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남자 옷을 모함하나?
지금 남성복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런웨이가 아니라 레드 카펫이다.
슬림 핏 글리터 수트에 폴카 도트 패턴 실크 스카프를 매치한 티모시 샬라메. 단정한 안경을 쓰고, 윤기가 흐르는 실크 셔츠의 버튼을 풀어 헤친 룩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앤드류 가필드. 윈도페인 체크 패턴 수트를 입은 에디 레드메인, 화려한 프린지 디테일 보타이를 착용한 콜맨 도밍고. 고루하고 지루한 검정 턱시도의 종말이 시작된 걸까?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남자 셀럽들의 스타일은 위트로 가득했다.
셀럽 의상 전략은 새로울 게 전혀 없다. 브랜드는 기회를 포착했고, 스타일리스트와 브랜드 ‘홍보대사’ 관계가 공식화된 지 10년이 지났다. 이는 소비자 앞에 컬렉션을 진열하는 다소 부담이 적은 방법이며, 입문자용 아이템을 판매하는 핵심 마케팅 수단이다(시대를 상징하는 매력적인 여배우, 그러니까 잇 여배우가 입은 수천 달러의 꾸뛰르 드레스는 더 저렴한 가격대의 립스틱이나 향수 판매를 돕는다).
그러나 이것은 남성복 부문에서는 간단하고 뻔한 방식으로 정착했다. 유명한 배우 A가 B 브랜드의 멋진 클래식 수트를 입고, 종종 C 브랜드의 시계를 매치하는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프라다(해리스 딕킨슨, 세바스찬 스탠, 아담 브로디가 착용했다), 로에베(에요 어데비리는 2025 S/S 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구찌(폴 메스칼과 가필드가 착용했다), 발렌티노(도밍고가 착용했다) 같은 브랜드가 그 뻔한 방식을 새롭게 활용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고, 이는 결국 패션 위크 차원에서 브랜드가 남성복 표현 방식을 바꾸도록 돕고 있다.
브랜드와 셀럽 모두가 ‘Thirst Trap(시선을 끌기 위해 SNS에 올리는 성적 매력을 발산한 사진이나 글)’이 눈요기를 넘어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2024년 가장 뜨거웠던 인터넷 트렌드는 이른바 ‘랜선 남자 친구’였다(온라인에 늘 접속하지 않는 초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화면 속 카리스마’와 ‘핫한 외모와 스타일’ 덕분에 추천 페이지와 뉴스 피드의 주인공이 되는 매력적인 셀럽을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 그 대표 주자로 쿠퍼 코치, 딕킨슨, 가필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남자 배우들과 그들의 매력적인 모습에 기대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남성들이 패션에 큰 도움을 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돌체앤가바나의 실키 셔츠를 입은 드웨인 존슨이나 반짝이는 아미리를 입은 제프 골드브럼처럼 말이다. <뉴욕> 매거진 표지에서 셔츠를 걸치지 않은 채 포즈를 취한 애드리언 브로디를 보라.
