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세상 꾸뛰르적인 가족을 만나다

2024.07.30

세상 꾸뛰르적인 가족을 만나다

세실, 가이아, 아나니아, 케나… 엄마, 큰딸, 둘째 딸과 그녀의 아내.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꾸뛰르 패밀리.

세실과 그녀의 두 딸 가이아와 아나니아, 그리고 아나니아의 아내 케나가 함께한 행복한 한때. 케나가 입은 크림색 케이프와 시퀸 장식 톱, 화이트 팬츠, 블랙 샌들은 샤넬(Chanel Haute Couture).
난(蘭)의 꽃망울을 닮은 드레스는 아르다사에이(ArdAzAei).
매듭 디테일이 돋보이는 노란색 드레스는 알렉시스 마빌(Alexis Mabille).
빨간색 케이블 타이를 촘촘히 엮어서 만든 드레스는 라훌 미슈라(Rahul Mishra).
톰 브라운은 2024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다. 금·은·동메달을 표현한 룩과 액세서리는 톰 브라운(Thom Browne Couture).
아나니아가 입은 은색 시퀸을 빼곡히 수놓은 드레스와 세실이 착용한 풍성한 실루엣의 블랙 태피터 실크 드레스는 조르주 차크라(Georges Chakra).
니콜라 디 펠리체의 미니멀한 해석이 더해진 장 폴 고티에 2024 F/W 꾸뛰르 컬렉션. 재킷 형태와 코르셋 디테일을 드레스로 표현한 파란색 드레스는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ltier Couture by Nicolas Di Felice).
과감한 절개가 돋보이는 데님 소재의 홀터넥 톱과 팬츠, 리본 장식 부츠는 알라이아(Alaïa).
은색 시퀸 장식 홀터넥 드레스는 조르주 차크라(Georges Chakra).
극적인 분위기의 블랙 태피터 실크 소재 케이프, 레이스 장식 화이트 톱과 쇼츠는 샤넬(Chanel Haute Couture).
극적인 분위기의 블랙 태피터 실크 소재 케이프는 샤넬(Chanel Haute Couture).
케나가 입은 광택이 도는 하늘색 실크 소재 드레스와 세실이 착용한 시퀸과 꽃 자수를 수놓은 드레스는 줄리 드 리브랑(Julie de Libran).
동그란 형태가 돋보이는 양털 소재 베스트와 스커트는 아쉬 스튜디오(Ashi Studio).

오뜨 꾸뛰르 패션 위크가 끝난 7월 1일 아침. 파리 16구에 위치한 고요한 저택이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 8월호이자 <보그 코리아> 창간 28주년 기념호를 위한 꾸뛰르 화보를 찍기 위해 네 명의 모델이 촬영장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굿모닝!” 화사하게 인사를 건네며 저택 안으로 들어온 여자들은 <보그> 촬영 팀 한 명 한 명과 다정히 눈을 맞추며 웃어 보였다. 지금 패션계의 새로운 ‘로열패밀리’로 불리는 세실 오르헤아스(Cécile Orgeas), 가이아 오르헤아스(Gaïa Orgeas), 아나니아 오르헤아스(Anania Orgeas), 케나 루(Kennah Lau)의 등장이었다.


이른바 ‘꾸뛰르 가족사진’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된 2024 브라이덜 꾸뛰르 캠페인이 그 시작이었다. 사진에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두 사람은 어딘가 닮은 듯 무척 다른 모습이었다. “함께할 수 있다는 건 가족으로서 우리가 지닌 가장 큰 자산이며, 평생 지켜내야 할 재산입니다. 사랑은 끝없는 슬픔이죠.” 가이아의 코멘트는 사진 속 두 여인이 모녀 사이라는 걸 짐작하게 했다. 슈퍼모델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두 여인이 엄마와 딸이라니! 이 가족에게 흥미가 생긴 건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덕질’이 시작됐다.


동양화에 등장하는 미인의 눈매에 희끗희끗 센 긴 머리가 매력적인 세실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프랑스로 입양되었다. 맑고 건강한 미소를 지닌 세실은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로랑 오르헤아스(Laurent Orgeas)와 결혼해 가이아, 아나니아 자매를 낳았다. 아빠와 엄마의 유전자를 골고루 나눠 받은 이목구비에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가이아와 아나니아는 개성 있는 마스크와 신비로운 분위기로 파리와 런던, 밀라노를 넘나들며 맹활약하는 모델로 성장했다. 두 딸의 영향 때문인지 뷰티 브랜드의 비서로 일하던 세실이 시니어 모델이 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오늘 <보그 코리아> 촬영을 위해서 어제 런던에서 왔어요.” 세실의 큰딸 가이아가 촬영장에 마련된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가이아는 런던에서 파트너, 두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둘째 딸 아나니아는 2020년, 중국과 미국 혼혈인 모델 케나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케나는 얼마 전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시사라 로랑(Sisara Laurent)의 탄생을 기념한 게시물에 “국제적이고 다문화적이며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재미있는 가족의 구성원이 된 걸 환영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이 특별한 가족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었다.


