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한강,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의 순간

2024.12.11

한강,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의 순간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를,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소설가 한강의 작품이 주는 울림이 더 큰 세상으로 향했습니다. 마침내 아시아 여성 문학가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품에 안으며 세계 문학의 중심에 섰죠. 현지 시간으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블루 홀에서 2024 노벨상 시상식이 진행됐습니다. 한강은 노벨상 시상식 전통에 따라 블랙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블루 카펫을 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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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건네는 순간, 객석을 가득 채운 관중은 힘찬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한강은 미소를 띠고 국왕과 악수하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죠.

시상에 앞서 한강을 소개한 엘렌 맛손 한림원 종신위원은 잔인함과 상실감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작지만 강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강의 작품이 죽음과 슬픔을 상징하는 흰색과 삶과 고통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만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죠. 그러면서 한강의 작품 속 인물들은 연약하고 나약하지만, 역사 속 기록을 찾으며 거듭 질문을 던지는 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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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후 이어진 연회에는 스웨덴 국왕을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들, 노벨 재단과 한림원 주요 인사 등 1,3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한강은 이 자리에서 4분가량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작품 세계 전반을 돌아봤습니다. 어릴 때 갑자기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마주했는데, 비를 피하기 위해 모여 있던 사람들을 보며 문득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요. 그녀는 그 순간을 두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창작은)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속 깊이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 만나고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한강은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학이라는 문을 통해 사람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결국 수많은 ‘나’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줍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강연 중인 한강. Nobel Prize Outreach/Anna Svanberg

한강은 더 깊은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발표한 2021년 이후 3년이 흐른 지금, 한강은 앞서 발표한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비록 고통스러운 세계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녀는 작품을 통해 말할 테지요.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 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

포토
Getty Images, Nobel Prize Out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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