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죄책감 느끼지 않는 법
해야 할 일 목록을 가능한 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워나가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쉬는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포스터가 무한히 롤링되는 영화 플랫폼이나 몇 시간이고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에 집중하거나, 릴스와 틱톡 등에 빠져 시간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집안일도 해야 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있나요? 최근 휴대폰을 손에 쥐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누워본 적이 있나요? 목적 없이 걸어본 적은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뇌와 정신의 안녕을 위한 기본적인 행위입니다.
문화적으로 내면화된 사고방식
스페인의 유명 심리학자인 패트리샤 라미레즈(Patricia Ramírez)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게으름의 신호로 여겼다”고 상기시킵니다. 그 때문에 게으름은 종종 시간 낭비의 동의어로 활용됩니다. 이에 대해 라미레즈는 “게으름은 노력에 대한 적대적 개념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우린 지나치게 노력하는 문화가 독성적 특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누군가 잠시 멈춰 서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기곤 하죠. 이 같은 시선은 자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자신을 보면,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라고 라미레즈는 말합니다. 일상에서 ‘생산성’은 매우 내면화되어 있고 이를 개발하는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중단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죠.
과잉 생산성의 종료
생산적이라는 건 때로 위안이 됩니다. 목표 달성은 자부심을 주고, 동기부여를 위한 인센티브가 됩니다. 그러나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벌을 주는 양날의 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을 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과잉 생산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죠. 라미레즈는 “우리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항상 옳은 일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일까요? 라미레즈는 “우리가 ‘시간은 돈이다’,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같은 말을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라고 답합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자기 관리’와 ‘웰빙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도 한몫하죠.
라미레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아니다.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투자한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죠. 그녀는 “인지적 수준에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과잉 정보와 초연결성 속에서 뇌는 평소보다 더 많은 훈련을 하고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처럼 지치게 된다. 우리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시간 낭비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의미
자신과 시간을 보내고, 멈추는 법을 배우는 작업 혹은 약속 목록을 비우거나 줄이는 것이 필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한 것을 잘못으로 여기기 때문에 여러 일에 전념한다”라고 전문가는 말하죠.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과 정신적 고요함을 가져야 할 때다.”
라미레즈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고 가만히 있어보세요. 생각 없이 산책을 하는 식으로요. 라미레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를 “뇌가 정보, 의사 결정 및 인지적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죄책감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
그렇다면 죄책감 없이 이 순간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라미레즈는 매우 고매한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편함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죄책감이 나타나려 하면 스스로 ‘닥쳐’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이죠. 덧붙여 “우리는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생산적이지 않으며, 죄책감에 순종하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상기시켜야 한다”라고 강력히 말했습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또 다른 사항은 “이 시간은 우리가 마땅히 보내야 할 시간임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정신 건강에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그때부터 기분이 나아진다. 길을 잃지 마라. 죄책감의 목소리를 제쳐두고 정신적 고요함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관찰하거나 명상 혹은 마음 챙김과 같은 관조적인 활동을 해보라. 지금 여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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