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행 트렌드는 ‘섹슈얼 웰니스’
여행은 은밀한 욕구와 욕망을 탐구하는 일이다. 육체적 즐거움을 염두에 둔 여행지 리스트와 함께 여행 키워드로 급부상 중인 ‘섹슈얼 웰니스’를 낱낱이 파헤쳤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건강 지식이 얼마나 많을까? 예를 들면 사과는 아침에 먹는 것이 좋으며, 브로콜리가 장내 미생물 균형에 좋고, 식후 걷기가 소화에 좋다는 사실을 세상은 진리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건강과 관련해 여전히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섹스가 건강에 이롭다는 점이다. 당신은 섹스가 면역력을 높이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며,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요가와 명상이 성적 흥분과 욕구를 증진한다는 사실은? ‘섹슈얼 웰니스(Sexual Wellness)’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건강 트렌드 중 가장 마지막 주제일 것이다. 그러나 발 빠른 여행업계는 섹슈얼 웰니스라는 흐름에 무서운 속도로 동참하고 있다. 섹슈얼 웰니스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를 만끽할 수 있는 호텔과 스파, 리트리트(이 용어의 정확한 의미는 뒤에서 파악할 것)에는 어떤 곳이 있는지, 더 늦기 전에 살펴봤다.
섹슈얼 웰니스란?
<마인드 더 갭: 욕망에 대한 진실과 섹스 라이프를 일구는 방법에 대하여(Mind the Gap: The Truth about Desire and How to Futureproof Your Sex Life)>를 쓴 임상 심리사이자 성 심리학자 카렌 거니(Karen Gurney)는 말한다. “섹슈얼 웰니스란 성적 진정성과 자유, 쾌락을 향한 여정입니다. 성적 만족감은 관계 만족도, 심리적 웰빙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어요. 섹스는 육체와 정체성을 알 수 있는 훌륭한 도구죠.” 섹스와 섹스로 인해 느끼는 친밀감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상 이점은 일명 ‘사랑 호르몬’이라 일컫는 옥시토신 분비와 관련이 있지만, 섹슈얼 웰니스를 단지 호르몬 작용에 관한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섹슈얼 웰니스는 성인용품 사용과 오르가즘 횟수뿐 아니라 자존감, 삶의 안정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거니 박사는 덧붙인다. “우리는 (혼자서든 파트너와 함께 하든) 섹스가 오직 육체의 만족을 위한 (다소 경솔한) 행위라는 생각을 갖고 있죠. 섹스가 우리의 정체성이나 정치적 견해, 인간관계와도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기 쉬워요. 사람들은 일과 다이어트, 운동과 관련해서는 건강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자기반성을 잘하지만 성생활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죠. 또한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섹스는 수치심과 연결되기도 하기에 많은 사람이 섹스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섹스를 더 발전시켜나가야 할 무언가로 여기는 데 여전히 서툽니다.”
왜 지금 섹슈얼 웰니스가 중요할까?
최근 들어 섹스의 중요성이 커진 데는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 뷰티 전문 웹사이트 컬트 뷰티(Cult Beauty)는 첫 봉쇄 기간 동안 사이트에서 ‘섹슈얼 웰니스’ 검색량이 850% 증가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미국 킨제이 연구소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섹스 빈도는 감소했을지 몰라도 오히려 5명 중 1명은 다양한 섹스 레퍼토리(휴대폰으로 누드 사진이나 야한 글귀, 그림을 주고받는 섹스팅, 마사지, 체위, 섹스 판타지 실현 등)를 시도했으며, 그로 인해 전반적인 성생활이 개선되었다고 고백한 이들의 비율도 3배 이상 증가했다.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구프(Goop)를 창립한 기네스 팰트로는 섹슈얼 웰니스의 오랜 신봉자다. 올 초 그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카테고리에 쾌락 추구를 위한 ‘구프 섹스(Goop Sex)’ 항목을 추가했다. (그리고 잘 알다시피 팰트로가 움직이면 세상의 무언가가 바뀌고 만다.) 공교롭게도 그 후 섹슈얼 웰니스의 글로벌 시장은 2028년까지 55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여행업계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이 흥미로운 흐름과 손잡을 방법을 궁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22년에 식스 센스 이비자(Six Senses Ibiza)와 세인트 레지스 푼타 미타(St. Regis Punta Mita)가 섹슈얼 웰니스 전문 리트리트를 열고, W 브리즈번(W Brisbane)이 성 상담 컨시어지 서비스를 팝업 형태로 론칭했으며, SHA 웰니스(SHA Wellness)가 올해 성생활 건강 부서를 신설했다. 동시에 전 세계 호텔이 미니바에 견과류를 채워 넣듯, 익숙하게 ‘러브 키트’를 비치하기 시작했다.
