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가 사랑하는 후니킴의 한국 요리
뉴욕에서의 두 번째 밤, 한국 음식이 간절했다. 한인타운이 더 가까웠지만, 망설임 없이 ‘한잔’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뉴욕의 한국 레스토랑 최초로 미슐랭 별을 받은 김훈이 셰프를 만났다.
VOGUE(이하 V) 의학도였다가 요리를 하게 됐는데, 대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요리를 할 건가요?
김훈이(이하 김) 대학교 때로 갈 수 있다면 요리를 더 일찍 시작해보고 싶어요.
V 의대생 시절 배운 것들이 지금의 ‘김훈이’ 요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실제로 메뉴에 어떻게 적용이 되나요?
김 의학은 잘 모르겠지만 과학은 분명 도움이 되죠. 요리에 있어 불은 매우 중요하거든요. 높은, 혹은 낮은 열이 음식의 질감이나 맛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 ‘요리의 화학’이에요.
V 누구나 그렇듯 ‘엄마의 손맛’이 제일 맛있는 요리죠. 좋아하는 엄마의 18번 요리가 궁금해요.
김 저희 엄마는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훌륭한 요리사는 아니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 음식은 한국식당에서 밥과 함께 싸온 남은 반찬들을 달걀과 섞어 만든 비빔밥이에요. 요리를 잘 하지 않으셨기에 외식을 할 기회가 많았고, 그렇게 다양한 요리를 접할 수 있었죠.
V ‘한잔’이나 ‘단지’는 분위기나 가격 면에서 굉장히 편안하게 술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어요. 다양한 외식을 하면서 느낀 점들이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김 한식은 철학적으로 보자면 재료가 전부죠.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음식점은 아주 질 낮은 싸구려 재료들을 사용하면서 맛을 내기 위해 MSG를 더하는 걸로 유명해요. ‘단지’를 오픈할 때부터 저는 한식도 좋은 재료로 만든다면 충분히 일식당이나 프랑스식당과 견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V ‘한잔’의 후라이드 치킨을 한 입 베어 물고는 생각했죠. 먹을 수 있는 요리는 다 주문해봐야겠다고요. 갓 구운 바게트만큼 바삭 할 수 있는 비법, 살짝 공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김 비법은 염장에 있어요. 40분 동안 소금과 마늘 물에 염장한 뒤, 밀가루를 묻히고 또다시 한 시간 동안 말리죠. 그리고 버터밀크에 흠뻑 담근 다음, 다시 한번 밀가루를 묻히고 튀깁니다. 차갑게 식혀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처음보다 좀 더 뜨거운 기름에 튀겨서 마무리하죠. 소박한 후라이드 치킨이 결코 소박할 수 없는 건, 이 요리에 쏟은 에너지 때문일 겁니다. 요리는 정성을 들일수록 맛있어지거든요.
V ‘단지’의 갈릭 허니 윙이나 ‘한잔’의 차돌볶음밥은 방식은 조금 달랐지만, 한국에서 트렌드가 됐었던 요리들이에요.
김 맛있는 요리는 유행이 없어요. 언제나 새로운 음식들이 등장하는 속에서 맛이 있으면 살아남으니까요. 전 유행이건 아니건 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V 3년 전쯤 <GQ> 미국판에 깍두기 담그는 법을 전수하셨죠. 좀 놀랐어요. 이제 김치나 깍두기도 뉴요커들이 즐기는 음식인가요?
김 뉴요커들은 새로운 요리나 맛에 매우 개방적이에요. 요즘 대부분의 미국 슈퍼마켓에서 김치를 파는 걸 보면, 이미 김치는 뉴요커의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V 즐거운 소식이네요! 지금 먹고 있는 해물순두부찌개는 한국 사람이 아니면 쉽사리 도전할 수 없는 메뉴네요. 제가 먹어도 꽤 맵거든요.
김 순두부찌개는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조차 싸구려 음식으로 취급 받아요. 맛있게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MSG가 들어가게 되죠. 이 해물순두부찌개는 생선뼈 스톡과 신선한 해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좀 비싸지만, 훌륭한 재료들로 바로 끓인 찌개는 가장 맛있는 한국음식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이게 바로 진짜 한식이죠. 대부분의 한국음식점에서 만날 수 있는 MSG 요리가 아니고요.
V 시그니처 칵테일들도 인상적이에요. 스파이시 마가리타는 정말 혀가 얼얼하네요! 이 레서피도 손수 만드신 건가요?
김 모든 칵테일은 한국식 재료에서 영감을 얻거나 지역에서 난 제철재료를 사용해요. 바텐더들과 함께 계절마다 칵테일을 함께 만들죠. 이번 가을에는 한국 배로 만든 칵테일과 수정과에서 영감을 얻은 칵테일을 선보일 거에요.
V 셰프님 음식이 한국 사람과 외국사람의 혀를 동시에 사로잡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김 맛있는 음식은 세계공통이죠. 진정한 사랑에는 국경이 없고 음식도 같다고 생각해요.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은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 받을 자격이 충분하죠.
- 에디터
- 이정윤
- 포토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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