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그린의 뒤를 이을 버릇없는 컬러, 브랫 그린!
자신을 ‘팝 음악계의 천재’라고 부르는 아티스트, 찰리 XCX. 미래지향적인 찰리 XCX의 음악이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그녀가 이달 초에 발매한 앨범 <Brat>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초록빛 배경에 ‘brat(브랫)’이라고 쓰여 있을 뿐인 앨범 커버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거든요.
심플하게만 보이는 앨범 커버지만, 이면에는 흥미로운 비하인드가 숨어 있습니다. 찰리 XCX는 무려 65가지 컬러를 두고 커버의 배경색을 고민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녀의 최종 선택은 라임 그린이었습니다. 어딘가 공격적이며, 트렌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로파이(Lo-Fi)’의 끝을 달리는 이 커버가 찰리 XCX의 마음에 쏙 들었나 봅니다. 신보뿐 아니라 여태껏 발매한 모든 정규 앨범과 믹스테이프 커버를 같은 형식으로 바꿨거든요. 각기 다른 색 배경에 앨범 제목만 소문자로 무심히 적혀 있을 뿐이죠.
심플하면서도 뇌리에 박히는 디자인 덕분인지 <Brat>의 앨범 커버는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팬들은 아예 라임 그린을 ‘브랫 그린’이라 부르고 있죠. 같은 컬러 배경에 각종 문구를 적어 이를 ‘밈’처럼 소비하는 팬들도 있고요. 찰리 XCX는 발 빠르게 ‘브랫 제너레이터(Brat Generator)’라는 웹사이트를 론칭했습니다. 어떤 문구든 적기만 하면 커버와 똑같은 디자인의 이미지가 탄생하죠.
<Brat> 앨범 커버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 말입니다. 그는 데뷔 컬렉션에서부터 라임 그린 컬러 백을 선보였는데요. 2년 정도 지난 뒤, 디지털 런웨이 형식으로 선보인 2021 S/S 컬렉션에선 본격적인 ‘보테가 그린’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뀐 지금도 꾸준히 밝은 그린 컬러의 백을 출시하고 있죠.
다니엘 리가 버버리로 거처를 옮긴 지금, 그린 컬러의 주인은 찰리 XCX입니다. 무엇보다 브랫 그린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묘한 중독성까지 머금고 있죠. 찰리 XCX는 “트렌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흥미롭게도 2025 S/S 남성복 컬렉션에서 브랫 그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프라다 컬렉션에는 초록빛 카디건과 슈즈가 등장했죠. 차분한 아우터에 밝은 라임 컬러 코트를 겹쳐 입은 스타일링 역시 눈에 띄었습니다.
마틴 로즈가 선보인 룩은 ‘Brat’의 사전적 정의인 ‘버릇없는 녀석’과 완벽하게 어울렸습니다. 물이 잔뜩 빠진 데님에 화려한 브랫 그린 컬러의 패턴이 돋보이는 셔츠를 매치해 한없이 반항적인 무드를 자아냈죠.
구찌의 룩 역시 버릇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성용 ‘팬츠리스 룩’을 선보이며, 브랫 그린을 입는 데 규칙이란 없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죠. 올여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딱 두 가지일지도 모릅니다. 밝은 그린 컬러의 아이템과 <Brat>을 재생할 이어폰!
- 사진
- Instagram,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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