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극적인 결정
누워서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튜브를 한번 열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경험, 아마 다들 있을 거예요. 소셜 미디어는 강렬한 재미를 주지만, 중독성이 강한 데다 피로감과 부작용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피해가 커질 수 있죠.
무방비 상태에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노출되기 쉬운 데다, 범죄 활용 등 부정적인 영향도 있어 소셜 미디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Meta)가 청소년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극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18세 미만 청소년 계정을 자동으로 비공개로 강제 전환하고, 해당 사용자가 앱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 종류를 제한하기로 했죠.
비공개 계정이 되면, 이미 팔로우한 다른 이용자와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요. 이들만 청소년 이용자의 게시물을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과도한 인스타그램 이용을 제어하기 위해 일별로 앱 사용 시간도 제한할 수 있죠.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이미 지난 17일부터 18세 미만 청소년 사용자를 ‘10대 계정(Teen Account)’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10대 계정은 비공개 상태로 기본 설정되고, 이 상태가 되면 DM도 자신이 팔로우하거나 맞팔로우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 있어요. 청소년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도 팔로우 상태가 아니면 볼 수 없습니다.
민감한 콘텐츠는 더더욱 제한됩니다. 성적인 콘텐츠나 미용 시술 홍보 콘텐츠, 싸움 장면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콘텐츠는 시청할 수 없고요. 1시간 이상 연속 사용하면 앱을 종료하라는 알림이 뜹니다. 또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는 ‘수면 모드’가 활성화됩니다.
글로벌 기준으로 16세 이상 이용자라면 이 설정을 해제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 어리다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부모는 인스타그램의 총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도 있고, 특정 시간대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설정할 수도 있어요. 또 지난 7일간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는지도 볼 수 있죠.
메타는 이 제도를 이미 시행한 국가의 청소년 계정을 60일 안에 모두 10대 계정으로 전환할 예정이고, 유럽은 올해 말 조정할 계획입니다. 한국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됩니다. 혹여 나이를 속이고 성인 계정으로 만들려는 사례를 고려해 메타는 이를 추적할 기술을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꼼수를 쓰기 어렵다는 의미죠.
세계적으로 아동과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규제법이 화두인 만큼, 인스타그램의 이번 결정이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긴 합니다만,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인스타그램 외에 페이스북 등 메타에 소속된 다른 소셜 미디어에도 앞으로 유사한 정책이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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