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럭셔리 하우스로 자리 잡은 에르메스. 그만큼 원하는 제품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특히 버킨 백처럼 모두가 원하는 건 더 어렵죠.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버킨 백을 구입하기 위해 유명 배우 루시 리우의 이름을 잠깐 빌린(!) 사만다를 떠올려보세요. 실제로 버킨 백을 구매하려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카더라’가 돌기도 합니다. 에르메스 제품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해야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도 그중 하나죠.

그렇다면 정말 버킨 백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르메스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가 최근 미국 CBS 프로그램 <60 Minutes>에 출연해 팁을 공개했습니다.

버킨 백은 약 1만 달러에서 시작해 소재와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희소성에 따라 리셀 시장에서는 가격이 더 급등하죠. 일례로 2022년 소더비 경매에서 다이아몬드가 박힌 하드웨어 디테일의 화이트 히말라야 버킨은 45만 달러, 약 6억5,000만원에 판매되며 역대 가장 비싼 버킨 백으로 기록됐습니다.

버킨 백을 든 제인 버킨.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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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탐내는 가방을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뒤마가 답을 내놨습니다.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야 해요. 그리고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 돈이 있고 가방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원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긴 과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매장에 가서 약속을 잡고, 판매원을 만나 원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구할 수 없다면 기다려야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결국 이뤄질 거예요.” 결국 기다림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의미입니다.

기자는 뒤마에게 “버킨 백의 희소성이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적인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실 모두가 궁금해하죠. 뒤마는 “에르메스에는 마케팅 부서가 없다”면서 “에르메스의 세심한 생산 과정과 장인 정신에 대한 헌신으로부터 비롯된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건 무엇이든 선반에 올려놓으면, 바로 사라진다(누군가 구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뒤마는 에르메스가 ‘비싸다’는 말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필요한 수준의 주의를 기울여 물건을 제대로 만드는 데 드는 실제 비용이며, 그렇게 만든 양질의 물건을 얻을 수 있다”고 했죠. 버킨 백은 장인 한 명이 며칠, 때로는 몇 주에 걸쳐 수작업으로 제작합니다. 브랜드 시그니처 새들 스티치부터 재료 조달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하죠. 뒤마는 “기계가 아니라 수공예로 만들며, 품질은 타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장인이 에르메스의 가방 하나를 수작업으로 만드는 데는 복잡한 공정에 따른 엄청난 정밀성과 인내심을 요합니다.

이런 절제된 제작 방식으로 제품의 품질은 지킬 수 있었지만, 결국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르메스는 새로운 가죽 작업 시설을 추가하고, 매년 약 400명의 장인을 양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뒤마는 “멀리 가고 싶다면 빨리 갈 수 없다”는 말로 에르메스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결국 원하는 버킨 백이나 에르메스의 다른 가방을 구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수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우연히 탄생한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오렌지 패키지처럼, ‘행복한 우연’이 오길 기다리는 게 최고의 방법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