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폐기물이 아니에요! 오래된 물건을 향한 세레나데
노란 빛깔의 레몬이 지닌 이미지와 달리, 1971년 종로구 율곡로에 준공된 건물 12층에 자리한 ‘레몬서울’은 창밖으로 경희궁의 고즈넉한 풍경이 드는 공간에 레트로 가젯이 빼곡해 회색빛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처음 레몬 사탕이 나왔을 때 신맛이 너무 강해서 불량품, 정크(Junk)라는 뜻이 슬랭처럼 붙었대요. 우리가 수집한 물건도 언뜻 폐품처럼 보이지만, 말끔하게 갈고닦으면 아주 예뻐요.” 김보라·윤종후 대표가 운영하는 레몬서울은 이름이 지닌 의미처럼 1970~1980년대에 생산된 음향 장비, 브라운관, 게임기, 피규어 등 레트로 가젯을 중심으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소장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취급한다. 이전까지 디자이너·VMD로 일하던 두 대표가 잦은 해외 출장길에 취미 삼아 하나둘 모은 것이 방대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을 열게 되었다. 두 사람이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계절이나 그날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트는 것. 1970~1980년대 보사노바, 재즈, 시티 팝 등 좋아하는 음악을 동시대에 발매된 플레이어로 틀어 온전히 음악을 만끽한다. 레몬서울은 아날로그의 낭만적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것은 물론 버블 경제로 인해 상상하는 대로 디자인이 구현된 일본의 전자 음향 기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런 매력을 느끼고자 초등학생부터 70대 노신사까지 여러 연령층의 방문객이 쇼룸을 찾는다.
레몬서울은 알고 보면 심해처럼 깊고 풍성한 레트로 문화를 알리고자 전시, 컴필레이션 음반과 헤드폰, 스피커 제작까지 레트로 컬처와 관련해 전방위적 활동을 이어간다. 또한 수집을 근간으로 하는 가운데 디자이너로서 깨닫는 것도 많다. “브랜드에서 처음 발매된 아이템일수록 직관적이고 아름다워요. 우리에게 익숙한 아이폰만 하더라도 초기 모델이 애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죠. 워크맨도 마찬가지고요. 그 전에 회사를 운영하며 재고가 있는데도 더 쉬운 제작 공정이나 산업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 약간 변형한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시스템이 굉장히 소모적이라 느꼈어요. 레트로 가젯을 향한 레몬서울의 사랑은 문화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물건의 수명은 유한하지만 그것을 향유한 시대의 문화는 영원히 남는다. 레몬서울은 오래된 물건을 닦고 매만지며 복원해 지난 시절 디자인과 음악에 대한 향수를 지켜낸다.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글
- 유승현
- 사진
- 박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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