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완전 정복
제목은 외국어 완전 정복이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저는 영어를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웠는데 왜 아직도 외국인 앞에서 떨리는지 자주 낙담합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유튜브로 영어 듣기를 연습하지만, 제자리걸음 같아 서글퍼지기도 하죠. 이 시간에 소설책을 읽으면 한 달에 서너 권은 너끈히 완독할 것 같거든요. 그러던 중 외국어를 배우는 슬픔과 기쁨을 풀어낸 책을 발견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래 두 권의 책은 외국어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가고,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사이토 뎃초 지음
크론병까지 얻은 뒤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는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그의 유일한 낙은 영화를 잔뜩 보고 블로그에 비평을 올리는 것이지요. 이때 작품 선정은 상업 영화보다는 희귀하고 저평가된 것 위주로 합니다. ‘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러던 어느 날, 루마니아 작품을 관람하고 감동받은 사이토 뎃초는 루마니아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루마니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일본에서는 루마니아어 배우기가 쉽지 않아(게다가 그는 히키코모리니까 나갈 수도 없습니다) 영어로 된 어학 교재를 독파해야 했죠.
지금 그는 루마니아어로 소설을 씁니다. 이 책의 부제도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입니다. 그는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를 통해 루마니아 문학지에 소설까지 발표하죠. 사실 루마니아에는 전업 소설가가 드물다고 합니다. 대학교수 겸 소설가, 회사원 겸 소설가, 보통 이렇게 겸직하죠. 그만큼 출판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생활을 거의 하지 않는 히키코모리가 루마니아어로 쓴 소설을 현지 사람들이 읽는다니, 세상 참 재미있지 않나요?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일화도 재미있습니다. 대부분의 유럽인은 일본 문학을 얘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혹은 무라카미 류를 말하곤 한다죠. 저자는 귀여운 경고를 남깁니다. 유럽에서 일본 문학을 말하고 싶다면 일단 계속 흘러나오는 무라카미라는 이름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이죠.
이 책은 읽을수록 은근히 용기가 생깁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에게 집중하고, 하나에 열정을 쏟아붓는다면(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요), 히키코모리가 루마니아어 소설을 쓰는 멋진 일처럼, 제게도 예상 못한 행운이 다가올 것 같거든요.
<언어의 위로> 곽미성 지음
저자는 대학교 1학년에 다니던 중 프랑스 영화에 빠져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20년째 프랑스에 머물며 프랑스어와 사투하고 있죠. 오랜 시간 현지에 살았으니 프랑스어 능변가가 됐을 것 같지만, 저자는 여전히 고충을 느끼고 못 알아듣는 단어가 튀어나온다고 합니다. 심지어 친구였다가 남편이 된 프랑스인과 함께 살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러니, 외국어를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되라고 말합니다. 예전엔 프랑스인과 대화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어색하게 넘어갔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서 뜻을 묻는다고 합니다. ‘모른다는 걸 인정할수록, 모른다고 이야기할수록 더 알게 되기’ 때문이죠. 배우는 사람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질문해야 한다고요. 저는 가끔 외국인과 나누는 대화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거나, 속도가 빨라 많이 놓쳐도 웃어넘기곤 합니다. 외국인이 현지 언어를 못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그러니 “나는 왜 이 모양이야, 하는 자책은 이제 그만, 외국어니까 당연한 거다”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정말 위로됩니다. 이 책은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포토
- 게티이미지, 북하우스,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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