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역에서 펼쳐지는 디자인 쇼,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1년째 런던 전역이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브렉시트 이후 과거의 영광이 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방대하고 역동적이다.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비롯해 올해 디자이너의 키워드는 역시 환경이다. 신소재 개발, 전통과 현대의 융합, 비서구권과의 상생,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의 고군분투 또한 펼쳐졌다.
새벽 6시,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런던 피카딜리에서 즉석 드로잉을 시작했다. 캔버스는 포트넘 앤 메이슨(Fortnum and Mason)의 쇼윈도. 9월 열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 LDF)을 맞아 하이메 아욘의 전시를 준비 중이었지만 드로잉은 예정에 없었다. “그가 원래 즉흥적이긴 해요. 예술가잖아요.” 그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LDF의 설립자이자 총감독 벤 에반스(Ben Evans)가 웃으며 말했다. 아욘은 이렇게 언급한 적 있다. “너무 많이 생각하기보단 본능과 예술의 직접적인 연결을 선호합니다.”
LDF가 유명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에게 의뢰해 선보이는 페스티벌 커미션(Festival Commission)을 올해는 하이메 아욘과 함께했다. 그의 25년 디자인 역사를 대표하는 작품이 포트넘 앤 메이슨의 쇼윈도에 전시됐다. 아욘 특유의 밝고 유머러스한 표정의 세라믹, 청동, 크리스털, 목재 등의 아이템이다. 다 자식 같지만 그중 하나를 꼽아달라는 요구에 아욘은 ‘황금 선인장’을 선택했다. 아욘의 초기 작업 중 하나로 2003년 런던 데이비드 길 갤러리(David Gill Gallery)에 선보이면서 그가 디자이너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의 아트리움에 들어서니 저글링 하는 모습의 대형 곡예사 모빌이 설치돼 있다. 아욘 스스로를 표현한 작품 같았다. 아욘은 자신을 ‘저글링 하는 사람’에 빗댄 적 있다. “아름다움을 세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재와 역사의 균형을 맞춰야 하니까요.”
아욘은 런던을 예술적 여정에서 중요한 도시로 꼽았다. “이곳의 활기차고 창의적인 에너지와 유구한 역사로부터 디자인 영감을 얻어왔죠.” 런던에서 최근 작업은 아트오텔 배터시(Art’otel Battersea) 인테리어를 총괄한 것이다.
LDF는 런던 전역에서 펼쳐진다. 특히 공공 미술 성격이 강한 랜드마크 프로젝트(Landmark Project)는 명소에 대형 작품을 설치하곤 한다. 벤 에반스 감독은 이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허가에만 2년이 걸렸어요. 우리가 여기에 집착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관광객은 가도 현지인은 잊고 지낸 성당이잖아요. 지역민에게 아름다운 이곳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싶었죠. 큰불이 났던 교회는 일부러 전시 장소로 쓰기도 했어요. 이처럼 LDF는 디자인과 런던 각 지역의 상호작용을 중시합니다.”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LDF는 2003년 개관 이래 디자인 축제의 아성이었지만, 브렉시트 이후 조금 잠잠해진 것은 사실이다. EU(유럽연합)에서 받던 예산이 줄었기 때문에 다양한 상업 브랜드와 공조가 필요했다. 이번에 조니워커와 협업해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선보인 것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하이엔드부터 졸업 작품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디자인 축제 중 하나다.
올해 랜드마크 프로젝트의 주요 키워드는 여느 분야처럼 역시 환경이다. 날씨가 무더워지고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와중에 무엇을 더 생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설치물이라면 재고할 만하다. 첼시 예술대학의 넓은 녹지에 10m의 삼각형 목재와 덩굴식물로 뒤덮인 벤치 겸 정원 ‘버트(Vert)’가 들어섰다. 버트 주변 온도는 8도 내려갔고 20년 된 나무보다 4배 많은 그늘을 만들어냈다.
