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 10인이 미래에도 고집할 패션 원칙
“패션은 자기표현이자 선택이다. 옷 입는 법을 모르겠다면 먼저 거울을 보고 자신을 연구하라고 이야기하겠다.” – 미우치아 프라다
손은영 패션 디렉터
나 자신을 알라! 정확한 체형 파악이 우선이다. 약간의 ‘뽕’이 들어간 퍼프 혹은 어깨는 팔뚝 살을 커버하기 위해, 하이 웨이스트와 부츠컷은 좀처럼 종아리를 드러내지 않는 내가 평생 날씬하고 길어 보이기 위해 터득한 방법이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추가된 원칙이 있다면 ‘어려 보이게 입되 오버는 금물’이다. 30대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핑크, 파스텔컬러에 과감해졌는데, 그럴 경우 실루엣은 미니멀하게. 프린트나 프릴, 코르사주 같은 장식은 추가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룩의 마무리는 질 좋은 패물(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20~30대에 슈즈로 포인트를 줬다면 이제는 고급 시계와 주얼리를 곁들인다. 그런데 옷이며 장신구며 이제 모두 무거운 건 질색이다.
손기호 패션 에디터(@kihohsohn)
내게 잘 어울리는 컬러는 정해져 있다. 네이비, 그레이, 화이트, 블랙. 웬만해선 이 네 가지 색상 바깥의 세상은 탐내지 않는다. 10년 전에 입은 네이비 스웨터와 네이비 팬츠는 지금도 유효하다. 지속 가능한 패션은 바로 이런 거다.
김다혜 패션 에디터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스타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것은 확실히 안다. 종아리 부근에서 끝나는 스커트, 무릎까지 오는 바지처럼 애매한 길이의 하의나 허리선이 낮은 드레스는 절대 입지 않는다. 다이어트는 가능해도 키는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장점을 부각하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스타일링이 더 쉽고 안전하기도 하고.
정자영 브랜드 매니저
새 옷을 구매하기 전에 내가 갖고 있는 것들과 어떻게 매치할지 생각해본다. 한정된 예산과 보관 공간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당연하게도 연쇄 쇼핑을 촉발하는 아이템보다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한다. 이 경우 두 가지 장점이 있는데, 일단 구매한 옷은 아주 오래 입는다는 것(내 옷장에는 10년 이상 된 아이템이 엄청나게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내 몸의 사이즈가 달라져 옷장을 갱신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게 된다는 점이다.
김나랑 피처 디렉터
관리하기 힘든 옷은 사지 않는다. 옷은 친구지 상전이 아니니까. 세탁법, 다림질, 마모에 쓸 신경을 근사한 사람이 되는 데 돌리겠다.
이주현 뷰티 디렉터(@avecjoo)
잘 산 액세서리 하나 열 옷 안 부럽다. 슬림한 블랙 레깅스부터 단정한 플레어 데님 팬츠, 반항적인 올 풀린 화이트 쇼츠까지, ‘체인 벨트’를 더하면 단순한 스타일링 그 이상의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최근 옷장에 샤넬, 저스틴 클렁퀴, 아워레가시의 체인 벨트를 추가했다. 지나치게 자주 손이 가 지루해질 때쯤 허리가 아닌 목에 감아 초커로 활용해볼 것.
송가혜 뷰티 에디터
꾸준히 수집하는 건 와이드 데님 팬츠. 레이, 코스, 스튜디오 니콜슨 등 실루엣이 단순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컬러와 디테일의 청바지 여러 개면 먼 미래까지 사계절 내내 거뜬하다. 몇 년째 사랑하는 조합은 청바지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원피스의 레이어링.
권민지 디지털 디렉터(@mgkwonn)
미래에도 고집할 패션 원칙 세 가지. 1. 숍에서 말하는 ‘적당한 핏’, 바꿔 말하면 어중간한 핏은 싫다. 몸에 딱 맞거나 아예 오버사이즈거나. 2. 이왕이면 블랙이 좋다. 쉬우니까. 3. 살 때는 ‘이 옷은 평생 입을 테니까 낭비가 아니야’라는 위안. 그리고 1~2년 후 흐린 눈을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지만 앞으로도 그 루틴(합리화)은 계속될 것 같다.
가남희 디지털 에디터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블랙 드레스를 입는 것. 클래식한 디자인보다는 사랑스럽고 풍성한 디테일(시몬 로샤, 세실리에 반센 또는 준야 와타나베 같은)의 블랙 드레스에 하얀 양말, 스니커즈로 캐주얼하게 연출한다. (이유를 덧붙이자면, 어울리지 않아도 좋고 그냥 단순히 기분까지 사랑스러워지는 느낌이라서!)
황혜원 웹 에디터
크롭트 볼레로와 스키니 진 화형식은 옛적에 했다. 촌스러워서가 아니라 어울리지 않아서다. 옷을 잘 입는 편도 아니고 세상 멋진 사람들 좇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걸, 아니 과거 사진을 드라이브 통째로 들어내고 싶어진다는 걸 처절하게 경험해서다. 내 옷장이 미색에 가까운 옷으로 가득 차 있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라미네이트한 이처럼 쨍하지 않고 영구치처럼 누리끼리하지 않은 그 어디쯤의 화이트가 내 피부 톤에 알맞다. 어떤 컬러든 화이트가 섞인 희끄무레한 걸 고른다. 시크해 보이고 싶지만, 쨍한 블랙은 사지 않는다. 어쩌겠나, 내가 그런 사람인걸.
#THE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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