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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QUINN 런던의 중견 디자이너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리차드 퀸. 검정 와이드 벨트를 스타일링한 순백색 깃털 코트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함께 어울린 메시 부츠는 지안비토 로시(Gianvitto Ro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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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QUEEN 션 맥기르의 맥퀸은 좀 더 젊고 모던하다. 맥퀸의 포멀하지만 아방가르드한 요소가 내재된 네이비 컬러 수트. 물결처럼 움직이는 빳빳하고 넓은 칼라가 특징이다. 귀고리는 안드로니코(Ahndro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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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ERNI 코페르니의 아방가르드한 부츠컷 데님 팬츠. 볼드한 주얼리를 더하니 더욱 에지가 넘친다. 실버 뱅글은 안드로니코(Ahndronico), 반지는 젬앤페블스(Jem&Pe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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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SERRE 20년 전 빅터앤롤프가 이불과 베개를 패션으로 승화시켰듯 마린 세르는 레이스 프릴이 달린 퀼팅 이불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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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E ROCHA 가족, 결혼식, 장례식 등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다양한 순간을 여성스러운 시각으로 완성해온 시몬 로샤. 이번엔 발레리나다. 대형 빌딩 보일러실에서 포즈를 취하니 이질적이면서도 아름답다. 퍼프 소매 점퍼와 샤 스커트, 크리스털 장식 니삭스와 슈즈는 시몬 로샤, 리본 장식 귀고리는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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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IS REED 동화 같은 드라마틱한 실루엣이 특징인 해리스 리드의 거대하게 부풀린 동그란 칼라 장식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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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YA WATANABE 메탈릭한 그레이 컬러의 비대칭 드레스와 구두는 준야 와타나베, 크리스털 장식 안경은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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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트위드 소재로 완성한 심플한 드레스에 매치한 플랫폼 샌들과 부채 모양 가방이 재밌다. 실버 뱅글은 안드로니코(Ahndro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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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ENCIAGA 란제리가 유행의 최전방으로 돌아왔다. 올봄 누구보다 먼저 란제리 유행을 주도한 뎀나. 코르셋과 보디수트, 스타킹까지 이보다 더 섹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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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UN.J 한국 디자이너 정욱준의 날렵하고 매니시한 감성이 느껴지는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과 시스루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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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넓은 세일러 칼라를 장식한 트위드 수트. 투톤 슈즈를 변형한 블랙 앤 화이트 펌프스까지, 샤넬의 클래식한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트위드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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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OVIC DE SAINT SERNIN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몸짓을 위한 루도빅 드 생 세르냉의 깃털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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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GLER 과감하고 파워풀한 디자인으로 1970~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프랑스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가 창립한 패션 하우스. 디자이너 케이시 캐드월라더(Casey Cadwallader)는 티에리 뮈글러의 아이덴티티를 충실히 이어가는 중이다. 메시 소재로 완성한 파워풀한 재킷과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뾰족한 플랫폼 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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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W 독특한 형태의 밀짚모자와 함께 세련된 수트 스타일을 선보인 더 로우. 최첨단 테크닉과 어울려 이질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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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LAURENT 포멀한 남성용 수트에서 영감을 받은 수트. 화이트 셔츠에 더블 버튼 팬츠 수트, 타이까지 매치하니 카리스마가 넘친다. 선글라스는 끌로에(Chlo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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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CE&GABBANA 마돈나에게 받은 영감으로 가득했던 봄/여름 컬렉션. 듀오 디자이너가 가장 자신 있게 디자인한 코르셋 드레스가 예술적인 뉘앙스를 전한다. 목걸이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반지는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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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NDI 실크 가운, 저지 니트, 시스루 등 라운지 웨어를 섹시하게 변형한 펜디의 봄 컬렉션. 의상과 슬링백, 왼쪽 모델의 귀고리는 펜디,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펜던트 목걸이와 오른쪽 모델의 귀고리는 끌로에(Chloé), 뱅글과 반지는 젬앤페블스(Jem&Pe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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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ANNE 메탈릭한 컬러와 소재는 라반의 정체성과 같다. 미래지향적 컨셉을 여성미와 모던함으로 표현한 라반의 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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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1960년대 헤리티지를 재해석한 구찌의 봄/여름 쇼. 챙 넓은 모자와 어울린 화이트 의상은 아름다운 휴양지 룩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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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DEM 고전적인 여성미에서 영감을 얻는 에르뎀. 반짝이는 크리스털 자수를 수놓은 드레스는 여전히 귀족적이고 여성스럽다. 메시 펌프스는 펜디(Fendi), 귀고리는 1064 스튜디오(1064 Studio), 꼬임 뱅글은 젬앤페블스(Jem&Peb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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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O PIANA 작은 꽃잎이 떠오르는 아이보리색 실크 원피스와 버킷 햇이 여성스럽다. 펜던트 목걸이는 샤넬(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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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ÏA 살갗이 비치는 시스루 니트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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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RAGAMO 페라가모의 발레리나들이 모던한 짐에 나타났다. 