“나무 심기나 건물 옥상의 녹화 프로젝트 말고도 추가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요”라며 뮌헨의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디츠 오피스(Diez Office)’와 프랑크푸르트의 도시녹화 전문 기업 ‘OMC°C’가 버트의 제작 이유를 밝혔다. 두 업체는 수직 녹화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2년간 지속 가능한 저탄소 소재를 찾아 헤맸다. 드디어 미국 활엽수 수출 위원회(AHEC)의 지원 아래 적참나무 집성재를 발견했다. 미국 전체 목재의 18%를 차지하지만 활용도가 낮은 적참나무 수종을, 스위스 목재 전문가 노이에 홀츠바우(Neue Holzbau)와 협력해 집성재로 개발했다. 제작 단가가 높긴 하지만 침엽수보다 단단해 건축자재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적참나무 집성재로 만든 버트에는 생분해성 그물로 해먹을 만들어 시민이 편히 쉴 수 있다. 사이사이에는 나팔꽃, 몬스테라, 노랑 데이지, 밤메꽃 등 식물 20여 종이 자란다. 세 가지 기준을 통과한 꽃이다. 빠르게 자라고 고온을 견디면서 곤충을 위해 꿀과 꽃가루를 생산할 것. 이 설치 작품은 직관적으로 봐도 아름답지만, 환경을 위한 디테일이 가치 있는 디자인으로 끌어올린다.
서머싯 하우스에서 선보인 랜드마크 프로젝트 ‘태양, 나의 심장(The Sun, My Heart)’은 태양에너지를 다룬다. 마르얀 판 아우벌(Marjan van Aubel)은 자신이 디자인한 태양광 조명 쉬너(Sunne) 77개를 한자리에 설치했다. 블룸버그 자선단체의 지원을 받은 이 작품은 태양의 일주를 모방한다. 77개 조명 중 24개는 불타는 둥근 태양을 나타내고 분홍색, 노란색, 주황색 톤으로 바뀌며 일출, 일광, 일몰을 표현한다. 또한 나사(NASA)가 녹음한 태양의 자연 진동을 세공한 음향이 전시장에 흘러나왔다.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8분 20초의 청각 체험은 두뇌 세타파를 유발한다. 세타파는 우리가 편안하게 쉴 때 뇌세포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명상에 이르도록 돕는다. 덕분에 어느 설치 작품보다 오래 머무는 관람객이 많았다. 작품명 ‘태양, 나의 심장’ 역시 승려이자 세계적인 명상가 틱낫한의 글에서 가져왔다. 작품 가운데 센서 버튼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조명 색이 변했다. 보라색에서 주황색으로, 주황색에서 노란색으로. 센서에 접촉하는 사람마다 색이 달라진다. 손의 길이, 압력, 크기를 비롯해 작품과 자신이 상호작용하는 타이밍에 따라 상이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판 아우벌은 런던 왕립예술대학(RCA)에서 졸업 작품을 만들던 중 태양전지의 투명하고도 다채로운 색상에 매료됐다. “태양전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유리 제품이나 테이블, 조명, 건축물과 결합해봤죠.” 그 뒤로 태양에너지의 잠재력을 전하고자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판 아우벌은 태양에너지 연구가 기술적으로만 이뤄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태양을 숫자나 효율성만으로 얘기할 순 없어요. 태양은 더욱 정서적이고 인간적이며 사회적이고 미학적이어야 해요. 즉 총체적인 것이죠.”
올드 셀프리지스 호텔(The Old Selfridges Hotel)의 어두운 전시장 가운데 수십 개의 유리병이 모빌처럼 걸려 있었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실험하는 런던 기반의 예술 단체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Marshmallow Laser Feast)와 조니워커가 함께한 랜드마크 프로젝트, ‘유동하는 빛(Liquid Light)’이다. 조니워커는 재활용 유리를 소재로 최소한의 열을 가해 위스키병을 만들고자 했다. 유리 공예인들과 5년간 연구한 끝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물방울 모양으로 만든, 180g(뚜껑 제외)의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위스키병이다. 관계자는 더 가볍게도 제작 가능하지만 사용성을 위해 타협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지만 언젠가는 이 병에 위스키를 담아 판매하고 싶어요. 환경과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시할지는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의 몫이다. 그들은 중력과 유동하는 유리의 관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빛이 유리병을 통과하면서 벽에 일렁이는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방문객이 그 사이를 배회하길 바랐다.
