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인테리어에 품은 비밀스러운 열망
스타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오래도록 인테리어 디자인에 비밀스러운 열망을 품어왔다. 스튜디오루카구아다니노를 설립해 로마의 16세기 학교를 호텔로 바꿔놓았고, 베니스 리도섬의 황폐한 빌라에 현지 장인들과 함께 지역 전통을 입혔다.
로마의 스토리텔링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서스페리아>로 유명한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는 인테리어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다. 구아다니노는 8년 전 우연히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빠져들었다. 이탈리아 크레마에 있는 17세기 아파트를 직접 장식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나의 비밀스러운 열망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2017년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소 스튜디오루카구아다니노(Studiolucaguadagnino)를 설립했고, 지난여름 첫 번째 호텔을 공개했다.
스몰 럭셔리 호텔 오브 더 월드(Small Luxury Hotels of the World)에 속한 팔라초 탈리아(Palazzo Talìa)는 한때 학자, 귀족, 교황을 양성하던 학교인 콜레조 나차레노(Collegio Nazareno)가 있던 16세기 건물에 자리한다.
“이런 기회가 생기다니, 정말 흥분됐어요. 우리 스튜디오의 기술, 전문성, 경험을 단 하나의 프로젝트에 담아낼 찬스니까요.” 회사의 프로젝트 리더인 파블로 몰레춘(Pablo Molezún)은 조금 들뜬 목소리로, 호텔 팀이 스튜디오의 세 가지 주요 가닥인 색채, 기하학, 장인 정신을 온전히 수용해주었다고 설명했다.
홀에 입장하면, 나이젤 피크(Nigel Peake)가 스튜디오루카구아다니노를 위해 제작한 기념비적인 카펫을 따라 발부터 미끄러져 들어간다. 카펫은 꽃을 테마로 분홍과 노랑 색조가 짙은 파랑, 버건디와 대조를 이루는 기하학무늬로 꾸몄다. 이 색상은 바와 위층 마냐 홀(Magna Hall)에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프레스코화는 높이 11m 정도의 천장, 체크무늬 바닥, 벽을 따라 늘어선 고대 로마 흉상과 함께 마냐 홀에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 건축물의 대부분은 보호 대상이기 때문에 프레스코화나 각종 디테일을 조심스럽게 복원해야 했다.
구아다니노 스튜디오는 바를 위해 시칠리아 도예가에게 물결치는 듯한 질감을 가진 바와 테이블 상판 제작을 의뢰했고, 웰니스 공간의 초록색 타일은 스페인 장인이 공급했다. 조경 아티스트 블루 맘보르(Blu Mambor)와 협업한 안뜰 정원은 거대한 야자나무와 각종 식물을 심어 지중해와 열대 오아시스의 혼종 같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소파와 의자를 포함한 가구 대부분은 맞춤 제작이다. (심지어 구아다니노 스튜디오는 안뜰 정원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유리 엘리베이터도 디자인했다.) 일부 제품은 폰타나아르테(FontanaArte), 데다르(Dedar)와 협업했으며, 다른 제품은 호텔을 위해 모은 수집품이다. 예를 들면 입구에 걸린 나폴레오네 마르티누치(Napoleone Martinuzzi)가 1940년대에 무라노 유리로 제작한 역사적인 샹들리에가 그렇다. 몰레춘이 회상했다. “마침내 샹들리에가 설치되자 사람들이 넋을 잃었죠.”
호텔의 25개 객실과 스위트룸(탈리아 스위트 제외)은 미아 홈 디자인 갤러리(Mia Home Design Gallery)의 마리안나 루브라노 라바데라(Marianna Lubrano Lavadera)와 밀라노 라우라 페롤디 스튜디오(Laura Feroldi Studio)의 설립자 라우라 페롤디(Laura Feroldi)가 디자인했다. 현대 버전의 사주식 침대와 차세대 베니스 유리 제조인을 대표하는 미켈루치(Micheluzzi) 자매가 만든 벽 조명이 있는 넓은 객실은 호텔의 기풍을 반영한다.
과거와 현대를 아우른 스튜디오루카구아다니노의 까다로운 접근 방식이 경이롭고도 친근한 부티크 호텔을 만들어냈다. 2022년 루카 구아다니노는 이렇게 말했다. “늘 영화감독 일과 무관한 장소를 작업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입체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했죠.”
리도섬의 새로운 아르누보
2년 전 비엔날레를 위해 베니스에 방문한 밀라노의 어느 커플이 자전거를 타고 리도섬을 돌아보던 중 아르누보풍의 작은 빌라를 발견했다.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의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의 배경이자 옛 궁전인 그란드 오텔 데스 바인스(Grand Hotel des Bains)의 뒤편 예쁜 동네에 자리 잡은 이 빌라는 무성한 정원에 가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 커플은 운 좋게도 알아보고 구입했다. 그런 뒤 이탈리아 감독이자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은 평판을 얻으며 두 번째 경력을 이어가고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소 스튜디오루카구아다니노에 연락해 리노베이션을 의뢰했다.
