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쇼메 CEO가 유산에서 발견한 미래

2024.08.23

쇼메 CEO가 유산에서 발견한 미래

CEO 찰스 룽은 쇼메의 유산에서 새로운 미래를 발견하고 있다.

홍콩 출신 찰스 룽(Charles Leung)은 파리의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후 까르띠에와 쇼메, 프레드 등 유명 하이 주얼리 브랜드를 거치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06년 쇼메에 합류한 뒤 아시아 시장에 하우스를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그는 2018년 프레드 CEO로 부임하면서 LVMH 그룹 최초의 아시아계 최고 경영자가 되었다. 2024년, 자신의 잠재력을 믿어준 쇼메의 CEO가 된 그는 18세기에 탄생한 이 메종의 새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방돔 광장이 훤히 내다보이는 쇼메 부티크에서 <보그>와 찰스 룽이 만났다.

쇼메(Chaumet)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긴 시간 쇼메의 DNA는 그대로 이어져왔다. 우아함, 아름다움을 좇는 태도, 최고의 스톤을 향한 열정과 장인 정신은 언제나 변치 않고 쇼메를 관통한다. 하지만 240년이 넘는 동안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크게 달라졌다. 그에 따라 주얼리 착용 방식 역시 변했다. 과거에는 중요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왕관 같은 주얼리를 착용했다면 이제 일상적으로 활용한다. 절대적인 것은 쇼메가 언제나 자연과 예술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는 것이다. CEO 찰스 룽은 쇼메의 유산에서 새로운 미래를 발견하고 있다.

조세핀 황후는 쇼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24년의 쇼메에 조세핀 황후는 어떤 의미를 갖나?

조세핀 황후가 가장 좋아했던 주얼리였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하지만 쇼메는 조세핀 황후의 외면보다는 내면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취향을 지녔고, 프랑스 문화와 패션계에 한 획을 그었다. 쇼메가 지향하는 여성상이다. 그런데 조세핀 황후 외에도 나폴레옹과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예술에서도 끊임없이 영감을 얻는다. 2024년 하이 주얼리 컬렉션 ‘쇼메 앙 센(Chaumet en Scène)’ 역시 조세핀 황후보다는 예술에 초점을 맞춰 완성했다.

2024년 하이 주얼리 컬렉션 ‘쇼메 앙 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쇼메 앙 센’은 음악과 댄스, 마술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동안 쇼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주로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예술을 주얼리로 표현하기 위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다. 이 컬렉션에 어울리는 스톤을 찾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하는 데 디자인과 스케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의 스톤이다. 음악과 댄스, 마술은 인간이 창조하는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얼리 역시 마찬가지다. 예술에 담긴 언어와 리듬, 멜로디를 주얼리로 구현하고 싶었다. 특히 ‘쇼메 앙 센’ 컬렉션의 ‘하모니(Harmony)’는 블루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가 리드미컬하게 조화를 이룬 완벽한 작품이다. 처음 봤을 때 정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주얼리에 성별의 경계는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제 점점 더 많은 남성이 주얼리 착용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성별의 경계를 두면서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주얼리에 대한 인식은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도 더 다양해졌다. ‘젠더 플루이드’ 혹은 ‘젠더리스’ 같은 개념이 주얼리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쇼메는 항상 성별의 경계를 두지 않은 제품을 만들어왔다. 쇼메의 고객이었던 나폴레옹 역시 주얼리를 착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으니까. 남녀노소를 떠나 아름다운 것은 누구에게나 그 자체로 아름답다.

쇼메라는 브랜드가 지닌 차별점은?

지난해 쇼메는 자연을 주제로 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 ‘르 자뎅 드 쇼메(Le Jardin de Chaumet)’를 통해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훨씬 더 기대가 크다. 쇼메가 지닌 차별성은 최고의 스톤을 찾는 열정과 장인 정신에 있다. 그리고 메종 고유의 우아함과 좋은 취향이 주얼리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높은 품질과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아름다움, 즉 ‘조용한 럭셔리’의 흐름은 쇼메의 정체성과도 일치한다.

당신은 LVMH 그룹 최초의 아시아계 CEO가 되면서 주얼리 업계와 유럽 중심의 패션 산업에서 공공연한 유리 천장을 실력으로 극복한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당신의 커리어에서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인가?

딱 한 순간을 꼽을 수 없이 모든 순간이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커리어는 본인으로부터, 같이 일하는 동료로부터 혹은 고객과 파트너로부터 차곡차곡 얻는 평판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좋은 평판이 쌓이면 기회가 온다. 물론 그 기회를 포착하려면 실력이 우선이다.(웃음) 전투적인 태도,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감함,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겸손함도 필요하다. 운 좋게도 LVMH 그룹 최초의 아시아계 CEO가 되었지만, 분명 내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이미 시대는 변했다.

지난 10여 년간 주얼리 산업에서 아시아 시장의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시아는 굉장히 인구가 많은 대륙이면서, 연령대가 무척 낮다. 여기에서 아시아의 저력이 나온다. 럭셔리 업계가 아시아를 주목하는 이유기도 하다. 아시아의 30대 이상 고객들은 장인 정신과 공예에 관심이 많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역사, 상징에 무척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로 인해 하이 주얼리에 대한 진입 장벽이 다른 대륙에 비해 높지 않다.

주얼리 산업은 팬데믹을 기준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이뤘다. 앞으로의 전망은?

팬데믹이 끝났지만, 우리가 축하할 일은 여전히 많다. 지난 몇 년간 주얼리에 대한 관심은 깊어지고 있다. 장인 정신이나 역사 등 주얼리에 대한 지식도 많이 보급됐다. 주얼리는 이제 단순히 결혼이나 무언가를 기념하기 위해 착용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의 일부가 된 것이다. 팬데믹 시기에 주얼리 업계가 크게 성장했지만, 단순히 보복 소비에 의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주얼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 것에 가깝다. 주얼리는 자기표현의 도구로서 매우 감정적인 측면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며, 이 가치는 앞으로도 영원히 유효하다.

    에디터
    신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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