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로 만나는 천재 뮤지션, 제프 버클리
샤넬이 파리 국립 오페라의 무용 감독 출신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Benjamin Millepied)의 공연 <그레이스, 제프 버클리 댄스(Grace, Jeff Buckley Dances)>를 후원합니다.
발레를 향한 샤넬의 사랑은 1913년 시작됐습니다. 가브리엘 샤넬은 러시아의 발레단 발레 뤼스가 공연하는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을 보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녀의 목적은 늘 모든 구속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는 것이었고, 무대 위 발레리나들은 자유로이 몸을 움직였으니까요. 샤넬과 발레가 여러모로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가브리엘 샤넬은 1924년에는 <르 트랑 블뢰(Le Train Bleu)> 공연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하우스 창립자가 세상을 떠난 지 53년이 지났지만, 샤넬은 지금도 발레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칼 라거펠트는 다양한 발레 의상을 디자인했고, 버지니 비아르가 선보인 2024 봄/여름 꾸뛰르 컬렉션의 테마 역시 발레였죠. 지난해 1월에는 파리 국립 오페라의 주요 후원사가 되었습니다.
<그레이스, 제프 버클리 댄스>는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전설적인 포크 가수, 팀 버클리(Tim Buckley)의 아들인 제프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인데요. 뉴욕의 클럽에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그는 1994년 첫 정규 앨범 <Grace>를 발표합니다. <Grace>는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고, 제프는 투어를 하며 다음 앨범 준비에 돌입하죠. 하지만 1997년 5월 제프는 멤피스의 울프강에 빠져 사망하고 맙니다. 단 한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그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화보의 캡션, ‘Lover, Come Over’ 역시 제프 버클리의 곡명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번 공연의 기획과 안무를 맡은 벤자민 마일피드는 샤넬이 운영하는 ‘캉봉 팟캐스트(Cambon Podcasts)’에 출연해 제프 버클리와 얽힌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벤자민은 자신이 제프 버클리가 활동했던 뉴욕 이스트 빌리지 출신이며, 제프의 앨범 <Grace>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팬데믹이 한창일 때 제프 버클리를 테마로 발레 공연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제프 버클리의 어머니 메리 기베르트(Mary Guibert)를 찾아가 허락을 구한 뒤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벤자민은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던 제프 버클리의 일기를 찾아 읽으며 그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그의 생가를 방문하고, 그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어보기도 했죠. 벤자민은 제프 버클리를 “무척 섬세하고, 음악이라는 예술에 무서울 만큼 집착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레이스, 제프 버클리 댄스>에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천재 아티스트를 향한 그리움,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벤자민 마일피드는 평소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유명한데요, 그런 그의 작품답게 공연 중 제프 버클리 관련 영상을 재생하죠. 벤자민이 직접 발췌한 제프 버클리의 일기도 낭독하고요. 12명의 무용수는 <Grace>의 선율과 가사에 맞춰 춤을 추며, 관객이 제프 버클리의 자취를 따라가도록 돕습니다.
샤넬이 후원한 <그레이스, 제프 버클리 댄스>는 11월 5일부터 10일까지, 파리 라 센 뮤지칼(La Seine Musicale) 무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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