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마법사, 해리 누리에프의 손끝에서 열린 새로운 포털
싱크대를 쌓아 올린 탑, 데님 하우스, 분수를 품은 부티크 등 공간의 마법사 해리 누리에프의 손끝에서 놀라운 포털이 열린다.
과연 진짜일까? 해리 누리에프(Harry Nuriev)가 창조한 공간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린다. 네온 컬러로 뒤덮인 공간과 유서 깊은 건축물 안에 들여놓은 미래적인 형태와 질감의 구조물, 데님이나 쓰레기봉투, 고풍스러운 태피스트리로 감싼 가구 등은 세상 어디에도 없던 풍경이다. (물론 해리 누리에프는 메타버스 디자인을 즐긴다.) 이런 과감한 디자인은 누리에프가 상상과 로망을 중시하는 패션 브랜드의 애정을 한 몸에 받게 된 이유다. 누리에프는 2014년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라는 건축 및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주거와 상업 공간, 호텔, 디자인 가구와 오브제를 탄생시키고 패션계뿐 아니라 예술계와도 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의 존재감이 특히 패션계에 강하게 휘몰아친 것은 2019년. 디자인 마이애미 기간에 선보인 발렌시아가 소파 때문이었다. 손상되어 판매할 수 없거나 한물간 발렌시아가 의상을 투명한 PVC로 감싸 완성한 소파였다. 이후 그는 나이키, 구찌, 지미 추, 도버 스트리트 마켓, 해로즈 백화점 등과 협업했고, 미식 프로젝트 그룹 위 아 오나(We Are Ona)처럼 창의적인 예술가들과도 끊임없이 맞닿았다. 그런 누리에프가 한국에 다다른 지난 8월, 이태원 팝업 공간 하하우스(Hahouse)에 그가 디자인한 태피스트리 침대와 키보드 프레임의 거울이 등장했다. 이곳에서 <보그 리빙>과 첫인사를 나눈 누리에프에게 매력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비결을 물었다.
지난여름 상하이와 한국에서 공간을 선보이며 아시아를 탐방했다. 이번 여정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나?
서울에 와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어 즐거웠다. 새로운 작업과 영감을 얻기 위해 꾸준히 드나드는 서울은 흠모할 만한 에너지가 흐르는 마법의 도시다. 최근 서울 팝업에서는 침대와 거울로 공간을 방처럼 꾸몄는데 크게 고민한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단순하고 직관적인 판단을 따르기 때문이다.
주거·상업·메타버스 공간까지, 다양한 형태와 목적의 공간을 디자인한다. 옷이나 음식이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일의 즐거움은 무엇인가?
모든 창조적인 과정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모든 프로젝트는 그것만의 특별한 성취감과 까다로운 미션을 수반하며 그 모든 과정이 어떤 분야에 적용되는지는 대단하지 않다.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좋은 디자인은 대중적인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인가?
커미션 작업이든 전시든 모든 프로젝트에 임할 땐 규모나 미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제대로 만들었다고 느낄 때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일 뿐이다. 성공은 모든 것이 완성된 후 대중이 판단하는 것이기에 작업할 때는 성공을 염두에 두거나 그걸 이루려고 애쓰지 않는다.
소재나 색 선택이 늘 과감하다. 최근 관심을 갖는 색이나 소재는?
소재와 색은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보통 맨 마지막에 그 두 가지를 결정하는 편이다. 그때는 제한적으로 까다롭게 접근하지만 그 전까지는 작업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에 더 깊이 골몰한다. 최근에는 색을 조금 멀리하고 있다.
패션에 대한 당신의 열정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패션계는 급진적인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과 같은 풍성한 세계관을 이룩했다. 패션계는 가장 거대한 업계인 동시에 가장 방대한 동시대 시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공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야다. 그런 세상으로부터 어떻게 영감을 받지 않을 수 있겠나?
건축과 인테리어 업계에 발을 들일 당시 가장 깨뜨리고 싶었던 관행이나 규칙은?
언제나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꿈꿨다. 그래서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과만 어울렸다. 예술이든, 디자인이든 중요치 않다. 어떤 구분과 정의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
여행을 많이 한다. 지금은 어디서 머물고 있나?
여전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산다. 이젠 그런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이 익숙하다. 공항과 기차에 매혹되곤 하는데 가장 자주 머무는 파리 스튜디오 역시 매력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한 생제르맹에 자리한다. 파리에서는 사람이 지역을 고르는 게 아니라 지역이 사람을 고르는 것 같다. 와보면 무슨 말인지 알 거다.
1년에 한두 번씩 스튜디오의 가구 배치를 바꾼다고 들었다. 인테리어가 지겨울 때 가구 재배치는 효과적인 선택인가?
공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 정도 빈도로 불쑥불쑥 찾아온다. 패션계는 1년에 두 번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인테리어 디자인도 그러면 어떤가?(웃음)
올해 출간한 크로스비 스튜디오의 첫 아카이브 북 <메타버스에 안착하기: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미래 디자인까지(How to Land in the Metaverse: From Interior Design to the Future of Design)>에서 “부엌은 신성한 공간이다. 스스로를 위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행위는 먹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부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당신의 부엌은 어떤 모습인가?
평범한 뉴욕 스타일이다. 언젠가는 정말 신성한 부엌을 꾸밀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요리할 시간이 없다.
공간을 장식할 때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은?
실내를 예쁘게 꾸미지 않는다. 내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장식이다. (VL)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포토그래퍼
-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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