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의 ‘사적인’ 요리책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 이균의 요리책입니다. 제목은 <스모크&피클스>. 그는 돼지, 소, 닭, 채소, 치즈 등의 챕터별로 130가지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어요. 요리도 요리지만, 그의 진솔하고 담백한 글솜씨에 놀랐습니다. 그가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지, 미국에 살던 어린 시절은 어땠고, 버번위스키를 얼마나 사랑하며, 당시 셰프들의 처우는 어땠는지 등이 에세이로 실렸습니다. 글을 읽으면 필자의 성정이 느껴지잖아요, 그는 톱 셰프면서도 푸근하고 편안한 사람인 것 같아요.
에드워드 리 셰프는 어떻게 요리를 하게 됐을까요? 가족과 인생 최초로 멋지게 차려입고 기차까지 타고 찾아간 어느 식당이 출발점입니다. 코스 사이 간격이 너무 길다며 불평하신 아버지와 달리 에드워드 리는 정돈되고 조화로운 식당에 작은 충격을 받아요. 정갈한 커틀러리 세트, 모두 같은 무늬가 그려진 빵 접시, 다시없이 깨끗한 식탁보 등은 집에선 보지 못한 것들이었죠. 그리고 운명적인 레물라드가 테이블에 놓입니다. 이 소스는 마요네즈와 다진 오크라 피클, 달걀, 곱게 다진 샬롯, 마늘, 레몬 제스트, 갖가지 향신료로 만들어요. ‘그간 나는 레물라드도 모르고 마요네즈만 먹은 거야?’ 에드워드 리는 자신이 놓치고 있을 풍미로운 그 세계를 탐구하고 싶어졌습니다. <스모크&피클스>에서도 가장 먼저 소개하는 레시피가 바로 레물라드죠.
그는 열다섯 살이 되던 여름, 뉴욕 5번가 트럼프 타워 5층의 작은 레스토랑 ‘테라스 5’에 테이블 서빙 보조로 처음 일하며 레스토랑 업계에 진출합니다. 첫 출근 하는 날에 나비넥타이를 깜빡 잊어서 매니저가 근처 에르메스 매장에서 실크 나비넥타이를 구입하게 도와줬죠. 당시엔 스타 셰프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주방에서 고집스럽게 완벽한 음식을 만들던 셰프들은 모두 익명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손님이 셰프에게 사인을 받지도 않고 , 셰프가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없었죠. 이제 사람들은 유명 레스토랑이 문을 열면, 그곳 수석 셰프는 어디 출신인지, 누가 오너 셰프인지 궁금해하고, 그것이 성패를 가르기도 하잖아요. 에드워드 리가 처음 일할 때만 해도 전혀 다른 환경이었죠. 하지만 그는 익명이지만 멋진 셰프들에게 영감을 받고 성장해나갑니다.
요리책 소개인데 에드워드 리의 과거사에만 집중했군요. 그만큼 에드워드 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요리도 충분히 시도할 만한 것들이고요. 에드워드 리도 이 점을 얘기했어요. 종업원과 요리사가 둘러앉아 먹는 스태프 밀에는 커리와 살사 베르데, 간장, 타바스코, 마요네즈, 데리야키 소스, 녹인 버터, ‘수탉 소스(스리라차)’ 등을 쓰면서 정작 레스토랑 문을 열면 이들은 거부한 채 한계에 얽매인 요리로 돌아간다고요. 그만큼 책에는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가 등장하고, 조리법도 간단합니다. 당연히 ‘미국적인’ 냄새가 납니다. 이번 주말에 ‘크림드 옥수수 버섯죽’과 ‘바삭바삭 프렌치프라이’를 시도해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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