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세수하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을 위해, 비아 피아베 33

2024.11.23

세수하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을 위해, 비아 피아베 33

엘리사와 알레산드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아 피아베 33을 입고 있었다.

‘일상’이라는 단어에 설렘이나 특별함은 없다. 싫고 귀찮아도 해야 하며, 매일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파도바(Padova)에서 탄생한 브랜드 ‘비아 피아베 33(Via Piave 33)’은 세수하고, 잠들고, 옷 입는 것 같은 일상적인 행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비아 피아베 33이 처음 내놓은 제품은 비누, 타월, 물, 그리고 간단한 설명서로 구성된 클렌징 키트였다. 브랜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 알레산드로 스파기아리(Alessandro Spaggiari)와 엘리사 베텔라(Elisa Bettella)는 세수라는 단순한 행위가 일상 의식처럼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세수하는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죠. 세상일이 지금처럼 빠르게 돌아갈 때는 반드시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클렌징 키트는 작지만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켰고, 아트 프로젝트로 시작한 비아 피아베 33은 캔들홀더, 에센셜 오일, 옷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모했다.

직접 만든 레몬 향 에센셜 오일을 매달아 물에 떨어뜨린 덕분에 현장은 기분 좋은 향으로 가득했다.

10월 24일, 비아 피아베 33이 2024 가을/겨울 컬렉션과 함께 10 꼬르소 꼬모 서울을 찾았다. 알레산드로와 엘리사는 팝업 공간을 가득 채운 옷, 향, 소리 그리고 음식이 전부 ‘큐레이션’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공간을 꾸밀 때는 늘 우리 집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집이란 곧 거주자의 취향을 집약한 공간이고, 집에서는 누구나 큐레이터가 되죠. 우리는 디자이너보다는 큐레이터로 불리고 싶습니다.” 알레산드로는 ‘Curate’라는 단어가 이탈리아어로는 ‘치유’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섬세한 큐레이션을 통해 팝업을 방문하는 이들을 치유하겠다는 듀오는 그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했다. 비건 핑거 푸드는 깔끔했고, 알레산드로와 엘리사가 직접 작곡한 음악은 평온했다. 무엇 하나 인위적인 부분이 없었던 옷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편안하게 했다. 파도바 근처 자그마한 지역에서 모든 피스를 손수 제작하고, 다양한 천연 재료를 사용해 염색한 덕분이다.

비아 피아베 33의 슬로건은 ‘Small Steps, Long Distance(작은 걸음으로 먼 거리를 이동한다)’다. 우리의 만남이 끝나갈 때쯤, 듀오에게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지 물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는 식의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건만, 한참 고민한 끝에 돌아온 대답은 “잘 모르겠다”였다. 그저 비아 피아베 33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견지하고, 자신들의 우주를 천천히 확장해나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있을 뿐이었다. (VL)

    에디터
    안건호
    포토그래퍼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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