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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마주한 랄프 로렌의 어제와 오늘

2024.12.22

상하이에서 마주한 랄프 로렌의 어제와 오늘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찰스 디킨스가 쓴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이다. 중국의 두 도시 항저우와 상하이에서 행사가 열린 순간만큼은 패션 역사에 최고의 시절로 기록될 것이다.

SHANGHAI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융합된 도시 상하이. 그곳에서 펼쳐진 랄프 로렌의 어제와 오늘.

10대의 내 옷장에는 굵은 스트라이프 패턴이 인상적인 폴로 랄프 로렌 럭비 셔츠가 가득 걸려 있었고, 20대의 나는 더블알엘(RRL) 데님 웨스턴 셔츠를 해질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입었다.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은 랄프 로렌 컬렉션의 매끈한 턱시도 수트를 사기 위해 적금을 든다. 누군가의 삶과 성장에 이토록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브랜드는 지구상에 랄프 로렌뿐이다. 반세기 이상 아메리칸 클래식이라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정의해온 랄프 로렌(Ralph Lauren)의 일생을 다룬 첫 다큐멘터리 영화 <베리 랄프(Very Ralph)>가 중국 상하이에서 프리미어를 개최했다. 랄프 로렌을 상징하는 포니 모양 드론이 상하이의 밤하늘에 등장하며 시작된 프리미어는 배우 정수정과 하정우가 참석한 스크리닝 이벤트로 이어졌다.

“당신은 패션과 스타일의 개념을 창조했을 뿐 아니라 일관성과 성실함으로 그것을 보호했습니다. 우리에게 인생의 가장 좋은 것을 늘 상기시켰죠. ‘베리 랄프’가 어떤 의미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1992년 CFDA 패션 어워즈에서 오드리 헵번이 랄프 로렌에게 최초의 CFDA 평생공로상을 시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베리 랄프>는 다큐멘터리 감독 수잔 레이시(Suzanne Lacy)가 연출과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뉴욕 브롱크스 출신인 랄프 로렌이 넥타이 매장으로 패션 사업을 시작한 1967년부터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 된 지금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제가 하는 일은 ‘삶’ 그 자체를 담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가고, 주변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 사랑까지 모두 포함하죠.” <베리 랄프>에 등장한 미스터 로렌은 랄프 로렌이라는 브랜드를 본인의 삶에 빗대 표현했다. 칼 라거펠트와 나오미 캠벨, 카니예 웨스트, 캘빈 클라인은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여든을 훌쩍 넘긴 랄프 로렌이 완성한 ‘아메리칸 뷰티’에 대한 헌사를 전했다. 창의성, 진정성, 꿈을 향한 랄프 로렌의 도전이 담긴 <베리 랄프>는 관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상영관을 가득 메운 박수 소리로 그 마음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VK)

    패션 에디터
    신은지
    포토
    COURTESY OF RALPH LAUREN
    SPONSORED BY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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