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 향수에 관하여
향수가 출시되기도 전 인터넷에서 매진이 되는 세상이다.
셀러브리티 향수 얘기다. 그렇다면 당신은 향수를 고를 때 무엇에 반해 선택하는가. 향 그 자체인가, 아니면 향수병에 붙은 이름 때문인가.
가끔 향수 코너를 거닐 때면 브랜드 이름과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고 그냥 향 자체만으로 승부하는 향수를 만나기 위해 눈가리개를 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상표로 정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사는 지역, 우리가 입는 패션은 보다 은근하게 암시된 사회적 표시와 더불어 구석구석 스며든 마케팅의 영향을 받는 제품들이다. 향수는 늘 공격적으로 마케팅이 이뤄졌다. 그러나 요즘엔 조용히 웅얼거리던 수준에서 포효로 바뀌었다. 가끔 향수가 마케팅의 발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반대가 아니라 말이다.
그 주범은 셀러브리티 향수의 새로운 물결이다. 2002년 제이로(J.Lo)의 ‘글로우(Glow)’를 시작으로 셀러브리티 향수는 전통적으로 시장을 지배해오던 패션과 뷰티 향수 브랜드로부터 엄청난 지분을 빼앗아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셀러브리티들은 늘 향수를 팔아왔다. 샤넬 ‘No. 5’는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릴린 먼로와 연관되면서 그 인기는 성층권까지 치솟았다. 샤넬은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No. 5’ 광고에 마릴린의 낡은 영상을 사용하는 등 여전히 그 관계의 화학작용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마릴린이 아직 살아있다고 상상해보라. 그녀는 자신의 향수를 출시했을 것이다. 리한나와 비욘세 같은 오늘 날의 섹시 스타들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현대의 마릴린이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쇼핑 명령을 내리면 그들은 원 디렉션을 사랑하는 10대 초반의 아이들처럼 떼 지어 그 명령을 따랐을 것이다.
향수는 어쨌든 패션 하우스나 셀러브리티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진 않는다. 실제로 그것을 만드는 조향사들은 다른 고객들을 위해 업계 전반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들이다. 당신이 특정 향수 회사에서 만든 명품 향수를 좋아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왜 그 조향사가 가수나 리얼리티 스타를 위해 만든 향수는 좋아하지 않는가? 자신의 레이블을 갖고 있는 프란시스 커정(Francis Kurkdjian) 같은 스타 조향사조차 다른 사람들을 위해 향수를 만든다. “저는 완전히 오픈되어 있어요. 저는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배우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를 위해 일한다고 해서 타협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통적으로 볼 때 보다 젊은 여성들이 향수를 산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나 셀러브리티의 ‘우주’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츠의 연구가 보여주듯 시그니처 향수를 찾는 건 40대 여성들이다. 어쨌든 성인이 된다는 건 레이블과 브랜드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분리해내고 스스로의 마음을 잘 파악하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40대들을 빠르게 따라잡고 싶어 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유명 인사들이 자신들의 팔로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향수 커뮤니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향수를 선택하는 자신감 넘치는 젊고 해박한 소비자 집단을 만들어내고 있다. 뷰티계의 거물 조 페얼리(Joe Fairley)와 전 해로즈 뷰티 바이어였던 로나 맥케이(Lorna McKay)가 만든 퍼퓸 소사이어티(Perfume Society, Perfumesociety.org)에서 당신은 향수 샘플들이 담긴 디스커버리 박스, 행사, 워크숍, 그들의 전용 e-매거진 ‘센티드 레터(The Scented Letter)’ 등을 통해 향수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향수 시장을 개조하고 재활성화시키고 있는 트렌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다. 그 트렌드란? 바로 니치 향수의 부상이다.
니치 향수들은 향수 쇼핑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일종의 맞춤 경험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각 브랜드는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다. 그 고급스러운 성분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태리 레이블인 프로푸미 델 포르테(Profumi del Forte)나 한 가지 성분만으로 만든 향수를 선보이면서 대담하고 미니멀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에센트릭 몰리큘스(Escentric Molecules) 같은 하이 컨셉 브랜드가 그런 예이다. 전위적일지 모르지만 아로마 분자인 이소 이 슈퍼(Iso E Super)로만 구성된 이 회사의 ‘몰리큘 01’은 “단연코 리버티의 베스트셀러입니다”라고 쿠난은 말한다. 이런 브랜드들을 지지하는 리버티는 사람들이 니치 향수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백화점이 되었다. 리버티의 르 라보 코너에서 소비자들은 그 자리에서 제작해 자신만의 레이블을 붙인 성분 중심의 향수들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다. 다른 백화점들도 대담하고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올 초 셀프리지스는 프레이그런스 랩(Fragrance Lab)을 통해 개별화된 경험을 제공했다. 고객들은 자신의 감정, 쇼핑 습관, 좋아하는 색상 등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그곳을 둘러보며 자신에게 와 닿는 물건들을 선택했다.
“당신만의 시그니처 향수는 중독성이 생길 수 있어요. 당신 평생의 사랑이 되는 거죠.” 아지 글래서는 말한다. 그녀는 셀러브리티들로 이뤄진 자신의 작은 비밀 클럽에 대해 얘기했다. 그들은 향수를 론칭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향수를 사기 위해 그녀를 찾아온 유명 인사들이다. 그녀는 헬레나 본햄 카터, 누미 라파스, 조니 뎁을 위해 향수를 만들었다. “조니 뎁은 어떤 것도 바르지 않았고 어떤 향수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신만의 독특한 향수에 푹 빠졌습니다.”
글래서는 “당신이 자신에게 딱 맞는 향수를 발견했다고 생각되면 한동안 그것을 피부에 바르고 생활해보세요”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이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세요. 그것이 당신 마음에 들고, 그들도 마음에 들어 한다면 또 다른 인증이 필요할까요?”
*이 콘텐츠는 2015년 1월호 기사를 재구성하였습니다
- 에디터
- 수잔 어빈(Susan Irvine)
- 포토그래퍼
- JENNY VAN SOM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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