이 유망한 감독은 영화 제작과 비슷하게 디자인에 접근한다. 그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며, 모든 형태로 문화·뉴스·역사를 끊임없이 탐독하고 그 지식을 프로젝트에 접목한다. 그는 장인과 장인 정신에 대한 존경심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자신의 꿈을 실행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그야말로 최고를 찾는다. 또한 3차원 공간에서 어떻게 작업할지 이해하고, 미적 감각이나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며 모든 변수를 능숙하게 처리한다. 이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풍경은 정말이지 멋지다. 예를 들어, 2022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에서 스튜디오루카구아다니노가 대중 앞에 데뷔했을 때, 그는 비아 파테베네프라텔리(Via Fatebenefratelli)에 있는 스파치오 RT(Spazio RT) 쇼룸의 벽과 창문, 천장을 주름진 회색 벨벳으로 덮었다. 칼리코 플리세타토(Calico Plissettato)라는 기법이다.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가 1953년 시칠리아에서 열린 예술가 안토넬로 다 메시나(Antonello da Messina)의 그림 전시를 위해 꾸몄던 무대 레이아웃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기법이다. 그 방에 들어서자 밀라노 백작 부인의 보석함에 들어간 듯했다.
리도섬 빌라의 새 주인은 구아다니노에게 리노베이션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었다. 그 덕분에 건축가 마르코 갈로니(Marco Galloni), 엘레오노라 그리골레토(Eleonora Grigoletto)가 이끄는 14인 팀과 구아다니노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는 “21세기 관점에서 아르누보 헤리티지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다. 그들은 20세기 전환기의 디자인 하이라이트를 면밀히 조사했고,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Joseph Maria Olbrich)와 카탈루냐의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같은 그 시기의 거장들, 아르누보의 이탈리아식 변형인 리버티 양식으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구아다니노는 이를 두고 “어느 정도 엄격함이 느껴지는 기발한 집”이라고 표현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리도섬에서의 삶은 여유롭고 느긋하죠. 자전거를 타고 석호와 아드리아해의 긴 해변, 얕은 물가를 돌아볼 수 있어요. 지나치게 바쁘게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을 누그러뜨려야 했어요. 우린 그런 환경에서 이 집을 완성시켜나갔죠.”
1층에 주방과 서비스 스위트, 중이층에는 응접실과 식당, 2층에 침실 2개가 있는 200㎡ 크기의 집은 1931년 지방의 귀족 부인을 위해 지은 것으로, 이후에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클라이언트가 매입했을 당시에는 비교적 상태가 좋은 편이었지만, 구아다니노는 “그 집의 건축 역사를 망라하는 여러 단계의 리노베이션을 거쳤으며 모든 것을 벗겨내야 했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와 그의 팀은 코너와 벽 가장자리의 ‘곡선’, 파사드의 ‘꽃무늬 장식’을 유지했다. 그들은 가능한 한 현지 장인들의 노하우를 활용했다. 바닥과 벽에는 대리석 가루를 석고에 섞어 약간 매끄럽고 빛나게 만드는 베니스 마감 기법인 파스텔로네(Pastellone)를 이용했다. 갈로니는 “그것이 이 지역의 전형적인 건축 방식이자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집에 유쾌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그들은 바다색, 살구, 미나리아재비, 버터크림 빛깔의 노란색으로 구성된 활기찬 팔레트를 선택했다.
가구는 무라노 유리로 만든 샹들리에, 18세기 베니스 거울, 곡선 소파와 식탁 의자 등 집주인의 컬렉션에서 팀이 몇 가지를 골랐다. 스튜디오는 난간, 문손잡이, 욕실 거울과 창문뿐 아니라 그 밖의 나머지를 디자인했고, 모두 아르누보의 관능적인 곡선에 맞춰 만들었다. 날렵한 사각 주름이 잡힌 커튼은 역사적인 롬바르디아 방직공 제자 브론치니(Gegia Bronzini)가 손수 제작한 것이다. 카펫 디자인은 구아다니노가 직접 했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은 “곡선과 기이한 형태, 색을 조합해 실용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습이었다.
벽으로 둘러싸인 빌라 정원 또한 밀라노의 조경 건축 회사인 어메이징 스튜디오(Amazing Studio)에 의해 아르누보 방식으로 되살아났다. 그들은 등나무를 보존하고, 덩굴식물과 히비스커스, 바나나나무, 장미를 추가했다. 구아다니노의 팀은 앤티크 연철 파티오 세트를 복원해 집 안과 같은 색조로 칠했다. “보셨죠?” 그가 외쳤다. “기발하잖아요!” (VL)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 사진
- GIULIO GHIRARDI
- 글
- LAURA ITZKOWITZ, DANA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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