랜드마크 프로젝트의 다른 코드는 ‘놀이’다. 런던 중심부의 번화가인 스트랜드 올드위치가 영화 <바비>의 세트장처럼 변했다. 그레이터 팜스프링스의 미드 센추리 모던 건축과 바비 드림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경이로운 파빌리온(Pavilions of Wonder)’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1959년 데뷔해 올해 65주년을 맞은 바비는 꾸준히 재해석됐다. 바비만큼 상징적인 것이 그의 집이다. 바비 드림하우스는 1962년에 출시된 이래 당대 건축과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재단장해왔다. 최근 바비 드림하우스는 반려동물 친화적인 형태다.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그레이터 팜스프링스는 ‘미국 모더니즘의 수도’로 불린다. 미국 어느 곳보다 미드 센추리 모더니즘 건축물이 많기 때문. 매년 2월, 모더니즘 위크(Modernism Week)가 열리며, 내년에는 20주년을 기념한다. 대형 유리창, 단순한 선, 기하학적 형태, 다채로운 빛깔의 건축이 특징이다. E. 스튜어트 윌리엄스(E. Stewart Williams), 앨버트 프레이(Albert Frey), A. 퀸시 존스(A. Quincy Jones), 리처드 노이트라(Richard Neutra), 존 로트너(John Lautner), 도널드 웩슬러(Donald Wexler), 윌리엄 크리셀(William Krisel) 등의 건축가가 이 지역에 인장을 남겼다. 1940~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건축 미학의 수준은 더 향상됐다. 이곳을 여행한다면 시나트라의 ‘트윈 팜스’를 비롯해 여러 스타의 저택을 둘러보는 것이 주요 관광 코스다.
런던에 등장한 바비 파빌리온은 덴마크 디자이너 니나 톨스트룹(Nina Tolstrup)이 설계했다. 그녀는 2000년에 스튜디오마마(Studiomama)를 공동 창립한 뒤 스칸디나비아에 뿌리를 두고 자연과의 유대감, ‘놀이’라는 코드를 작품에 활용해왔다.
3개의 파빌리온 중 첫 번째 ‘꿈: 무한한 정원’에는 팜스프링스의 사막과 선인장, 야자수를 들였다. 내부를 감싼 거울에 정원이 비치는 개방형 구조로, E. 스튜어트 윌리엄스가 설계한 코첼라 밸리 저축 대출 은행의 끝이 가늘어지는 줄기둥에서 영감을 받아 바비 드림하우스의 진한 핑크색으로 칠했다.
두 번째 ‘발견: 디자인 스토리’ 파빌리온엔 작은 창이 8개 있다. 창마다 휴양지 패션의 바비, 팜스프링스의 미니 건축 모형이 자리한다. 세 번째 ‘반사: 유쾌한 일시 정지’ 파빌리온은 모더니스트 건축가 앨버트 프레이의 팜스프링스 시청과 2023년 바비 드림하우스에서 영향을 받은 격자 디자인을 차용했다. 니나는 설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상징적인 디자인과 재기 발랄한 상상력을 결합했죠. 보기만 해도 즐거운 작품으로 도시의 삶에 개입하고 싶어요.” 이 프로젝트를 지원한 비지트 그레이터 팜스프링스(Visit Greater Palm Springs)의 마케팅 최고 책임자 콜린 페이스(Colleen Pace)는 “이 설치 작품은 건축 유산을 기리면서, 그레이터 팜스프링스의 포용적이고 유쾌한 천성을 보여주죠”라고 말했다.
