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시내에 등장한 마틴 마르지엘라의 흔적
벨기에 앤트워프 시내에 설치품이 세워졌습니다. 바로 마틴 마르지엘라의 작품이죠.
벨기에 쇼핑과 문화의 중심지 앤트워프에 마틴 마르지엘라의 첫 번째 설치미술 작품 ‘블라인드(Blinds, 2024)’가 자리 잡았습니다. 은색 원형 기둥 형태인 이 작품은 신비감을 더합니다.
‘블라인드’는 말 그대로 창문을 가리는 블라인드를 일컫는데요. 무언가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있는 듯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죠. 이 작품은 어느 면에서 봐도 내부가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행인들은 전시된 작품의 외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작품은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역동성, 매력과 반짝임, 도시 생활의 예측 불가능한 면을 표현했습니다.
앤트워프 시청에 따르면, 마틴 마르지엘라는 거리를 거니는 이들이 작품에 어떤 존재가 숨겨져 있을지 상상하길 원했습니다. 바로 열어볼 수 있을 것 같은 블라인드지만, 사실은 고정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블라인드’는 벨기에 미들하임 뮤지엄(Middelheim Museum)이 펼치는 ‘아트 인 더 시티(Art in the City)’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미들하임 뮤지엄은 도시에 임시 예술 프로젝트를 설치하고, 공공장소에서 예술의 역사와 사회적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마틴 마르지엘라는 메종 마르지엘라를 통해 패션계에 해체주의를 선보인 주인공이죠. 메종 마르지엘라를 창립한 지 10년 만에 에르메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에르메스의 전통에 자신의 테일러링 실력과 독특한 감각을 더해 주목받았죠. 2009년 마지막 컬렉션을 선보인 후 패션계에서 은퇴한 그는 예술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로 유명한데요. 어쩌면 ‘블라인드’에 그의 비밀스러운 존재감이 녹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 포토
- Photograph by Tom Cornille/Middelheim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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