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가을엔 조각비엔날레

2024.10.07

가을엔 조각비엔날레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가 11월 10일까지 창원의 주요 지역에서 열립니다. 성산아트홀을 중심으로 조개무덤인 성산패총, 과거 산업 단지 근로자의 활동지였던 창원복합문화센터 동남운동장, 조각가 문신이 설립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그곳이죠.

올해 주제는 ‘큰 사과가 소리없이’입니다. 김혜순 시인이 쓴 ‘잘 익은 사과’의 시구절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에서 가져왔습니다. 사과 껍질이 길을 만들어내듯, 비엔날레를 통해 예술과 시민, 도시가 만나고 연결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16개국 86명(63팀)이 참여해, 조각의 수평성, 여성과 노동, 도시의 역사와 변화 등을 다루며 총 177점을 선보입니다. 특히 조각의 수평성을 생각하게 하는 비엔날레인데요, 수직적인 조각을 눕혀 다른 장르와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성산아트홀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중심이며 방사형 도로의 중심인 창원시청 근처에 자리한 성산아트홀은 지하 1층에서 출발해 2층까지 이어집니다. 성산아트홀 대형 창문에는 홍승혜 작가가 영화 <모던 타임즈>(1936)를 차용해 낙하하는 찰리 채플린과 파울레트 고다드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산발적으로 놓인 오브제 가운데에서 정체 모를 음악이 흘러나오는 노순천 작가의 작품 ‘조각합주단’(2022~2024).

노순천 작가의 작품 또한 흥미롭습니다. 산발적으로 놓인 오브제 가운데에서 정체 모를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죠. 이 ‘조각합주단’(2022~2024)은 공간의 높낮이와 너비, 울림을 악보 삼아 다성적인 조각을 배치하면서, 이를 다시 연주한 음악이 흐르는 작품이죠.

전시 첫날인 9월 27일에는 온다 아키(Aki Onda)가 자신의 작품 ‘종’에서 소리를 들려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미카엘라 베네딕토(Micaela Benedicto)’의 ‘거울 형상’ 연작(2023~2024)이 들어선 성산패총의 잔디 마당.
성산패총의 유물전시관에 들어선 최고은 작가의 작품 ‘에어록’(2024).

성산패총은 1973년 11월 창원기계공업단지 조성 공사 당시 발견된 조개무덤입니다. 프리즈 서울 2024의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이기도 한 최고은 작가는 성산패총의 유물전시관 2층 발코니 기둥에 용수철 모양의 조각을 설치했습니다. 발코니 너머로 창원의 푸른 산과 공장이 보이는데요, 이 대형 조각 설치에 꽤 오랜 시간과 노고가 필요했죠.

나무 전주 6개에서 인체 작업과 같은 힘이 느껴지는 정현 작가의 ‘목전주’(2006).

동남운동장에는 거대한 조각 작품이 들어섰습니다. 정현 작가는 어렵게 구한 나무 전주 6개가 이룬 작품 ‘목전주’를 세웠습니다. 2007년부터 경기도미술관의 마당을 지켜온 작품을 창원으로 옮겨오며 조각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보게 합니다.

추산동에 자리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마산만이 내려다보인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 설치된 크리스 로의 작품 ‘반복되는, 예언적인, 잠들지 않는 졸린 도시의 루시드 드림’(2024).

문신 조각가가 설계해 건물과 정원이 하나의 조각품처럼 아름다운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이곳에선 건축을 전공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미술가인 크리스 로(Chris Ro)의 ‘반복되는, 예언적인, 잠들지 않는 졸린 도시의 루시드 드림’(2024)을 선보입니다. 여기서 ‘졸린 도시’는 대도시와는 결이 다른 창원에 대한 호의적인 표현입니다.

    피처 디렉터
    김나랑
    포토
    창원조각비엔날레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