LDF에서 세 번째로 열린 ‘머티리얼 매터스(Material Matters)’는 소재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자리다. 전시장은 고기 통조림을 만들던 공장이었으나 지금은 갤러리와 디자이너 스튜디오가 입점해 템스강의 랜드마크가 된 옥소 타워 워프(Oxo Tower Wharf)의 바지하우스(Bargehouse). 50여 개 브랜드, 디자이너, 제조업체의 지향점은 ‘환경’으로 집결된다. 현장에 소개된 소재는 해초, 진흙, 폐기물, 식물 뿌리, 오렌지 껍질, 종이, 바이오플라스틱, 머리카락 등이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스튜디오 사네 비서(Studio Sanne Visser)의 머리카락으로 물레를 돌리는 퍼포먼스다. 인간의 머리카락으로 밧줄, 옷, 장식품 등을 만든다. 다소 기괴할 수 있으나 머리카락은 끊임없이 생산되는 천연자원임은 분명하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도 LDF를 맞아 특별전이 마련됐다. 인상적인 두 가지 전시 모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들이다. 일본 전통 공예와 신기술 협력을 지향하는 단체 ‘Craft×Tech’는 디자이너 6인이 작품 10여 점을 선보였다. 지난 6월, 아트 바젤 기간에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에도 선보인 전시다. 국제 행사에 참여해 모던하게 브랜딩한 자국의 전통 공예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또 하나는 가나계 영국인 예술가이자 건축가 자일스 테티 나티(Giles Tettey Nartey)의 ‘커뮤니온(Communion)’이다. 서아프리카의 주식 ‘푸푸’를 만드는 절구를 시크하게 다시 디자인했다. 한 명은 바나나와 카바사를 절구에 찧고, 다른 이는 반죽을 돌릴 수 있도록 절굿대와 절굿공이 등을 갖추되 외관은 디자인 가구 같다. 작가는 “함께 요리하며 식사를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이 교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LDF에 간다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 디스트릭트(Design District)’를 집중적으로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브롬프턴, 쇼어디치, 메이페어, 킹스크로스, 클러큰웰 등 런던의 여러 지역이 각기 다른 주제의 디자인 허브로 묶여 있다. LDF 기간에는 해당 지구에서 여러 프로그램이 열리고 개방되는 스튜디오가 많다.
나는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이 집결된 이스트 런던의 쇼어디치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방문했다. 주로 신인 디자이너들이 터를 잡고 있다. (쇼어디치가 주목받으면서 이들도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 떠나는 중이다.) 이곳 대장주인 리 브룸(Lee Broom)은 디자이너 리 브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2007년 만든 브랜드로, 가구와 조명 제품을 선보인다. 대형 브랜드에 편입되지 않고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까지 다루며 디자인계 상위권에 여전히 랭크된다는 게 의미가 크다. 인기 브랜드답게 방문 당일에도 젊은 팬들이 새 컬렉션을 보기 위해 줄을 섰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영감을 받은 조명은 그답게 은은하고 우아한 디자인이다.
또 하나 쇼어디치에서 인상적인 전시는 파키스탄의 누마이슈 카라치(Numaish Karachi)와 영국의 THISS 스튜디오가 주관하고 영국문화원이 후원한 프로젝트다. 공개 모집한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파키스탄 신드의 레지던시에 머물며 지역 장인들과 교류했다. 함께 만든 공예품을 쇼어디치로 가져와 <Jhuley Lal: Crafting the Contemporary>란 전시를 열었다. “문제는 버려진 벽돌로 만든 이 테이블을 가져오기 위해 수많은 허가 절차를 거쳐야 했다는 거죠.” THISS 스튜디오 관계자가 토로했다. 결국 가져오지 못한 공예품이 있지만, 이 상생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LDF의 총감독 벤 에반스와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차담을 나누는 자리. 그가 LDF의 미래를 다소 걱정했다. 세계의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유입되어야 런던 디자인계가 커나갈 텐데 브렉시트 이후 그것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LDF의 구력이 계속되길 바랄 뿐이다.
다음 LDF의 주인공은 음식일지 모른다. 디자인계 미래 주자가 음식 디자인이라는 의견이 꽤 나온다. 벤 에반스는 삼시 세끼 빵을 먹는 영국인들을 위해, 일명 ‘디자인 빵 만찬’을 가장 영국적인 공간에서 열고 싶어 했다. 물론 친환경 코드는 계속된다. 지난 런던 마라톤 때 플라스틱 물병 대신 나눠준 식용 물캡슐처럼, 디자인이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놓을 순 없다. (VL)
- 피처 디렉터
- 김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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