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 보이는 점프수트
새로운 시즌, 우리 여자들이 더 날씬해 보일 수 있는 건 아찔한 미니스커트나 건축적 하이웨이스트 팬츠가 아니다. 올인원, 오버올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점프수트! 늘 ‘머스트 해브’ 목록에 올랐지만 좀처럼 ‘리얼리티’가 되지 못하던 정비공 수트 대유행.
패션 ‘골든벨’ 문제 하나. ‘꼼비네종’ ‘올인원’ 등 여러 이름으로 지칭된다.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와 리가 원조 격이며, 정비공과 파일럿 유니폼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패션 애호가들의 경우, 이 단어를 떠올릴 때 반사적으로 스텔라 맥카트니의 이름을 거론한다.정답은? 점프수트!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통합된 점프수트가 2016년 새로운 잇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사실 점프수트 하면 대중에겐 ‘멜빵바지’ 정도의 보이시한 이미지가 전부였다. 점프수트가 전성기를 맞은 건 2000년대 후반이지만 유행의 주기와 몇몇 디자이너의 타고난 감각에 따라 여러 차례 수면 위로 떠오르곤 했다. 유행과 상관없이 매 시즌 점프수트를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맥카트니부터 보자. 그녀의 드레스 같은 올인원이나 턱시도 같은 블랙 점프수트는 보수적인 남자들도 동요할 만큼 여성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다. 매기 질렌할과 기네스 팰트로는 레드 카펫 룩으로 맥카트니의 세련된 점프수트를 골라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 적도 있다.
점프수트는 소방관이나 청소부 작업복, 혹은 우주복 등으로 익숙하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점프수트를 무대의상으로 애용한 엘비스 프레슬리 덕분에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전파됐다(2008년엔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대의상인 공작새 장식 점프수트가 어느 경매에서 30만 달러에 팔렸다). 그러더니 70년대부터는 바지통이 넓어지는 등 입기 편한 디자인으로 변형됐다. 80년대엔 글래머와 섹시한 요소를 더해 V넥과 U넥 등으로 다양성을 추구했다. 점프수트를 좀더 파고들다 보면, 1912년 리바이스가 ‘Koveralls’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아동용 데님까지 역추적된다. 그 후 데님 브랜드 ‘리’가 공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아동용 청바지를 어른용 작업복으로 만들었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점프수트는 파일럿을 위한 밀리터리 룩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그런 뒤 기름 때가 덕지덕지 묻은 정비공 수트까지. 말하자면 점프수트는 남자의 또 다른 유니폼이었다.
그런 점프수트가 패션 울타리 안에서 우리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건 스텔라 맥카트니나 니콜라 제스키에르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 덕분이다. 최근 점프수트의 인상적인 장면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루이 비통 <시리즈 3> 전시에서 포착됐다. 뮤지션 씨엘은 정비공 유니폼 같은 루이 비통 점프수트 차림으로 자신의 클레비지를 드러내며 묘한 관능미를 풍겼다. 그 밖에도 정비공 수트를 하이패션으로 환골탈태시킨 브랜드를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이더 아커만의 흑백버전은 물론, 토마스 테이트의 아티스틱 실크 수트, 이자벨 마랑의 톰보이 스타일, 프라발 구룽의 스포티한 동시에 격식을 갖춘 화이트 디자인, 지방시의 루스한 실루엣과 레이스 장식, 알렉산더 왕과 루이 비통의 80년대 느낌 등등. 이 가운데 거의 드레스와 다를 게 없는 록산다와 베스수스 베르사체의 점프수트는 파티 웨어로 그만이다.
