두 기준에 미달되어본 경험이 있으니까.
영화 <정욕>은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러닝타임 134분 동안 당신을 여러 질문으로 이끌 것이라는 것이다. 5월 29일 개봉한 <정욕>은 지금 바로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글
- 유재경(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해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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