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몸을 위하여? ‘지금’의 보디 시술
정수리, 어깨, 골반, 엉덩이··· 볼륨을 탐하는 모든 곳에 숨겨진 비밀.
“배탈 날라!” 뷰티 촬영 중, 크롭트 티 아래 허리를 내놓고 찬 바람에 맞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는 20대 포토그래퍼를 보자마자 염려와 우려 섞인 어르신의 단골 멘트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나는 그 젊음과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당당함이 부러웠다. 티셔츠 한 장만으로 리드미컬하고 조형적인 몸 선을 추앙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형형색색의 룰루레몬 크롭트 톱 퍼레이드가 펼쳐진 또 다른 곳은 바레(Barre) 스튜디오였다. 그곳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운동 메이트의 짧은 셔츠 아래로 달라진 라인을 목도했다. 길고 곧게 정렬된 몸이 한 마리 학의 실루엣 같던 그녀의 뒷모습에서 전에 본 적 없는 볼륨을 포착한 것이다. 그런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피부과 갔다가 설득당해서 엉덩이 필러 맞았어요”라고 그녀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킴 카다시안의 트레이드마크인 아워글라스 실루엣처럼 극적으로 증폭된 볼륨이었다면 오히려 반감이 생겼을지 모른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살짝 꺼진 부위만 ‘이븐’하게 윤곽 성형된 라인은 도자기 장인이 공들여 빚은 달항아리처럼 곡선미가 치솟고 레깅스 핏이 살아났다. 그 무렵 지난 9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아찔한 골반 라인으로 눈길을 끈 배우 전종서까지! 갈수록 샘솟는 호기심에 허상과 환상은 극도로 배제한 채, 실상을 취재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정수리, 어깨, 골반, 엉덩이 등 우리 여자들이 ‘뽕’을 탐하는 부위에는 보디 시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5년 동안 보디 부위 시술이 세 배 정도 증가했어요”라고 성형외과 전문의, 허쉬성형외과의원 정영춘 원장은 전방위적 보디 시술의 시대가 도래했음에 동의했다. “예전엔 얼굴 시술이 압도적이었다면 이제 얼굴과 보디 시술 고객 비율이 7:3 정도입니다. 운동을 해도 별 소득 없는 부위 위주로 인기가 많아요. ‘이만하면 날씬하다’는 전체주의적 관점에서 이목구비를 손보듯 보디 디테일을 시술로 다듬기 시작한 거죠.”
운동도 무용지물인 비운의 부위로 말할 것 같으면 골반이 최상위다. 허리를 파고 (허리에서 추출한 지방을) 골반에 이식한다는 의미의 ‘허파고리’ 시술이 유명해진 것도 이런 이유다. “허리나 허벅지 등에서 불필요한 지방을 채취해 골반과 울퉁불퉁한 ‘힙딥(Hip-dip)’에 이식하는 방식이에요. 아름답지 않게 축적된 지방을 필요한 곳에 심미적으로 재배치하는 거죠. 관리가 쉽지 않은 잘록한 허리와 골반 라인까지 유기적으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365mc 올뉴강남본점 이근직 지방성형센터장의 설명이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지방 채취부터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 그리고 디자인까지, 고도의 기술력과 숙련된 손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고관절과 엉덩이 사이 오목하게 파인 힙딥 부위를 봉긋하게 소생하는 데 필러는 솔깃한 선택지다. “힙딥을 없앤다는 중둔근 단련 홈트가 쏟아지는데 중둔근이란 해부학적으로 종잇장처럼 얇고 부피가 커지기 쉽지 않은 부위예요. 고강도 중둔근·대둔근 단련과 함께 체중 증량으로 근육과 피하지방의 볼륨을 키운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 과정은 아주 어렵습니다.” 정영춘 원장의 첨언이다. “힙딥이 콤플렉스라면 돌아갈 것 없이 처음부터 필러의 도움을 받는 게 효율적일 수 있죠.” 중요한 건 피부 두께와 본연의 지방량, 골반 각, 키와 다리 모양 등에 따른 비율을 고려해 적정 주입량을 결정하는 일이다. 무턱대고 용량을 많이 늘리면 필러가 자리 잡지 못하거나 어색한 보정 속옷을 착용한 듯 둔탁한 라인이 형성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90 Degree Shoulders’라는 키워드 덕분에 ‘월드와이드 어깨’로 승격한 블랙핑크 제니의 직각 어깨 역시 대세 시술이다. “요즘 어깨의 포인트는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은 너비에 끝이 직각으로 날렵하게 떨어지는 여성미 넘치는 형태예요”라고 고운몸의원 김희경 원장은 조언한다. “타고난 골격과 연조직의 모양은 운동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죠. 삼각근을 키워보려다 승모근까지 두껍게 발달해 라인을 망치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필러는 곡선과 직선, 각을 잡고 정교하게 다듬는 데 적합해 어깨 부위와 합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어깨는 얼굴형과 목 길이, 승모근, 어깨 모양, 대칭 등을 고려한 보디 디자인이 관건이다. 직각 어깨와 태평양 어깨는 종이 한 장 차이니까.
헤일리 비버와 벨라 하디드의 올백 슬릭 헤어가 유행하면서 두상 필러도 인기다. 세상에! 머리에 주사를 맞다니, 상상만으로도 두피가 찌릿찌릿 불타는 듯하지만 해부학적 관점에서는 안면 필러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골막 바로 위 공간인 성긴 결합조직에 직접 주입하는데 이는 혈관과 분리된 공간에 존재하기에 부작용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두상과 두피 노화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다면 두피 지방 재생술도 옵션이다. JF피부과의원은 본인 몸에서 추출한 재생력 탁월한 지방을 두피에 주입하는 항노화 시술을 개발했다. 두상 볼륨을 개선할 뿐 아니라 모낭이 받는 스트레스의 쿠션 역할을 해 탄력 넘치는 두상과 모발은 물론 얼굴 탄성 회복에도 큰 몫을 한다. 보디 시술이라는 게 서슬 퍼런 칼 대신 주사로 이뤄지고 시술 이후 회복 기간이 짧은 편이라 심리적 허들이 낮은 게 사실이지만 무언가를 우리 몸에 주입하는 일이기에 한순간도 방심해선 안 된다. 담당 의사의 숙련도, 심미안, 기민한 감각에 의존해야 하는,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되돌릴 수 있는지, 복구가 가능한지, 시술 전 충분한 상담은 필수다.
시술을 즐기지 않는 이에겐 볼품없이 납작한 뒤통수는 ‘다이슨 에어랩’이라는 신문물로 충분하다. 하지만 콤플렉스라는 게 그렇지 않나? 잊고 살지만 결정적 순간에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니 말이다. 해결하지 않으면 마흔, 쉰, 아니 어쩌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후회막급일 테니(치아 교정 못한 것을 60대인 지금까지 이야기하는 우리 이모처럼!)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길. 지금 내 옆에서 전신 셀피를 찍어 올리는 운동 메이트가 채운 것은 푹 꺼진 엉덩이만이 아니다. 영원하진 않더라도 바로 지금 충만한 자신감과 자기만족이 핵심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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