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가족계획’, 역시 가족에겐 대화가 필요해

2024.12.09

‘가족계획’, 역시 가족에겐 대화가 필요해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 컷

제목에 ‘가족’이 들어가면 기묘하다. <조용한 가족>(1998), <바람난 가족>(2003), <가족의 탄생>(2006), <고령화 가족>(2013), <어느 가족>(2018, 원제는 ‘좀도둑 가족’이다) 등등. 제목에 ‘가족’이 없어도 가족을 다룬 작품은 많은데 대부분은 어딘가 기묘한 가족을 그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족이라는 소재를 기묘하게 그리지 않으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공유하는 개념 가운데 ‘가족’만큼 굳건한 기본값을 가진 게 있을까? 아빠와 엄마로 구성된 부모가 있어야 하고 자식(이왕이면 아들, 딸 하나씩)이 있어야 ‘정상 가족’으로 여기는 세상의 인식은 그것을 부정하려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 기본값이다. 그래서 가족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하나같이 이 기본값을 비틀거나 삐딱하게 바라본다. 쉽게 말해 ‘가족’은 ‘어그로’를 끌기에 좋은 소재다.

지난 11월 29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의 어그로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 구성원은 더할 나위 없는 기본값이다. 할아버지, 아빠, 엄마, 아들, 딸, 강아지 한 마리. <가족계획>은 승합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이들의 대화에서 이 가족 또한 평범한 가족이 아니라는 단서를 흘린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가족사진 한 번 찍은 적 없는 가족. 자녀들에게 스마트폰도 사주지 않는 엄마. 그런 엄마를 향해 “친엄마도 아니면서…”라고 말하는 딸. 그리고 자녀들이 학교에서 뭔가 큰 사고를 쳐서 도망치듯 이사한다는 상황 등등. 엄마는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여기서는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아봐.” 딸이 되묻는다. “도저히 못 참겠으면?” 그때 엄마가 답한다. “못 참겠으면 집으로 데려와. 엄마가 해결할게.”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 컷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 컷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 컷

총 6부작으로 제작된 <가족계획>은 1·2화에서 부모의 정체와 이 가족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가 정체를 드러낸 계기는 이사 간 동네에서 맞닥뜨린 범죄다. 자녀들은 전학 간 학교에 가자마자 ‘일진’과 엮이는데, 이 일진은 여학생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합성해 협박을 일삼고 있다. 딸은 일진을 쓰러뜨리고 엄마에게 데려간다. “못 참겠으면 데려오라며?” 엄마는 일진의 허벅지에서 1kg의 살점을 떼어버린다. (안심해도 된다. 반전이 있다.) 시청자와 자녀들의 궁금증이 커진다. 도대체 엄마의 정체는 뭐지? 구구절절한 사연이 나온다. 어린 시절에 들어갔던 특수부대, 그곳에서 배웠던 기술, 어느 날 부대로 들어온 갓난아기들, 그 아기들을 구하려고 했던 엄마와 아빠, 그렇게 한 가족이 된 사람들. <가족계획>은 기묘한 ‘가족’을 그린 많은 작품처럼 ‘어그로’를 끄는 동시에 적절한 타이밍의 ‘떡밥 회수’로 다음 화를 클릭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공개된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첫 주 시청량과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해 보인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 컷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 컷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가족계획’ 스틸 컷

제목에 ‘가족’이 들어가는 작품은 결국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다. 진짜 가족은 혈연으로 엮여야만 하는 것인가? 낳아야만 엄마인가? 아빠는 있어야만 하는가? 같이 정을 나누고 살면 그게 가족 아닌가? 가족이라고 해서 꼭 영원히 가족이어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가족계획>은 오히려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이 ‘정상 가족’처럼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들이 서로에게 정을 찾아가는 계기가 바로 범죄다. 이 동네에는 일진만 판을 치고 있는 게 아니다. 도시 개발에 따른 이익을 독점하려는 세력이 있고, 개발예정구역의 여성들만 죽이는 연쇄살인범도 있으며, 일진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더 나쁜 놈도 있다. 3화까지 방영된 현재 개인적으로 마음이 머물던 장면은 부모와 함께 밥 먹는 것도 싫어했던 아이들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을 때였다. 가족과 함께 하는 범죄자 처단에 도파민이 돌기 시작한 아이들은 그제야 부모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엄마는 그런 아이들이 비운 밥공기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당연히 엄마는 아이들만은 위험한 일에 가담시키면 안 된다고 여겼지만, 그녀도 사실은 아이들과 진짜 가족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남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3화까지의 이야기로도 메시지는 충분해 보인다. 역시 가족에겐 대화가 필요하다.

포토
쿠팡플레이 제공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