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가장 악명 높은 트렌드의 귀환
2024년은 스카프의 쓸모를 확인하는 해인가 봅니다.
묶는 방법도 가지가지인 헤드스카프부터 스카프 톱, 벨트와 가방 장식용 액세서리까지, 수십 년 전 과거까지 들춰보며 그 쓰임을 하나씩 곱씹는 중이죠. 이제 마지막 주자가 남았습니다. 2000년대, 모든 것이 과잉이던 그 시절을 장식했던 스키니/슬림 스카프입니다. 스타일에 따라 트윌리라고 불리기도 하죠.
미리 말해두자면 실용성과는 거리가 멉니다. 보온에 도움이 되지도, 무언가를 고정해주지도 않죠. 오로지 장식을 위한 액세서리입니다. 목걸이 대용이라 생각하는 게 더 쉽겠군요.
실용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날마다 커지고 있는 요즘 패션계를 생각하면 뚜렷한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템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촌스러움의 대명사로 악명 높았죠. 카프리 팬츠, 팬츠 위 스커트와 함께 일명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트렌드’에 이름을 올리면서요. 하지만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모두가 질색하는 스타일에서조차 기어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디자이너와 패션 셀럽들 덕분이었죠.
컴백 준비도 나름 착실히 해왔더군요. 가장 가까운 과거의 기억은 (이번에도 역시나) 미우미우 2022 F/W 컬렉션입니다. 테니스 스커트와 발레리나 플랫 전성기의 포문을 열었던 그 컬렉션이요. 이후 Y2K 패션의 비공식적인 홍보대사나 다름없는 벨라 하디드, 데본 리 칼슨 같은 셀럽들이 일상에 적용하며 눈도장을 찍어왔죠.
최근 부스터 역할을 해준 건 올가을 대대적인 귀환을 예고한 보헤미안 스타일입니다. 시에나 밀러, 케이트 모스, 올슨 자매 등 그 시절 셀럽들의 룩이 하나둘 참고용으로 소환되면서부터였죠. 사진 속 이들의 목엔 목걸이 대신 얇은 스카프가 둘러져 있었습니다. 횟수는 외면하기가 더 힘들 정도로 잦았고요.
걱정 마세요. 다시 돌아온 보헤미안 시크가 그렇듯, 2024년 버전의 스키니 스카프도 매끄럽게 다듬어졌습니다. 뉴트럴 톤으로 훨씬 차분하고 성숙하며,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죠. 20년 전과 달리 미니멀 스타일과 더 자주 어울려 다니더군요. 덕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우아한 면모가 속속 발견되는 중입니다. 귀환 소식에 진저리 쳤던 것이 무색하게 부담도 덜해 보이고요.
여전히 의심스럽다고요? 거울에 비친 모습이 어딘가 심심해 보이는 날, 눈 한번 딱 감고 둘러보세요. 단조로운 실루엣에 유연한 활기를 더해줄 겁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도 기분 좋게 나부끼면서요.
- 포토
- Kim Weston Arnold, GoRunway, Splash News, Instagram,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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