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마르탱이 꼽은 최고의 패션쇼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는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3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를 비롯해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글렌 마르탱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쇼는?
피티 우오모에서 선보인 와이/프로젝트의 2019 F/W 남성복 컬렉션. 7,000명이 넘는 인원을 초청한 쇼였습니다. 패션계는 물론 예술계 인사부터 학생들까지, 피렌체에서 문화계에 종사하는 이를 모두 초대했죠. 베뉴는 토스카나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수도원, 산타 마리아 노벨라였습니다. 게스트들은 일몰 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와이/프로젝트 팀은 그들 모두에게 작은 손전등을 나눠줬죠. 고대 피렌체를 처음으로 탐험하는 인디아나 존스처럼, 구석구석 숨겨진 프레스코화와 예술품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말이죠! 쇼는 일몰 2시간 뒤, 완벽한 암전 속에서 진행됐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탐험할 때와 마찬가지로, 게스트들은 손전등을 비춰가며 옷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죠.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디올의 2007 S/S ‘나비부인(Madame Butterfly)’ 꾸뛰르 컬렉션. 말 그대로 완벽한 쇼였으니까요. 당시 패션에 중요한 것은 오직 ‘아름다움’이었죠. 지금도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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