“제 딸들 정말 예쁘지 않아요?” 헤어 메이크업을 마친 세실이 모니터 화면 속 가이아와 아나니아, 케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곧이어 그녀의 포트레이트 촬영이 시작됐다. 세실은 네 명 중 데뷔가 제일 늦었지만 누구보다 섬세하고 진지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날 점심은 근처 한식당 ‘우정’에서 공수한 비빔밥이었다. 싱싱한 채소와 정갈하게 볶은 고기, 고소한 참기름으로 버무린 비빔밥을 보자마자 넷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아름다운 음식이에요!” 아나니아가 익숙한 듯 재료를 섞으며 말했다. “한국은 우리에게 낯선 곳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한식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가 늘 궁금합니다. <보그 코리아> 덕분에 사랑하는 가족과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한 번 만들게 됐군요.”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다감한 말투, 촬영에 집중하는 프로페셔널한 태도. 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가족에게서 당분간 헤어나올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VK)

흩날리는 꽃잎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베일과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Haute Couture).
샤넬 2024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퀸과 태슬, 트위드, 태피터 실크, 새틴 등 화려한 소재를 밝고 경쾌한 색감의 퍼프 슬리브와 플리츠로 로맨틱하게 표현했다. 가이아가 착용한 검은색 시퀸 장식 재킷과 비즈 장식 톱, 리본 벨트, 아나니아가 입은 플리츠 디테일 점프수트, 케나가 착용한 리본 장식 재킷과 스커트, 세실이 입은 민트 컬러 드레스는 샤넬(Chanel Haute Couture).
다니엘 로즈베리는 2024 F/W 꾸뛰르 컬렉션을 통해 ‘불사조’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을 펼쳤다. 얇은 금속판으로 불사조 깃털을 표현한 드레스는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
양털 소재의 폭신한 질감과 동그란 형태가 매력적인 베스트와 스커트는 아쉬 스튜디오(Ashi Studio).
미스터 아르마니는 지혜와 순수함의 상징인 ‘진주’에서 아르마니 프리베 2024 F/W 꾸뛰르 컬렉션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진주의 광택과 우아함이 담긴 재킷과 팬츠, 비즈 장식 스트랩이 달린 벨벳 소재 오버올은 아르마니 프리베(Armani Privé).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올림픽 발상지인 고대 그리스에 주목했다. 그리고 꾸뛰르라는 렌즈를 통해 스포츠웨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실크 저지와 메탈 저지 소재를 활용해 완성한 것은 전통적인 형태의 드레이프 드레스였다. 케나가 착용한 실버 벨벳 소재 드레스, 글래디에이터 샌들, 가이아의 골드 벨벳 드레스, 주얼 장식 블랙 샌들, 아나니아가 착용한 골드 메탈 저지 소재 드레스, 골드 컬러 글래디에이터 샌들, 세실의 화이트 시폰 소재 드레스, 진주 귀고리와 반지는 디올(Dior Haute Couture).
몸이 훤히 비치는 보라색 시폰 위로 주얼 장식을 더한 드레스와 바람에 흩날리는 관능적인 드레스는 엘리 사브(Elie Saab).
“우리는 터무니없고 말이 안 되는 것을 하고 싶었어요. 추상주의에 대한 과장 같은 거죠.” 빅터 호스팅과 롤프 스뇌렌은 직사각형, 삼각형, 동그라미 혹은 사다리꼴 등의 기하학적 모양을 기반으로 빅터앤롤프 2024 F/W 꾸뛰르 컬렉션을 완성했다. 종이접기가 떠오르는 플라워 패턴 톱과 스트라이프 쇼츠, 동그란 형태가 돋보이는 블라우스, 핑크색 플라워 패턴 스커트는 빅터앤롤프(Viktor&Rolf), 검은색 글래디에이터 샌들은 디올(Dior Haute Couture).
난(蘭)의 형태와 컬러에서 모티브를 딴 은색 드레스와 블랙 드레스는 아르다사에이(ArdAzAei).
꽃잎 장식을 섬세하게 더한 베일과 드레스는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케나의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주얼 장식을 더한 검은색 드레스와 레드 스트랩 힐, 아나니아가 착용한 찰랑이는 진주 장식이 매력적인 보디수트, 골드 스트랩 힐은 주하이르 무라드(Zuhair Murad). 세실이 입은 큼직한 깃털 장식이 눈길을 끄는 드레스와 가이아가 입은 체인 장식 재킷과 화이트 팬츠는 아엘리스(Aelis).
    포토그래퍼
    레스
    패션 에디터
    신은지
    모델
    세실 오르헤아스(Cécile Orgeas@EB Agency), 가이아 오르헤아스(Gaïa Orgeas@EB Agency), 아나니아 오르헤아스(Anania Orgeas@Girl), 케나 루(Kennah Lau@City)
    스타일리스트
    엘레나 프살티(Elena Psalti)
    헤어
    올리비에 르브룅(Olivier Lebrun@Airport)
    메이크업
    릴리 최(Lili Choi@Callisté)
    캐스팅
    버트 마티로시안(Bert Martirosyan)
    프로덕션
    배우리(Woori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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