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5시부터 11시까지, 킬리언 머피의 저녁 루틴을 예측하다

2024.12.08

5시부터 11시까지, 킬리언 머피의 저녁 루틴을 예측하다

‘J’로 알려진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 분 단위로 짠 그의 취침 시간 루틴을 예측했다.

5 P.M.

집 근처 술집에 들른다. 스스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최애’ 배우임을 상기하며(킬리언 머피(Cillian Murphy)는 <배트맨 비긴즈>(2005)부터 <오펜하이머>(2023)까지 놀란 감독과 여섯 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다) 감자와 소시지를 푸짐하게 올린 플레이트를 만족스럽게 음미한다.

6 P.M.

서늘한 공기가 흐르는 집에 도착해 벽난로 가까이에서 팬플루트로 빌리 아일리시의 ‘What Was I Made For?’를 구슬프게 연주한다.

6:10 P.M.

“나는 천상의 재능을 인간계에 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고요하게 되뇐다.

6:30 P.M.

싸구려 진을 홀짝이며 목욕을 위한 샤워 캡을 신중하게 고른다. 오늘따라 마음이 가는 하나만 남기고 다른 것은 다시 보관함에 넣는다. 진에 기네스 맥주를 살짝 탄 다음 욕조에 몸을 담근다.

7:05 P.M.

아름다운 윤곽을 드러낸 양쪽 광대뼈에 케리골드의 무염 버터를 문질러 은은하게 윤기를 낸다.

7:15 P.M.

피부 각질을 제거한다. 거울을 보며 “이제 나는 광이 나는 피부의 소유자고, 주름을 완벽하게 예방했다”고 엄숙하게 선언한다.

7:30 P.M.

왼쪽 눈에 바이진(점안액)을 거의 한 통 가까이 넣고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가 변함없는지 확인한다. 오른쪽 눈에도 반복한다.

8 P.M.

또 다른 자아인 칠리언 머프 도그(Chillian Murf Dawg)를 소환해 랩 가사를 끄적인다. 배리 케오간(킬리언 머피와 마찬가지로 아일랜드 출신 배우)에 대한 끝내주는 라임을 몇 줄 쓴다.

8:20 P.M.

폴 메스칼(드라마 <노멀 피플>로 얼굴을 알린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를 “진짜 배우”로 추켜세운 적 있다)에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의 짤 이미지와 함께 실없는 메시지를 보낸다(킬리언 머피는 2024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래들리 쿠퍼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8:25 P.M.

인터넷을 뒤져서 자신을 럭키 참스 시리얼의 광고 문구처럼 “마법처럼 맛있다(Magically Delicious)”고 표현한 연예 전문 기자들을 색출해 응징할 방법을 궁리한다.

9 P.M.

몰리 말론(영국 식민지 시절 비극적인 삶을 산 아일랜드 여인으로 그의 생애는 유명 민요와 동상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의 영혼과 부드러우면서도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10 P.M.

테라스 문을 열고 “나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다!”라고 외친다. 단, 영화 <오펜하이머>와 달리 이번에는 게일어(아일랜드어)로.

10:01 P.M.

4개의 기둥에 풍성한 캐노피가 달린 전통적인 스타일의 침대에 눕는다. 아일랜드 유령 밴시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휴대폰으로 <CSI 마이애미>를 크게 튼다.

11 P.M.

아일랜드에서만 누릴 수 있는 깊고 평화로운 잠에 빠진다. (VL)

    피처 에디터
    류가영
    WENDI AARONS, JOHANNA GOHMANN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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