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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겠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에드워드 호퍼’

2024.11.29

처음 뵙겠습니다, 영화로 만나는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Nighthawks'(1942).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에드워드 호퍼만큼 대중에게 첫인상이 다양한 화가가 있을까? 호퍼의 첫인상은 그의 그림이 아닐 수도 있다. 회화부터 사진,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오마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Nighthawks'(1942)는 한 번쯤 스쳐 지나가며 볼 수 있는 이미지다. 호퍼가 그린 원작을 알고 현대 문화 곳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은 욕심나는 교양이다. 그런 호퍼의 작품 세계를 연대기로 떠먹여주는 비주얼 아트멘터리 <에드워드 호퍼>가 27일 개봉했다. 에드워드 호퍼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잠깐 멈칫했다면 관람하는 건 어떨까? 호퍼를 비로소 처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인터뷰 영상에서 만나는 에드워드 호퍼.

에드워드 호퍼는 지금의 명성과 달리 처음부터 주목받은 작가가 아니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미술 세계를 차근차근 구축해나갔다. 잘 팔리지 않던 그림이 조금씩 팔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많이 팔리게 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온 호퍼의 이야기는 사시사철 날씨가 어떻든, 매일 아침 주어진 일을 해낸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설령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으니 한 해를 마무리하며 보기에 알맞은 이야기다.

‘Jo in Wyoming'(1946). 호퍼와 아내 조세핀은 여행을 즐겼다.

에드워드 호퍼는 그림뿐 아니라 삶의 태도로도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줄 만한 ‘성공한’ 예술가지만, 그렇다고 일반인과 거리가 먼 별세계의 인물은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갑자기 30cm나 키가 커버려서 또래와 다른 모습 때문에 소심해졌다거나, 어린 시절 창밖에는 어떤 풍경이 보였는지, 첫사랑의 실패, 이후에 만난 연인을 평생의 동반자로 확신한 순간, 그 동반자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에 대한 이야기. 호퍼를 좋아하거나 미워하며 94분 동안 호퍼의 삶에 몰입할 수 있다.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는 호퍼의 말마따나 어떻게 한 편의 영화로 다 묘사할 수 있겠는가마는 이제 호퍼를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게 됐다는 건 분명하다. 인간 에드워드 호퍼와 그의 그림이 주는 감정의 진폭으로 빼곡한 <에드워드 호퍼>는 전국 메가박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유재경(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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