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마주하는 얼음 땅에서의 기록, 하시시박 사진전
더운 공기가 몸을 감싸는 여름 한가운데, 하시시박이 선사하는 아이슬란드의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장면.
사진가 하시시박의 일곱 번째 개인전 <Casual Pieces 7 : Enchanted>가 7월 31일까지 라니서울에서 펼쳐집니다. ‘Casual Pieces’는 하시시박이 데뷔한 이래 꾸준히 이어온 작업 시리즈로, 이를 통해 작가는 일상을 솔직하고 담백한 시선으로 담아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하시시박이 올 초 가족과 함께 떠난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감각과 영혼이 완전히 ‘매혹된(Enchanted)’ 상태로 포착한 찰나를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본인의 삶을 온전히 소재로 삼는 하시시박의 사진 스타일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바뀌어왔습니다. 특히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자각했다는 것, 사진에 추상성과 여백이 깃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작가의 현재를 이해하는 데 주목해야 할 변화인데요. 하시시박 예술 세계의 전환점이 될 전시를 통해 작가의 고유성과 변화를 동시에 발견해보세요.
‘매혹된’이라는 뜻의 전시명 ‘Enchanted’에 담긴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지난 2월 가족과 함께한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빙하 동굴을 탐험하며, 말 그대로 ‘매혹’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다양한 레이어가 쌓인 빙하를 마주하며 기나긴 세월이 한눈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비롭게 느껴졌어요. 앞에 아이들이 걸어가는 것도 잊은 채 홀린 듯 셔터를 눌러 전시에서 선보인 빙하 작품을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모두 촬영했습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으로 어떤 전환점이 생겼나요? 이전에는 광각의 대자연을 선호했죠. 그래서 이렇게 한곳에 집중된 추상적인 자연을 촬영한 것은 제게 새로운 시도예요. 사실 한동안 사진에 약간 권태를 느꼈습니다. 사진을 시작한 후 2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사진이 ‘재미없다’고 여긴 적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여행을 떠나며 ‘보는 직업’을 가진 제가 보는 행위를 차단하고 지내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유를 알고 나서부터는 한결 자유로웠고, 감각이 열린 상태였기 때문에 빙하를 마주한 순간 매혹될 수 있었죠.
출품작 가운데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차 안에서 촬영한 풍경 사진 ‘Iceland’를 특히 좋아합니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찍은 듯한 평소 작업 스타일과 달리 어디론가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오피스 룸에 전시된 ‘Glacier’ 연작은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다크한 무드의 작품이라 관람객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Casual Pieces’라는 일관된 제목으로 개인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전시를 여는 현시점에서 유의미한 흐름이나 메시지를 발견했나요? 명확하게 답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만, 삶을 따뜻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사실 하나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원래는 시니컬하고 현실적인 사람이거든요. 예전부터 제 사진에 따라붙는 ‘몽환적이다’, ‘따뜻하다’는 수식어가 잘 와닿지 않았죠.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과정에서 제 시선의 온기를 어느 정도 깨닫게 됐습니다. 이전에 경험한 사랑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단면적인 형태였다면 지금 느끼는 사랑은 상호작용에 훨씬 가까우며 입체적입니다. 이렇듯 살아가면서 얻는 새로운 깨달음이 작업을 통해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