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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한혜진의 25년

2024.09.27

모델 한혜진의 25년

모델 한혜진의 매력을 담아낸 심플한 배경의 이브닝 드레스 룩. 새틴 소재 홀터넥 드레스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볼드한 뱅글은 코스(COS), 골드 샌들은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입시 미술 학원을 다니던 17세 여고생 한혜진이 모델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린 건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직후. 학원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모델 에이전시의 명함을 건네받았던 그녀는 엄마의 권유 반 호기심 반으로 SBS에 지원서를 냈지만 결과는 예선 통과. 하지만 그 대회에서 어느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띈 다음 한 달간의 워킹 교육을 받고 곧바로 서울 패션 위크에 데뷔했다.

등장하자마자 거의 모든 런웨이와 화보를 휩쓴 신인 모델의 인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슈퍼모델 대회 이전부터 한혜진은 이미 모델로서 완벽했어요. 독특하고 개성 있는 마스크와 완벽한 비율의 몸매, 세련된 애티튜드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죠.” 당시 슈퍼모델 대회 이벤트를 진행했고, 한혜진을 직접 캐스팅했던 모델 에이전시 ‘에스팀’의 김소연 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김원경도 같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둘 다 예선 통과에 그친 건 심사 위원들의 관점 차이 때문이었죠. 미모도 적당하고 말도 잘하는 방송형 외모를 선호했던 것 같아요. 당시 심사 위원단이 언론사와 방송사 임원, 디자이너 앙드레 김 같은 분들이었거든요.” 소위 말해서 미스코리아 스타일의 미녀를 선호했던 방송사 주최 모델 대회에선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한혜진은 데뷔하자마자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2006년 뉴욕에 진출하면서 커리어에 정점을 찍는다.

3년간의 해외 활동을 마무리할 즈음 케이블 방송의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 <I am a Model>의 쇼 호스트로 출연하면서 방송과도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뉴욕에 진출한 뒤 대중에게 알려진 것 같아요. 지상파 방송에서 저를 취재한 적 있는데, 한국 미디어에 패션모델이 보도된 게 제가 처음이었어요.” 올리브 TV, 온스타일 TV 등 케이블 방송의 패션 채널 편성과 동시에 한혜진의 방송 활동도 확장돼갔다. 그런 그녀가 대중에게 얼굴도장을 제대로 찍은 건 2013년부터 방영한 JTBC의 <마녀사냥>. 전문 패션모델이 방송 패널로 등장한 것도 처음이었지만 거침없는 언변과 패셔너블한 태도는 방송가에서 보기 드문 신선한 캐릭터였다. “저의 ‘날것 느낌’이 어필했던 것 같아요. 겁이 없었어요. 방송을 너무 모르다 보니···” 이제는 방송을 하면서 성취감도 많이 느낀다. “무엇보다 방송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패션을 알릴 수 있고, 또 패션에 관심이 없던 사람을 패션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이런 게 방송이 주는 기쁨 아니겠어요?”

단순히 옷을 잘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그녀는 ‘건강도시 서울’ 홍보대사답게 건강관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철저한 식단 관리와 운동 스케줄은 주위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다. 능동적이고 부지런하며, 결과물도 내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성격은 <보그>와 함께한 이번 캘린더 화보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방송을 통해 친해진 친구들과 후배 모델들을 초대하고, 스케줄을 짜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웬만한 프로듀서 못지않았다. (한혜진은 이 화보에 실린 사진으로 2025년 캘린더를 제작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불혹의 나이가 된 그녀는 또 한 번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바쁜 스케줄과 일상 속에서도 그녀는 ‘뭘 더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게, 또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며 진일보하길 원한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니 좋은 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으며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의아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델 한혜진과 연예인 한혜진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미지를 대중이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유튜브를 하면서 대중과 많이 가까워졌다고 느낍니다.” 이제는 뭐든 열어놓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너무 많은 제한을 두거나 선입견을 만들면 힘들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어떤 게 더 있을지 계속 고심해야 합니다.” (VK)

    패션 디렉터
    손은영
    포토그래퍼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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