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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계의 비아그라? 위고비 한국 상륙전

2025.01.09

체중 감량계의 비아그라? 위고비 한국 상륙전

‘체중 감량계의 비아그라’로 불리던 위고비가 한국에 상륙한 지 2개월. 위고비는 진짜 기적의 비만 치료제일까?

우량아로 태어나 평생을 다이어터로 살아온 어느 비주얼 디렉터는 누구보다도 위고비의 한국 출시를 기다려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68주 셀프 주사하면 체중의 최대 15%까지 뺄 수 있다는 신묘한 식욕억제제,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의 13kg 감량 비결로 잘 알려져 있다. 2022년 멧 갈라 레드 카펫에 마릴린 먼로의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던 킴 카다시안을 기억하나? 그녀는 위고비의 도움으로 한 달에 무려 7kg을 감량해 옷에 몸을 맞췄다. 다이어트 얼리 어답터로서는 매일이 새로 고침의 나날이었을 수밖에.

그리고 2024년 10월 드디어 위고비가 국내 론칭했다. 단, 이전의 다이어트 약처럼 처방이 쉽지 않았다. 간단한 문진과 ‘살을 빼고 싶다’는 절실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체질량 지수(BMI) 30 이상 혹은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이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묻지 마 비대면’ 처방이 성행하는 것을 알았지만 건강을 위협하고 싶진 않았기에 처방 대상자가 되길 소망하며 그녀는 인바디 체중계에 오르고 피를 뽑았다. 헬시 슬림 보디를 얻기 위해 위고비를 갈망하면서 동시에 건강하지 못한 결과를 고대하는 이율배반이라니! 자괴감이 들었지만 스위치 온 다이어트 후 닥친 폭식 부메랑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위고비뿐일 것만 같았다. 결과는 턱걸이로 세이프! 스타터 레벨, 가장 약한 0.25g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일주일에 한 번 배나 허벅지 등에 셀프 주사하기만 하면 7일간은 식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조금만 먹어도 빠르게 포만감이 차올라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음식이 거의 당기지 않았어요.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몇 입 먹으면 금세 속이 그득해져서 숟가락을 놓게 되더라고요.”

7일 만에 약 2.5kg이 빠졌다. 그래서 그녀는 행복해졌을까? “절반의 행복이라고 할게요. 살이 빠지는 건 반갑지만 소화불량처럼 계속 속이 더부룩했거든요. 가장 힘들었던 건 매사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 거예요. 우울증이 재발한 것 같았어요.” 예젤의원 이상욱 원장은 이게 모두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GLP-1 호르몬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설명한다. “위고비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은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해 식욕을 억제합니다. 위에서 음식이 배출되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포만감이 오래 지속될 순 있지만, 음식물이 느린 속도로 이동하니 소화가 잘되지 않겠죠.” 또한 장의 운동성도 억제되기 때문에 설사나 변비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두통과 우울감 역시 GLP-1 유사체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유발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패턴과 정도 역시 예측 불가.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이 가능한 반면 메스꺼움과 구토 때문에 일주일을 누워서 보내는 사람도 있다.

첫 주가 지나고 그녀는 딜레마에 빠졌다.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다시 170시간 동안 계속되는 체기와 기묘한 우울함을 견뎌야 한다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의사들이 위고비 전, 삭센다를 먼저 경험하길 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에요.” 더 클리닉 김명신 원장은 위고비와 같은 기전이지만 지속 시간은 하루 미만인 삭센다로 적응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한 달에 60만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신중을 기하라는 거다. 결국 그녀는 또 다른 위고비와의 일주일을 선택했다. 단, 이번엔 정신을 차리고 식단과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첫 주에는 입에 당기는 자극적인 음식을 조금 먹었다면 2주째부터는 단백질 위주의 건강한 식단에 도전했어요.” 다년간의 다이어트 경력으로 체중계 숫자보다 중요한 게 체성분이라는 걸 이해하고 있었고, 처방해준 의사 또한 지난 일주일의 식단이 너무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어차피 뭘 먹어도 입맛이 없으니 닭 가슴살 샐러드, 두부덮밥도 그럭저럭 괜찮던데요? 속 부대끼지 않게 하루 네다섯 번으로 나눠 계속 섭취했어요.” 이상욱 원장은 이런 단백질 위주 식단은 위고비 등의 식욕억제제를 사용할 때 필수로 사수해야 할 항목이라고 강조한다. “적게 먹는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한 끼에 최소 20~30g 단백질을 포함하도록 주의를 기울이세요.” 또 한 가지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었다. 운동이다. 파프짐 대표 차주호 트레이너는 “우리가 들어왔던 대부분의 성공적인 위고비 실험 사례는 운동을 병행한 결과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체중을 감량하려고 할 때 이상적인 지방과 근육 감량 비율은 8:2 정도인데, 이에 비해 위고비는 근육량 감소가 더 큰 편이라 만약 근력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기초대사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한 달 만에 약 4.5kg을 감량했다. 동시에 0.5mg으로의 증량은 포기했다. “앞으로 평생 지난 한 달만큼 조금 먹을 자신이 없더라고요. 곧 요요가 올 것을 알기에 실망스럽긴 하지만, 줄어든 몸무게보다 더 큰 수확이 있었어요.” 입맛이 싹 변한 것이다. 신선한 야채와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3주 지속했더니 어느새 정제 밀가루 냄새가 비릿하게 느껴지고 혀가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반기지 않게 됐다. 세상만사 다 잊고 헐떡였던 운동 후의 쾌감은 뇌를 선명하게 했으며, 등 운동 후 거북목이 교정되자 목이 길어지며 우아한 인상으로 거듭났다.

지난 12월 초, 출시 약 1개월 만에 정부는 위고비의 비대면 처방을 전면 제한했다. 이제 호기심만으로는 위고비를 쉽게 구할 수 없다. 아쉬운가? 그럴 필요 없다. 이 약의 진가는 자극적인 감량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명신 원장은 위고비를 교정 프로그램의 한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원래 위고비는 비만 환자들이 68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습득하도록 돕는 보조 수단으로 탄생했다. “이 강력한 식욕억제제는 단지 많이 먹지 못하게 하는 역할만 할 뿐이에요. 무엇을 먹을지 어떤 방법으로 몸의 라인을 건강하게 단련할지는 사용자의 결단에 달려 있죠.” 사실 누구든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는 66일의 고비를 넘기고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위고비 없이도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만들 수 있다. 차주호 트레이너는 중요한 건 잘 먹고 많이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의 보고에 따르면 비만일 경우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교정만으로도 약 25주에 체중의 10% 감량이 가능합니다. 68주에 15% 감량을 달성하는 위고비에 절대 뒤지지 않아요.” 무엇보다 운동과 식습관으로 다진 몸은 쉽게 살찌지 않는 구조로 개편된, 극강의 효율을 자랑한다.

위고비는 인류의 발견이고 초기 감량이 어려운 누군가에게는 어둠 속 등대다. 단, 이 작은 바늘을 배에 찔러 넣기 전 다짐하자. 바르고 건강한 생활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위고비가 습관 개선의 기폭제로 활용될지, 아니면 요요의 자폭 다이너마이트가 되어버릴지는 온전히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VK)

컨트리뷰팅 에디터
백지수
포토그래퍼
박지홍
프롭
이지현(디자인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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