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의 정취와 이탈리안 미학의 만남! 스타일리스트 트린의 드림 하우스 #마이월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트린 키예르(Trine Kjaer).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이자 맥시멀리스트라 일컫는 트린의 집에선 코펜하겐의 정취와 이탈리안 미학이 유쾌하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룹니다. 감각 좋은 이들이 <보그>에 보내온 랜선 집들이 #마이월드, 그 열다섯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MYSELF 안녕하세요,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트린(@trinekjaer_)입니다. 남편, 세 아이와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거주하고 있어요. 열아홉 살 때부터 패션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열정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직업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자 특권인지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죠.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컬렉터’라고 말하고 싶어요. 꽃병부터 도자기, 재킷, 슈즈 등 좋아하는 오브제를 찾으면 이를 적극적으로 소장하거든요. 덕분에 엄청난 양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게 ‘아름다운 집’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껏 수집한 물건과 추억으로 채운 공간입니다. 집에 머무는 동안 곳곳에 숨겨져 있는 디테일을 발견하면서 큰 즐거움을 느끼죠. 아, 또 한 가지! 저는 꽃을 정말 사랑해서 꽃을 빼놓고는 일상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예요. 그래서 저희 집을 항상 싱그럽고 신선한 꽃으로 꾸미곤 합니다.
MY HOME 저희 집은 코펜하겐 북부에 자리해 바다와 숲 등 싱그럽고 푸릇푸릇한 자연환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어요. 건축학적으로 살펴보자면 1917년에 지은 주택으로 테라조 스타일의 바닥과 스투코(Stucco, 고대부터 대리석과 비슷한 표면 질감을 내기 위해 사용해온 미장 재료)로 마감한 천장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고 독창적인 세부 장식으로 가득하죠. 5인 가족이 거주하기에도 꽤 큰 규모로 총 4층으로 구성돼 있고 메인으로 쓰는 2개 층은 저희 취향대로 리모델링했습니다.
집 바깥에는 정원이 있는데요. 향긋하고 어여쁜 장미로 둘러싸인 퍼걸러(정원에 덩굴식물이 타고 올라가도록 만든 아치형 구조물)부터 오래전 누군가 심어둔 다채로운 과실나무, 그리고 저희 가족이 여름 내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큰 테라스까지. 이 모두를 품은 커다란 정원은 저희 집의 자랑입니다.
INSPIRATION 이탈리아의 역사적인 건축물과 거기에 사용된 재료, 색상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요. 저희 부부는 공간을 채우고 꾸미기에 앞서 ‘여기가 이탈리아라면? 이탈리아 사람들이라면 무엇을 놓고 어떤 톤을 유지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조율합니다.
제 성향을 말하자면 반은 미니멀리스트고 나머지 반은 맥시멀리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제 성향이 반영된 집 역시 그런 면모를 지니고 있죠. 심플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을 좋아해 각 공간에서 특별한 ‘공기’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장식적이면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도 아주 좋아해요. 이건 제 맥시멀리스트 성향 때문이죠.(웃음) 비어 있는 공간은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네치아 무라노에서 공수한 오브제와 꽃병, 책으로 장식합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취미 중 하나가 테이블 세팅이라 시간이 있으면 공을 들여 멋지게 테이블 스타일링을 해요. 이 모든 취향과 일상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이어져 홈 스타일링에 영감이 되어줍니다.
FAVORITE PLACE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꼽자면 두말할 필요 없이 주방입니다. 주방은 저희가 집을 갖게 된 후 맨 먼저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요소에도 제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했죠. 덕분에 제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살린 공간이 되었어요.
