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트렌드를 알기 위해선 50년 전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2024년 패션계의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 해를 지배한, 말 그대로 ‘최종 승자’라고 부를 만한 메가 트렌드가 없기 때문이죠. 취향이 점점 개인화되고 세분화되는 요즘, 눈여겨볼 만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1970년대의 ‘부르주아’로부터 영감받은 룩들이 런웨이를 수놓고 있거든요.
50년 전 상류층이 어떤 옷차림을 즐겼는지부터 알아봐야겠죠. 당시 부르주아의 스타일은 미니멀보다 맥시멀에 가까웠습니다. 플레어 핏 또는 퀼로트 팬츠를 즐겨 입었고, 약속이라도 한 듯 부츠를 신었죠. 화려한 패턴과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고, 스카프 같은 액세서리로 재미를 더하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고급스럽되, 지루하지 않은 룩을 완성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사회로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스마트하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 역시 각광받았고요. 이후로는 각진 파워 수트가 인기를 끌며 ‘부르주아식 스타일링’은 서서히 잊혀갔습니다.
다시 현재로 시선을 옮겨볼까요? 패션계를 대표하는 맥시멀리스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발렌티노 데뷔 컬렉션에는 과거의 부르주아들을 연상시키는 룩이 연달아 등장했습니다. 폴카 도트, 보타이, 피크트 라펠 등 ‘그때 그 시절’의 정취를 잔뜩 머금은 디테일과 아이템이 시선을 집중시켰죠. 팬츠의 실루엣 역시 하이 웨이스트, 그리고 플레어 핏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1970년대의 스타일링을 단순히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레이스 장갑, 빨간 스타킹, 발레리나 슈즈 등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솜씨 좋게 녹여냈죠. 프랑스 <보그>는 1970년대와 2024년이 공존하는 이 스타일을 ‘네오 부르주아’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에스닉한 패턴을 가미한 셔츠와 드레스 역시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셰미나 카말리가 쏘아 올린 보호 시크 열풍과도 맞닿아 있는 아이템들이었죠.
발렌티노뿐만이 아닙니다. 생 로랑의 2025 S/S 컬렉션에도 비슷한 무드의 룩이 등장했죠. 이날 쇼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화려한 레이스와 러플 장식이 달린 스커트와 블라우스였습니다. 이브 생 로랑의 뮤즈이자 뉴욕 사교계를 주름잡던 낸 켐프너(Nan Kempner)의 스타일로부터 영감받은 것이 분명한 듯했죠.
프라다와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에서도 1970년대 레퍼런스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프라다는 고풍스러운 모자를, 발렌시아가는 고전적인 매력의 플리츠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언제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뎀나가 ‘스트리트웨어의 럭셔리화’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의미심장하고요. 어쩌면 2025년 트렌드의 키는 1970년대 화려한 파티 현장을 포착한 흑백사진 한 장이 쥐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진
- Getty Images,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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