섹슈얼 웰니스 리트리트란?
거니 박사는 말한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생활에 리프레시를 선사한다는 것은 모두가 경험을 통해 느끼는 사실이죠. 새로운 주변 환경과 청소와 요리에 대한 정신적 부담 감소, 애정을 느끼는 사람과의 밀도 높은 시간은 성생활에 대한 관심과 만족도를 끌어올립니다.”
‘일상으로부터 도피해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의미해온 리트리트(Retreat)는 ‘섹슈얼’과 결합했을 때 셀프 리트리트,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코칭 프로그램과 에로틱 마사지처럼 전문가가 운영하는 체계적인 형태를 모두 아우른다. 물론 섹스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훌륭한 리트리트가 될 수 있다. 휴식을 우선시하고, 요가나 호흡요법 같은 스트레스 낮추는 활동을 제공하는 모든 리트리트가 궁극적으로는 섹슈얼 웰니스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거니 박사는 리트리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낯선 환경은 섹슈얼 웰니스를 찾아나서는 훌륭한 터닝 포인트가 될 거예요. ‘어떻게 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이런 충만한 행복과 만족감을 지속할 수 있을까?’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섹슈얼 웰니스를 추구하는 리트리트 7
백 투 더 보디
다시 몸에 집중할 때!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멕시코 등 전 세계에 포진한 백 투 더 보디(Back to the Body)는 여성이 편견 없이 욕망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리트리트다. 이곳의 슬로건은 “이곳은 섹스 스쿨이 아니라 셀프 스쿨입니다”! 창업자 파멜라 매드슨(Pamela Madsen)은 자신의 욕망을 파악하고, 수치심을 극복하는 친밀감 코칭과 보디 워크 수업을 10년 넘게 진행해온 섹슈얼 웰니스계의 원조 격 인물이다. <성 및 관계 치료 저널(Journal of Sexual and Relationship Therapy)>에 실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만족감, 성적 흥분도와 만족도, 파트너와의 관계가 모두 개선되었다. 무려 95%의 참가자가 프로그램에 다시 참여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SHA 웰니스
스페인의 자연 보호 구역인 세라 헬라다 자연 공원(Parc Natural de la Serra Gelada)에 자리한 이 스파 리조트는 진정한 웰빙을 찾아나선 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 난 곳이다. 지난해 8월 론칭한 성생활 건강 부서에 대한 반응도 열광적이다. 웰빙의 개념에 다각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성기능, 욕망, 자존감 등 섹슈얼 웰니스의 모든 측면을 중요하게 다룬다. 이 서비스를 이끄는 심리학자 신티아 몰리나(Cinthya Molina)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고혈압 수치를 염려하는 것만큼 성적 만족도에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성적 만족감 역시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죠.”
