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이 심심해질 2025년 가방 트렌드
2025 S/S 런웨이에는 주인공 자리를 넘보는 가방이 많았습니다. 상의를 다 가릴 정도로 거대한 빅 백부터 프린지, 메탈릭, 프린트 백 등 옷보다 시선이 더 머물 만한 디자인과 스타일링이 두 손과 옆구리를 꽉 채웠지요.
하지만 두 손의 자유를 꿈꾸는 이들도 여전히 있었습니다. 샤넬, 미우미우, 코치 등 몇몇 하우스는 배낭을 내세웠죠. 그리고 한쪽에는 패니 팩이 있었습니다.
벨트 백, 범백, 힙색, 웨이스트 백 등 패니 팩은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패니(Fanny)와 범(Bum)은 엉덩이의 속어, 쉽게 말해 모두 허리춤 혹은 엉덩이 위에 매는 가방이라는 뜻이지요.
인류 문명과 함께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우리가 아는 형태는 1980년대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포츠 열풍이 매섭던 시절, 많은 이가 소지품을 지닌 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가방을 찾아나서면서부터였죠. 그 후 서서히 ‘아빠가 여행 갈 때 매는 백’ 정도 취급을 받았지만요.
런웨이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알리던 아이템이지만 우리가 아는 패니 팩의 전형적인 형태를 마주한 건 실로 오랜만입니다. 루이 비통, 버버리, 디올 등 빅 하우스에서 일제히 내놓았다는 게 괄목할 만한 점이고요. 애슬레저 패션과 실용적이고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지금 시대에 아주 솔직하고 멋스러운 해답을 내놓았죠.
모노그램이 새겨진 루이 비통의 패니 팩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핸드백이라고 착각할 뻔했습니다. 버버리는 한 손에 스트랩을 겹쳐 들고 런웨이를 누볐고요. 디올은 상체에 밀착된 넉넉한 크로스 보디 스타일로 스포티 무드를 연출했습니다.
우리가 지난 수 시즌 동안 깨달은 건 숄더백이라고 해서 꼭 어깨에 멜 필요는 없다는, 아주 당연하고도 쉬운 사실입니다. 패니 팩의 다양한 얼굴을 들춰 볼 때가 온 거죠. 언제든 두 손을 자유롭게 휘적일 수 있다는 건 든든한 보험처럼 느껴지고요. 올겨울에는 가장 정직한 방식을 택하고 싶군요. 시린 두 손을 주머니에 마음 편히 넣고 걷기에 이만한 아이템도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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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Runway, Splash News, Instagram,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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