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랑해! 패션이 이토록 문학에 흥미를 갖는 까닭
“카일리 제너가 립스틱으로 했던 것처럼 저는 책으로 하고 싶어요.” 독서 플랫폼 벨러리스트(Belletrist)를 운영 중인 배우 엠마 로버츠가 말했습니다. 카일리 제너가 바르는 것만으로도 립스틱이 완판되는 것처럼 유명인이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독서 열풍을 일으키고 싶다는 이야기였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직업, 북 스타일리스트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벨러리스트의 공동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카라 프레이스(Karah Preiss)가 그 말을 인용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개인 브랜딩이란 명목으로 고용하는 북 스타일리스트와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했죠.
북 스타일리스트는 기본적으로 개인 서가의 큐레이팅뿐 아니라 책 속 인물들의 성향, 그러니까 윤리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책 사진을 올리기 전에요. 책은 이미지 중심 문화에서 최신 마케팅 전략처럼 보이지만, 북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반응은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하디드 자매의 바이럴 스냅샷을 떠올려보세요. 스페인 <보그> 피처 에디터였던 알바 코레아(Alba Correa)는 “지지는 카뮈를 읽었죠. 벨라는 스티븐 킹이었고요.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사진에 대한 반응은 ‘불신’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이라면 독서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어요”라며 이런 회의론의 이면에 성차별적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죠. 불신에서 비껴간 인물이 한 명 있죠. 늘 책을 들고 다니는 카이아 거버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북 클럽을 운영하고 있죠.
최근 몇 년 동안 패션과 문학이 깊이 연관되는 분명한 징후가 있었습니다. 매 시즌 디자이너들이 책에서 영감을 찾는 것은 물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커피 테이블 책을 출판하거나, 책 표지로 클러치를 만드는 올림피아 르 탱(Olympia Le-Tan)이 회자되고 있죠. 늘 그렇듯 지적인 패션은 (적어도 근현대사에서는) 프라다에서 시작됩니다. 2013년 미우치아 여사는 문학 공모전을 열었고, 그곳에서 세계적인 시인 아만다 고먼(Amanda Gorman)의 재능이 싹텄습니다.
5년 후에는 로에베가 고서를 엮어 <로에베 클래식(Loewe Classics)>을 만들었죠. 스티븐 마이젤의 사진으로 표지를 입혔으며, 천으로 제본한 바인딩 북은 근사하고 아름다워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죠. <돈키호테>, <드라큘라>, <암흑의 핵심>, <보바리 부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폭풍의 언덕> 등 여섯 편을 엮어 구성까지 탄탄했고요.
2019년 발렌티노는 작가 17명이 쓴 텍스트에 여러 도시의 배경 화면을 곁들인 ‘더 내러티브(The Narratives)’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2021년 샤넬과 샤넬 앰배서더 샬롯 카시라기는 카미유 로랑스(Camille Laurens)와 폴린 곤티에(Pauline Gonthier) 같은 작가들이 참석한 일련의 문학 모임 레 랑데부 리테에르 뤼 캉봉(Les Rendez-vous littéraires rue Cambon)을 시작했다가 팟캐스트로 전환했습니다. 2022년 두바이에서 열린 보테가 베네타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 ‘더 스퀘어(The Square)’ 시리즈엔 수단계 영국 시인 아스마 알 바다위(Asma Al Badawi)가 참여했죠.
그뿐 아니라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읽고 있는 책 제목을 노출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포즈를 취하는 마크 제이콥스나 SNS를 통해 전략적으로 책을 배경으로 자주 보여주는 로살리아처럼요.
그래서일까요? 여성 작가들이 패션계의 새로운 패션 걸이 된 것 같습니다. 스페인에는 레티시아 살라(Leticia Sala), 엘리자베트 두발(Elizabeth Duval), 엘비라 사스트레(Elvira Sastre), 알레한드라 G. 레몬(Alejandra G. Remón) 같은 작가들이 브랜드와 연을 맺고 있죠. 그들과 매우 가까운 곳에는 구찌, 망고, 호스 인트로피아, 로레알 파리와 우먼스 시크릿(Women’secret)도 있고요. 하이패션부터 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시장은 ‘펜’이 발산하는 가치를 흡수하는 데 관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으로 지성을 드러내는 것이 있죠. 인스타그램 시대에 가치가 높아지는 겁니다.
뉴욕엔 인스타그램이 아니라 거리의 바이럴 액세서리가 있죠. 보테가 베네타 백도, 텔파 백도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잡지, <더 뉴요커>의 구독자에게만 증정하는 토트백이죠.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트렌디한 부티크와 빈티지 숍에서 그 가방을 든 사람들을 밤낮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트렌디하면서도 미학적인 룩에 <더 뉴요커> 백을 포인트 액세서리로 활용합니다. 그들이 진짜 책을 읽냐고요? 그건 아무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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