결과적으로, 브랜드에서 매력적인 자극을 활용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이달의 ‘잇 보이’가 옷을 입는 것은 사람들 눈에 띌 수 있는 쉬운 방법에 속한다. 런웨이에 서는 것보다 더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런웨이는 입소문이 나지 않는 한, 패션계와 내부 관련자들 사이에서 포석을 까는 역할부터 하게 된다. 다가오는 F/W 시즌 남성복은 최근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펜디, 구찌, JW 앤더슨, 로에베, 톰 포드, 지방시, 발렌티노 모두 패션 위크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모두 레드 카펫의 핵심 브랜드로서 그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역설적인 일이다. 남성 패션계가 얼어붙은 반면, 브랜드는 레드 카펫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어필한다. 하지만 오히려 셀럽의 스타일 방식은 남자 패션을 둘러싼 현재 전략의 맥락화를 도우며, ‘우리가 남성복 런웨이에 흥미를 잃었나?’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매혹적인 컨셉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몇 가지 전후 사정을 살펴보자. 지난해 말 킴 존스가 떠난 후, 펜디는 현재 여성복과 꾸뛰르 수석 디자이너의 부재로, 남성복 시즌을 건너뛰고 있다. 올해 10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피엘파올로 피촐리와 계약했다는 소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펜디는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의 지휘 아래 3월에 열릴 대규모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 남성복 시즌을 건너뛰고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발렌티노는 피촐리 체제하에 일정에 맞춰 남성복을 꾸준히 선보였다. 하지만 이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여성복 컬렉션 출시 시즌에 ‘남성과 여성’에 동시에 적합한 전략을 다시 펼치고 있다. 이는 그가 예전에 구찌에서 접목한 접근법과 상통하는 것이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구찌 남성복을 밀라노 남성 패션 위크에 맞춰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레디 투 웨어 기간 동안 남녀 모두를 위한 컬렉션을 발표할 것이다. 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와 JW 앤더슨 두 브랜드의 남성복 시즌에 불참했고, 이는 그가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에서 10주년을 맞으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에 힘을 실어준다. 사라 버튼은 3월에 지방시의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며, 맥퀸은 시즌 룩북 출시 때문에 남성복 패션쇼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톰 포드는 오랫동안 남성복 패션쇼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하이더 아커만도 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3월에 첫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제, 아커만이 ‘베스트 프렌드’이자 셀럽인 샬라메의 골든글로브 의상을 준비하면서, 톰 포드에서의 첫 룩을 세상에 선보였던 것을 생각해보자. 사실, 2025년 시상식 시즌의 공식 킥오프인 이날 저녁, 가장 화제가 된 룩 중 일부는 남성복 컬렉션 쇼를 건너뛴 브랜드의 작품이었다. 가필드는 제시 플레먼스와 커스틴 던스트 의상을 책임졌던 데 사르노의 구찌 노떼 룩(Notte Look)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드메인과 도밍고는 발렌티노 의상을 입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 애드리언 브로디는 전형적인 수트 스타일 톰 브라운을 착용했지만, XXL 브로치를 매치해 틀에 박힌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앤드류 스캇의 단색 비비안 웨스트우드 앙상블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클래식 블랙 수트를 입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유일한 셀럽은 <괴물: 메넨데즈 형제 이야기>에 출연한 배우이자 ‘랜선 남친’으로 명성이 자자한 쿠퍼 코치였다. 그는 아르마니 수트를 입었지만, 파트너의 손을 꼭 잡고 시상식에 참석하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동성애자들이 늘 가장 화려한 옷을 입는다고 가정하며 글을 쓰는 것이 살짝 지겹지만, 그렇다고 화려한 옷을 포기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특히 목소리가 ‘너무 동성애자’ 같아서 배역 맡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노라 털어놓은 배우에게는 더 그렇다.
남성을 둘러싼 문화는 분명 변화하고 있고, 그에 발맞춰 남성복 역시 변모하고 있다. 요즘에는 대놓고 남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내가 이 기사에서 감히 인용하지 못한 매력적인 남성에 대한 틱톡 댓글 섹션을 확인해보라) 용납될 뿐 아니라, 제대로 갖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니콜 키드먼과 함께 출연하는 <베이비걸> 홍보를 위해 제작사 A24에서 진행한 ‘우유 맛 테스트’를 하는 딕킨슨을 참조하시길). 럭셔리 브랜드가 럭셔리 산업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시기에, 덜 요란한 남성복 패션쇼를 더 화려한 ‘남성과 여성’을 위한 쇼로 전환하고 인터넷이 마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셀럽에게 의존하는 방법이 더 합리적인 것이다.
끝으로, 오늘날은 누구나 평론가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모든 레드 카펫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부터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전문 패션 평가단(조안 리버스(Joan Rivers)를 기억하시는지) 콘텐츠를 양산한다. 물론 이런 수요는 패션 하우스 내부에서도 나온다. 나는 이런 콘텐츠가 온라인에서 얼마나 잘 먹히는지 직접 입증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언급되고 싶어 하는지도 증명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본다. 그래서 남자들과 패션 비즈니스 모두 이런 경향을 따른다. 이것이 2025년 남성복 혁명의 시작일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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