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여자들을 위한 지구 반대편 주얼리
우아하거나 쿨하거나. 동시대 여자들을 위한 지구 반대편 주얼리.
MODERN CLASSIC
지난 9월,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에서 열리는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의 프라이빗 프레젠테이션 초대장. 공교롭게도 이미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이었다.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소피 빌레 브라헤(Sophie Bille Brahe)’다. “서울은 늘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올 초 동생 프레데릭(Frederik)이 자신의 아틀리에 셉템버(Atelier September)에서 연 팝업에서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비로소 완벽한 때가 왔다고 느꼈죠.”
소피는 브랜드 운영을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2011년 소피 빌레 브라헤를 론칭한 건 그녀의 재능을 믿어준 바니스의 전 패션 디렉터 줄리 길하트(Julie Gilhart)를 만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격려가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과 개인적 내러티브 모두를 구현하는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어요.” 그렇게 처음 만든 주얼리가 ‘크루아상 드 룬(Croissant de Lune)’ 귀고리다. “브라헤 가문의 조상이자 16세기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Tycho Brahe)로부터 물려받은 우주와의 깊은 인연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달과 별이 지닌 매력을 금과 다이아몬드로 섬세하게 표현했어요.” 귀의 곡선을 따라 점점 작아지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 귀고리는 ‘초승달’을 뜻하는 이름을 가졌다.
소피 빌레 브라헤는 유행만 좇진 않는다. 대신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기존 테니스 목걸이의 현대적 진화를 시도한 ‘콜리에 드 테니스(Collier de Tennis)’ 목걸이처럼 클래식에 현대적인 반전을 얹는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것. “평생 소중히 간직하고,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주얼리 브랜드로서 100% 인증된 재활용 골드를 바탕으로 다이아몬드와 진주, 단 두 가지 소재만 사용하는 것도 놀랍다. “다이아몬드는 별을, 진주는 달과 지구의 연결을 상징합니다.” 진주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아들 요한(Johan)이 태어났을 때부터다. “당시 어머니가 아버지께 선물 받았던 천연 진주 목걸이를 물려주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진주로 작업하겠다고 결정했죠.” 그 후로 지금까지 두 재료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이아몬드와 진주가 가진 순수함에 매료되었습니다. 두 소재가 지금 비전에 깊은 공감을 불러오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제한을 두고 싶어요.”
“늘 나만의 ‘발롱(Ballon) 모먼트’가 있습니다.” 디자인의 시작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다. 발롱은 무용수가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우아하고 가벼운 점프 동작을 뜻한다. “그런 순간을 마주하면, 시간이 멈추고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는 거죠. 이를테면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이 우주의 모든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선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 이미지는 디자인할 때 끝없는 영감이 되곤 하죠.”
최근에는 꽃병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입니다. 지난해부터 무라노에서 오브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내 우주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답니다.” 그녀의 미학을 반영한 소피 빌레 브라헤의 꽃병은 전통적인 글라스블로잉(유리를 입으로 불어 성형하는 공정) 기술의 우아함을 보여준다. 물론 새로운 주얼리도 준비 중이다. “이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곧 선보일 브라이덜 컬렉션을 위해 귀고리 디자인 작업으로 돌아가야 해요.”
COOL AND GOOD
로스앤젤레스 동쪽의 한 차고에서 탄생한 주얼리. ‘스피넬리 킬콜린(Spinelli Kilcollin)’은 독특한 디자인만큼 그 시작도 남달랐다. “맥스필드(Maxfield)에서 패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을 때 여러 손가락에 걸쳐 착용하는 반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견고한 막대 형태 대신 더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커넥터를 원했고요. 당시 주말마다 핸드메이드 주얼리를 제작하던 아버지가 하나 만들어주셨죠.” 이브 스피넬리(Yves Spinelli)의 작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아쿠아리우스(Aquarius, 갤럭시 라인의 물병자리 버전)’ 반지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까운 지인의 요청이 조금씩 늘더니, 주문이 엄청나게 몰리기 시작한 것. “사람들이 반지를 구매하기 시작했을 때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공동 창업자이자 조각가인 아내 드와이어 킬콜린(Dwyer Kilcollin)이 당시를 회상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 재능을 결합하고 싶었어요. 각자의 예술과 패션 경험을 바탕으로 비전통적인 주얼리를 만들었죠.” 그렇게 2010년 스피넬리 킬콜린이 탄생했다.
“가장 큰 특징은 커넥티드 링 그 자체입니다.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모듈식 디자인으로, 여러 손가락에 걸치거나 한 손가락에 모든 링을 쌓아서 착용할 수 있죠.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와 비슷한 디자인은 없었습니다.” 귀고리와 팔찌, 목걸이 등 다른 카테고리도 전개하고 있지만 메인 테마는 모두 반지가 중심이다. 컬렉션의 모든 제품에는 상호 연결된 고리, 모듈 방식, 다양한 소재 믹스와 조화로운 균형 등 그 핵심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 반지의 독특함과 가변성은 여전히 디자인의 기준이 됩니다. 이는 주얼리 업계에서 스피넬리 킬콜린을 돋보이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드와이어는 ‘스텔라(Stella)’ 반지를, 이브는 아버지와 함께 완성한 ‘아쿠아리우스’ 반지의 오리지널 버전을 매일 착용한다.
스피넬리 킬콜린은 지난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한국 첫 공식 매장을 오픈하며,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을 함께 선보였다. 드와이어가 직접 디자인한 ‘제미나이 쁘띠(Gemini Petite)’ 반지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해 기존 ‘제미나이’ 반지에 적용한 것으로, 925 스털링 실버 밴드 중 가운데 밴드에 3개의 작은 고리 장식을 더했다. “고리 장식에 블랙과 그레이 다이아몬드를 번갈아 세팅해 악센트를 더했어요. 일부 스타일에는 18K 옐로 골드를 더해 차가운 실버와 대비되는 풍부한 보온성을 표현했습니다.”
“지속 가능성, 윤리적 소싱, 지역사회 지원이 우리 브랜드의 핵심입니다.” 스피넬리 킬콜린 주얼리는 모두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소규모 장인 팀이 수작업으로 만들며, 재활용 금속을 비롯해 책임감 있게 조달한 재료를 우선적으로 선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포장재 역시 윤리적으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 현지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윤리적 관습에 따라 지역 장인을 지원해 긍정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구축한다. 특정 제품의 수익금을 마샤 P. 존슨 재단(Marsha P. Johnson Institute), 플랜드 페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같은 사회단체에 전달하는 몇 가지 자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토록 철저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주얼리 브랜드를 본 적이 있던가.
부부 사업가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드와이어가 공상가로서 창의적인 면을 맡으면, 이브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집중한다. 드와이어는 함께 일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언제나 세트였어요.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우리, 사업, 가족을 위한 세상을 둘이 같이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입니다.” (VK)
- 에디터
- 김다혜
- 포토
- Courtesy of Sophie Bille Brahe, Spinelli Kilco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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