그렇다면 점프수트는 상체가 짧고 하체가 긴 서양인들에게나 통할 거라고 생각하나? 지난 서울 패션 위크에서 가장 눈에 띈 아이템도 점프수트였다. 소매가 있거나 없거나, 지퍼로 여미거나 단추로 여미거나, 테일러드풍이거나 유틸리티 느낌이거나. 특히 남성용 테일러드 재킷을 닮은 상의에 팬츠가 그대로 연결된 김서룡은 여자가 입어도 매력적으로 보이며, 푸시버튼의 헐렁한 실크 소재로 실루엣을 강조하거나 럭키슈에뜨처럼 와이드 팬츠 스타일의 올인원은 그야말로 히트 예감. 디자이너들이 이토록 점프수트 디자인에 매료된 이유는 뭘까. 새로운 아이템 제안을 위한 탐구도 한몫하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피디한 스타일링이 선사하는 간편함 때문일 것이다. 여러 옷을 겹쳐 입거나 걸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차려입은 느낌을 주는 건 물론, 뭔가 특별함까지 선사하니 말이다.
점프수트의 동시대적 스타일링이라면? 김재현의 럭키슈에뜨 컬렉션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디자이너 자신이 모델로 손색없는 비율이다). 스트라이프 니트 티셔츠에 통이 넓은 니트 올인원와 버킷 모자를 매치한 오프닝 룩은 혹할 만했다. “하나만으로 손쉽게 멋 낼 수 있는 아이템이 점프수트예요.” 김재현은 데님과 웨스턴 느낌이 가미된 새틴, 톰보이 같은 매력의 오버올뿐 아니라 이브닝 룩으로도 손색없는 블랙 점프수트에 플랫 슈즈와 커다란 여행 가방을 곁들였다. “특히 여행 갈 땐 점프수트를 꼭 챙기세요. 짐 부피를 확 줄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아우터에 따라 다양한 T.P.O 룩도 가능하죠. 그야말로 만능 아이템이 따로 없다니까요.” 그녀의 조언대로 모델 이금영이 입은 블랙 실크 점프수트에 빨간 립스틱과 보석 장식의 통을 더한다면 손쉽게 쿨한 이브닝 룩이 완성된다.
“테일러드 수트 스타일보다는 헐렁한, 그야말로 작업복 느낌이 좋았어요.” 점프수트를 거뜬히 소화할 만한 큰 키의 어느 멋쟁이 스타일리스트는 푸시버튼의 하늘하늘한 실크 수트를 점찍어뒀다. 길고 남성적이지만 하늘거리는 소재 덕분에 여성스러운 실루엣. “요즘 대세인 젠더리스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어요. 여기에 스틸레토 힐을 신고 캡이 없는 브라를 하거나, 혹은 생략! 또 쇠사슬보단 티파니앤코 티 컬렉션처럼 간결한 주얼리를 더하면 끝입니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매장에 걸린 점프수트는 검정 새틴 턱시도처럼 지극히 포멀하거나 작업용 데님처럼 지나치게 캐주얼하다는 게 흠이다. “가능하면 심플하게 입어야 해요. 점프수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쉬우니까요. 과도한 레이어링이 필요 없습니다.” 럭키슈에뜨 디자인팀은 요즘 유행하는 첼시나 디커 부츠로 실용성을 더하라고 조언한다. 점프수트 마니아인 톱 모델 송경아도 슈즈에 신중하라고 귀띔한다. “너무 캐주얼한 운동화나 양말을 잘못 매치하면 자칫 ‘정비공’처럼 보일 수 있어요. 잘빠진 펌프스나 클러치처럼 여성스러운 아이템과 매치해보세요!” 아울러 디자이너 박승건의 조언처럼 벨트로 포인트를 주거나 큼지막한 봄버를 덧입는 것도 멋스럽다. “여자들이 남성복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관능적이면서도 자신감이 넘쳐 보이니까요.” 박승건은 좀더 과감해지길 권한다. “재미를 주세요. 셔츠를 허리에 묶는다거나 수트 소매를 벨트처럼 묶어 연출하면 스타일리시해 보이니까요.” 단, 어떤 점프수트를 입든 화장실에선 기민함이 필수!
- 에디터
- 손은영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INDIGITAL
- 모델
- 배윤영
- 헤어
- 백흥권
- 메이크업
- 강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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