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디 펠리체가 꼽은 최고의 패션쇼
누구나 좋아하는 패션쇼가 있습니다. <보그> 사무실에선 늘 패션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의상과 무대, 특별한 퍼포먼스 또는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진 패션쇼는 가장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죠. 최근에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질문에 가장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즌마다 8분 정도(톰 브라운의 경우 45분) 길이의 쇼를 선보이기 위해 의상부터 컨셉까지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 말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패션쇼’와 ‘최고로 꼽은 다른 디자이너의 쇼’는 어떤 것인지 두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찻잎 점을 보기 위해 컵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들의 대답은 놀라움과 기쁨을 선사하며 ‘아, 이건 정말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입니다.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등 이 목록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디자이너가 몇 있긴 하지만, 특정 컬렉션이 두 번 이상 언급된 디자이너는 세 명에 불과합니다. 마크 제이콥스를 시작으로 사바토 데 사르노, 시몬 로샤, 피터 뮐리에, 안나 수이, 이자벨 마랑, 톰 브라운 등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이 시대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패션쇼를 만나보세요.
니콜라 디 펠리체, 꾸레주
당신이 참여한 컬렉션 중 가장 기억나는 쇼는 어떤 것인가요?
다양한 브랜드에서 소중한 추억을 쌓았지만, 꾸레주에서 선보인 첫 컬렉션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비현실적이고,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었죠. 제가 파티를 즐기던 장소에 거대한 흰 박스를 설치했습니다. 제 친구들과 촬영 팀은 쇼를 보기 위해 그 박스에 기어올랐고요. 패션쇼와 동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비디오를 원 테이크로 실시간 촬영했습니다.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순간이 꿈처럼 느껴집니다.
다른 디자이너의 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쇼를 꼽는다면요?
딱 하나만 꼽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컬렉션을 보며 영향을 받고 감동을 받아왔거든요. 굳이 하나의 컬렉션을 언급하자면, 후세인 샬라얀의 1998 S/S 컬렉션이요. 그 쇼를 보며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완벽하게 연출한 쇼, 잘 만든 옷만으로도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에겐 드레이핑이란 펜과 같았습니다. 샬라얀은 세트, 음악, 옷을 하나로 연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죠. 그의 컬렉션은 혁신적인 시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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