아름답고 오래된 이탈리안 주택에서 촬영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에서 영감을 얻어 스타일링했는데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카라라에서 공수한 마블로 제작한 테이블 상판, 오프화이트와 레드 컬러가 믹스된 색감이 특히 마음에 들었죠. 이러한 디테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더해 좀 더 모던한 뉘앙스를 풍기도록 업데이트했어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테이블 스타일링을 좋아하는 만큼 요리도 즐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저와 가족 모두 자연스레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COLORS OF HOME 그린 컬러! 저는 오프화이트와 완벽하게 어우러진 그린 컬러를 마주할 때면, 그런 기분을 이해하실지 모르지만 너무 좋아서 마음이 흐물흐물, 물러지는 느낌을 받곤 하죠.(웃음)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인 베르너 팬톤의 ‘클로버리프(Cloverleaf)’ 소파를 놓아둔, 녹색으로 가득한 룸이 있는데요. 그 공간에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그린 컬러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린 컬러의 매력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린에 대한 사랑 또한 이탈리아의 건축물에서 시작되었어요. 이탈리아에서도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풀리아의 모든 창문이 녹색으로 칠해진 것을 본 순간 느낀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나도 아름다웠거든요! 그래서 저희 부엌과 욕실 창문에도 풀리아를 떠올리며 그린 컬러로 페인팅 작업을 했죠.
MUSIC FOR HOME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오션의 음악을 꼽고 싶어요. 그의 노래는 제 집은 물론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는 영원한 사운드트랙입니다. 2011년부터 프랭크 오션의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요. 그중 ‘Pink + White’라는 곡이 저희 집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외에도 런던 베이스의 록 밴드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 뉴욕에서 결성된 남매 밴드 ‘인피니티 송(Infinity Song)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SCENT WITH HOME 집에서 향을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공간이 욕실이에요. 향초를 욕실 곳곳에 두고 기분 좋은 향이 나도록 세심하게 챙기죠. 향수 전문가와 대화 중 매달 향수를 바꿔주면 기분을 리프레시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일상에서도 이를 실천하고 있어요. 그러지 않으면 후각이 ‘게을러’질 수 있으니 감각을 항상 일깨우려고 하죠.
유니섹스 타입의 향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바이레도 제품을 사랑해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향은 ‘모하비 고스트(Mojave Ghost)’예요. 모하비 사막의 황량한 환경을 견뎌내고 피어난 고스트 플라워의 강인한 생명력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졌죠. 찬틸리 머스크와 시더우드, 매그놀리아가 어우러진 우디 플로럴 향이 아주 매력적이에요.
침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해요. 팟캐스트를 듣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곤 하죠. 온기를 품은 티에서 느껴지는 향에는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PERFECT DAY AT HOME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샤워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합니다. 이후엔 저희 가족의 풍성한 아침 식사를 위해 요리를 해요. 저는 ‘브렉퍼스트 걸(Breakfast Girl)’이라 아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가족이 모두 모여 아침 식사를 하는 일은 제 루틴에서 빼놓을 수 없어요.
그다음에는 시내로 나가 저녁 식사용 식재료를 구입하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정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뒤 팬케이크를 만듭니다. 오후에는 아이들이 있는 지인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샴페인 한 잔과 근사한 저녁 식사면 행복의 조건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들면 완벽한 하루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MEANING OF HOME 제가 거주하는 덴마크, 즉 스칸디나비아에선 겨우내 어둡고 추운 날씨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렇게 축적된 시간으로 각각의 집에는 머무는 이들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기 마련이죠. 저희 집 역시 그렇고요. 집은 제가 오랜 시간 수집해온 작품과 오브제로 가득 찬, 저만의 갤러리 같은 공간입니다.
제가 홈 스타일링을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 꼽자면 소위 말하는 완벽한 드림 룸은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영감을 얻는 동시에 컬렉션에 포함하고 싶은 위트 넘치는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홈 스타일링은 ‘네버엔딩’이죠. 절대 끝날 리 없는 인생의 즐거움이랄까요?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믹스 매치는 제가 홈 스타일링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또 저희 집은 아이를 우선시하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은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선 어디에서나 즐겁게 놀 수 있어요. 이는 제게 신념과도 같아요. 아이들이 집이란 공간을 통해 따뜻하고 아늑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때론 예상치 못한 행복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마이월드는 정성과 애정을 담아 ‘집’이란 공간을 가꾸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들의 명료하고 오롯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시리즈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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