나투르호텔 포르슈토프구트
아이가 있는 부부는 여행을 떠나도 사생활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가족 친화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오스트리아 아지츠산 비탈의 5성급 호텔 나투르호텔 포르슈토프구트(Naturhotel Forsthofgut)는 자녀가 있는 부부에겐 꿈같은 목적지다. “같은 부모로서, 배우자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절실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호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일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인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해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만끽하도록 도와주죠.” 호텔 대표 크리스토프 슈무크(Christoph Schmuck)의 말이다. 그가 가장 먼저 추천하는 경험은 성인 전용 스파. 2시간짜리 ‘발트스파 센슈얼’ 프로그램은 마사지와 휴식 시간, 온천욕을 모두 제공한다. 혹은 전문가가 아이를 돌보는 동안 프라이빗 루프톱을 예약해 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며 샴페인을 음미할 수도 있다.
섹스 클럽
이름에서 멈칫할지 모른다. 그러나 런던과 베를린에 자리한 섹스 클럽(Sex Club)은 옷을 완전히 갖춰 입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곳이다. 전문 상담사 율리아네 뮐러(Juliane Mueller)와 코너 크레그(Conor Cregg)가 6년 전 런던과 베를린에 공동으로 설립한 이 주말 워크숍은 ‘신체 감각 경험’이라는 심리 치료에서 착안해 성적 지향, 성별, 성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섹스를 탐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재미있고, 너그러운 시간을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토론과 체감 훈련을 통해 아이 같은 관점으로 장난기와 욕망의 영역을 탐구하게 된다. 만지고, 만져지고, 쾌락을 경험하는 기회를 통해 자신과 더 깊숙이 연결되고, 수치심과 거리낌을 벗어던지게 된다는 후기다.
언요크드
섹슈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은 다분하지만 너무 본격적인 프로그램은 부담스럽다면? 홀로 만끽할 수 있는 리트리트도 존재한다. 외딴 자연에 자리 잡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캐빈을 확장해온 언요크드(Unyoked)는 섹슈얼 웰니스 회사 노멀(Normal)과 협업해 ‘컴 투게더(Come Together)’라는 온라인 커리큘럼을 고안했다. 자연에 파묻혀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고립형 엔터테인먼트랄까? 전문 섹스 코치 조지아 그레이스(Georgia Grace)가 제공하는 친밀감과 결속에 대한 강의를 다운로드하면 모든 준비는 끝이다. 웨일스 계곡의 웅장한 경치에 둘러싸인 웨일스 블랙마운틴, 사우스다운스, 서퍽, 노퍽 등 다양한 지역에 설치된 언요크드 오두막에서 나만의 솔직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잰 데이 리트리트
가수 스팅이 무려 7시간 동안 섹스를 만끽했다는 충격적인 고백과 함께 유명해진 탄트라 섹스. 감각과 영적 에너지를 결합한 고대 인도의 탄트라 수행은 록 음악보다 수천 년 앞선 역사를 자랑하는 섹슈얼 웰니스 프로그램과 다름없다. 저명한 탄트라 및 관계 전문가 잰 데이(Jan Day)가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안내하는 일주일간의 리트리트는 명상, 호흡요법, 사교 모임, 춤과 스킨십을 활용한 본격적인 성 탐구 프로그램이다. 데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은 충만한 삶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대표 프로그램 ‘서머싯’ 워크숍은 글래스턴베리에서 불과 8km 떨어진 시골에 자리한 단출한 건물, 어스스피릿 센터(EarthSpirit Centre)에서 진행된다.
차야 요가 리트리트
차야 요가 리트리트(Chaya Yoga Retreats)는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의 경치를 적극 활용해 자연과 결합된 요가 웰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1년 내내 다양한 테마의 행사가 열리는데, 올해는 ‘요니의 사원: 쾌락을 통한 변화(The Temple of Yoni: Transformation Through Pleasure)’가 재개되어 많은 이의 관심이 높았다. 일주일간 계속되는 리트리트는 요가와 명상, 호흡요법, 성감대 워크숍(‘요니’는 외음부, 질, 자궁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다)으로 이어진다. 차야 요가 리트리트의 창시자 루시 힐(Lucy Hill)은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섹스와 섹스 가능성에는 엄청난 괴리가 존재해요. 섹슈얼 웰니스는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치유와 변화, 황홀경에 관한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죠.”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글
- AMY ABRAH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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