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다다른 현재, 파리 패션 위크 2025 S/S 하이라이트
내년 봄을 위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미우미우의 쇼장은 가상의 신문 공장을 연상시켰습니다. 지금 막 인쇄 기계에서 나와 관객 위 천장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신문의 이름은 ‘Truthless Times’, 즉 진실이 없는 시대였습니다.
8일간 이어진 파리 패션 위크의 마지막 날 미우치아 프라다가 던진 화두는 꽤 시의적절했습니디. 파리를 대표하는 하우스 브랜드 샤넬은 총책임 디자이너가 부재한 채 그랑 팔레로 돌아와 쇼를 선보였고, 패션 위크가 끝난 직후 셀린은 에디 슬리먼과의 작별을 선언했습니다. 구찌에서 스타가 된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제 발렌티노로 옮겼고,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에서의 10주년을 자축했습니다. 지난 시즌 하우스에서의 10년을 맞이한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움직이는 트렁크 무대 위로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생 로랑은 에펠탑 앞을 벗어나 리브 고슈의 본사 건물로 돌아와 쇼를 열었고, 디올의 모델들은 궁사가 활을 날리는 가운데 캣워크 위를 거닐었습니다. 파리 패션 위크의 마지막은? 디즈니랜드 마법의 성 앞에 쇼장을 마련한 코페르니의 몫이었습니다.
무성한 소문과 쇼장 앞을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 K-팝 스타의 영혼 없는 인삿말, 과거의 영광 혹은 망령, 현재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스타일의 남발 속에 정작 우리를 전율케 하고 새로운 시대를 가리키는 옷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어쩌면 미우미우가 만든 가상의 신문 속 논설처럼 우리는 지금 현재의 끝, ‘Endcore’의 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의 끝에는 더 환한 미래가, 우리가 막연히 그려보는 지금의 패션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우리 모두는 새로운 기대를 품고 내년 2월 다시 한번 이곳 낭만의 도시를 찾을 겁니다.
#2025 S/S PARIS FASHION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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