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전 세계 여성이 열광한 컬렉션의 귀환

2025.01.24

전 세계 여성이 열광한 컬렉션의 귀환

20년 전, 루이 비통의 파리 패션쇼가 알록달록한 ‘멀티컬러 모노그램’으로 물들었을 때의 열광적인 반응을 기억하는가? <보그> 패션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는 당시 받은 충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마크 제이콥스의 이번 루이 비통 컬렉션은 너무 ‘가와이해서(귀여워서)’ 전 세계 여성을 완전히 미치게 만들었다.” 20년 만에 돌아온 루이 비통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리에디션 컬렉션에 출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이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 잔뜩 무르익은 설렘과 기대감에 편승해 나 또한 10년 만에 여권 케이스를 바꾸기 위해 루이 비통 서울 도산 스토어를 기웃거렸지만 “이미 전부 솔드 아웃”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결국 홍콩 직구를 통해 어렵게 손에 넣었다). 밀라노의 트램부터 하라주쿠 캣 스트리트까지 루이 비통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리에디션 컬렉션을 앞세운 전 세계 팝업 스토어에서도 엇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루이 비통과 무라카미의 오랜 유대 관계와 예술적 비전, 장인 정신과 신기술을 쏟아부은 테마파크에 열광하는 최신 세대를 바라보며 무라카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 않았을까? 지난봄 아트 바젤 홍콩 기간에 직접 마주한 그는 누구보다 죽음과 파산을 두려워하는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물론 무라카미에게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운 적은 거의 없다. 2003년 성사된 무라카미와 루이 비통의 첫 번째 협업이 여전히 패션 브랜드와 예술가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로 회자되는 것처럼. 이번 리에디션 컬렉션에서도 왕성한 창작열과 비즈니스 감각을 여과 없이 발휘한 무라카미는 시티 백, 트렁크, 스니커즈, 스케이트보드, 아트라프 레브 향수병 등 무려 200점이 넘는 아이코닉한 작품을 부활시켰다. 20년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상징적인 ‘멀티컬러 모노그램’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슈퍼플랫 판다’와 ‘체리 블로섬’ 패턴이 한층 생생하게 각인된 작품은 세 번의 챕터에 걸쳐 상반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그러나 안주할 틈도 없이, 무라카미 다카시는 벌써 다음을 향해 전진 중이다. 뉴욕? 일본? 홍콩? 안부를 물을 때마다 거주지가 달라지던 그가 이메일을 통해 <보그>가 건넨 딱 5개 질문에 답해왔다.

루이 비통×무라카미 다카시 라인이 20년 만에 부활했다. 루이 비통에서 제안한 리에디션의 필요성에 곧바로 공감했나? 이번 컬렉션의 의미는?

2023년 10월쯤 교토 시립 교세라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앞두고 루이 비통 CEO 피에트로 베카리에게 의견을 물은 적 있다. 미술관 연못에 세울 10m짜리 청동 조각품 ‘Flower Parent and Child’(2020)를 거대한 루이 비통 멀티컬러 트렁크 위에 설치하는 프로젝트의 후원을 부탁했는데 피에트로가 흔쾌히 승낙했다. 다행히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그 후 피에트로가 20년 만의 협업을 제안했다.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처음 예상한 것보다 협업이 대규모 캠페인으로 발전하는 바람에 부담을 느낀 순간도 있었지만, 대체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피에트로와의 우정은 정말 큰 의미가 있으며, 그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깊이 존경한다.

기술의 발달로 20년 전에 비해 더욱 화려한 색상과 패턴을 디자인할 수 있었다. 작업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접근하고, 새롭게 고심한 지점은?

지난 10월 루이 비통 본사를 방문했을 때, 놀랍게도 이미 대부분의 작업이 완성 단계였다. 나는 데이터상에서 눈에 띈 크고 작은 문제를 점검했고, 내 스튜디오(무라카미 다카시의 디자인 회사인 카이카이 키키)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2월쯤 캠페인 비주얼과 애니메이션 초안 작업이 나왔고, 그러는 중에도 수정 및 보완 작업은 밤낮으로 계속됐다. 20년 전에는 내 스튜디오가 이 정도로 협업에 깊이, 중추적으로 관여할 만한 역량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루이 비통 CEO 피에트로 베카리와의 오랜 우정과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의 호의적인 관계 등 좋은 인연이 프로젝트에 추진력이 더했을 거라 짐작한다. 삶에서 인연을 믿나?

물론이다. 언제나 사람 사이의 인연이 핵심 역할을 한다. 돌이켜보면 20년 전에도 그랬다. 당시 루이 비통 재팬 회장 하타 교지로와 루이 비통 CEO 이브 카르셀이 없었다면 목표를 현실화하기까지 더 많은 난관을 만났을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예술가로 활약하며 세상에 어떤 세계관, 믿음, 문화 등을 전파해왔다고 느끼나?

예술은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스물아홉 살에 예술가가 된 후로 줄곧 내가 쌓아 올린 예술적 유산이 사후에 어떻게 평가될지 고민하며 살아왔다. 2월이면 63세가 된다. 이제 정말 사후 세계가 코앞에 놓여 있다고 느끼기에 작업에 대한 열의가 점점 더 강렬해진다. 덩달아 시간에 대한 압박도 전보다 크게 느끼고 있다.

2025년을 겨냥한 프로젝트 중 지금 가장 신경을 많이 쏟는 것은?

12부작 애니메이션 <Six Hearts Princess>가 마침내 완성되기 직전이라 너무너무 설렌다. 무려 14년 동안 이어온 작업이다. 하루빨리 작업을 마무리 지어서 전 세계에 선보이고 싶다. (VK)

    피처 에디터
    류가영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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