다양한 텍스처의 니트와 저지 소재로 완성한 가볍고 활동적인 시티 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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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CHINO 어깨를 드러낸 도트 문양 실크 드레스는 섹시한 매력이 특징이다. 검정 펌프스는 지미 추(Jimmy Choo), 체인 목걸이는 현케이(Hyeo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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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AN LANTINK 독특한 텍스처와 실루엣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듀란 랜팅크. 어깨를 높이고 부풀린 실루엣의 날렵한 드레스가 또 한 번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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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TTICO 클럽과 스포츠를 세련되게 요리하는 아티코. 짐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오버사이즈 점퍼를 깃털 장식의 섹시한 드레스와 매치했다. 선글라스는 오클리(Oakley by Luxott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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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A HEARST 재고 원단을 활용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는 등 환경친화적 니트웨어가 시그니처인 가브리엘라 허스트. 데님과 어울린 니트 코트와 원피스가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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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DA 온라인 세상의 알고리즘에 지배되는 현실을 표현했던 봄/여름 프라다 런웨이에는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아카이브와 라프 시몬스의 시그니처가 다양하게 등장했다. 구멍 난 미래적인 A라인 풀 스커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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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MIU 두산타워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 모던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그래픽 프린트의 코트가 어울렸다. 1970년대 빈티지 프린트가 연상되는 코트, 벨트와 프라다(Prada)의 미래적인 PVC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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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LAURENT 카리스마 넘치는 팬츠 수트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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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RRÈGES 미니멀리즘과 모던함을 담아낸 정갈한 실루엣의 화이트 드레스. 진주 장식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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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É 커피 로봇과 만난 1970년대 히피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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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KH 한국 디자이너 황록의 섬세하고 날렵한 테일러링, 창밖으로 도시의 빽빽한 빌딩 숲이 보인다.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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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NE STUDIOS 하트 실루엣이 위트 있는 검정 드레스가 사무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목걸이와 팔찌는 디올(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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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EWE 포멀한 테일러드 재킷과 스커트, 루스한 실루엣의 팬츠가 어울려 시크한 멋을 뽐낸다. 왼쪽 모델의 귀고리는 1064 스튜디오(1064 Studio), 오른쪽 모델의 귀고리는 안드로니코(Ahndro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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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TEGA VENETA 체크 셔츠를 모던하게 변형한 니트 울 소재 재킷과 코튼 톱. 세련된 시티 웨어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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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É 풍요롭게 넘실대던 1970년대 히피 무드로 가득한 끌로에. 플라워 프린트의 시스루 실크 드레스와 볼드한 금빛 주얼리가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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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QUERA 앨라배마 출신 스타일리스트인 패트릭 디카프리오와 인디애나 출신 빈티지 애호가인 브린 토벤시가 만든 바퀘라. 금색 체인을 크게 프린트하고 기다란 테일을 장식한 독특한 모양의 드레스는 요즘 유행하는 자유분방한 실루엣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검정 하이힐은 지미 추(Jimmy Choo).
런웨이 트렌드의 탄생은 일종의 도시 전설과 같다. 그렇다면 유행은 어떻게 시작되나? 디자이너들은 비슷한 룩을 디자인하기 위해 서로 의논할까? 아니면 패션 에디터들이 디자인에 대해 몰래 속삭일까?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2025 봄/여름 컬렉션에 대해 열띤 리뷰를 썼다. 그때 기능적인 아우터웨어와 드레시한 의상을 매치한 디자이너들의 스타일링이 트렌드로 부상한 것을 발견했다. 버버리의 시퀸 프린지 드레스와 아노락, 프라다의 윈드브레이커와 스팽글 드레스, 아티코의 클럽용 톱과 카고 팬츠 등등. 더 많은 포스팅을 업로드할수록 똑같은 질문이 담긴 DM도 점점 더 많아졌다. 유난히 애타게 느껴지는 DM을 인용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죠? 디자이너들이 서로 의논해서 비슷한 룩을 디자인하는 건가요, 아니면 패션 에디터들이 그들에게 뭘 만들어야 할지 알려주는 건가요?” 명확한 과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트렌드는 한층 더 음모론처럼 느껴질 수 있다. 뒷거래나 디자이너들에게 아이디어를 주입하는 ‘권력자 집단’의 속삭임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제발, 트렌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말해줄 사람? 이를 밝히기 위해 우리는 주요 인물인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예측 전문가, 바이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나의 컬렉션이 탄생하기에 앞서 시대정신이 존재한다. 디자이너들은 문화, 음악, 영화, 정치 등에서 단서를 포착하고 모두가 그렇듯 그것에 대해 숙고하며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 고민한다. 또한 비즈니스 일정도 있다. 무엇이 팔리고, 무엇은 팔리지 않으며, 무엇이 가능성이 있을지 등이다. 패션은 상당 부분 감성과 관련되지만 예술적 측면은 늘 사업적인 면과 함께 간다. 상품 기획, 사업 분석, 소비자 개요 같은 데이터를 통해 디자이너와 에디터, 바이어는 인구통계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뭘 우선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한 가지는 삼세번 법칙이다. “우리는 세 번 이상 보면 트렌드로 여깁니다”라고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최고 상품 기획 책임자 유미 신(Yumi Shin)은 설명했다. “한 아이디어를 최소 세 번 이상 보게 되면 우리의 트렌드 예측에 포함시킵니다. 주요 트렌드든 마이크로 트렌드든, 런웨이에서 봤든 길거리에서 봤든 상관없이 말이죠.” 하지만 트렌드로 정의되거나 받아들여지기 전에 WGSN, 페클레 파리(Peclers Paris), 맥킨지앤컴퍼니 같은 트렌드 예측 기관에 의해 예측된다. “WGSN은 양적, 질적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AI 데이터 모델을 활용하지만 상품 전문가로 구성된 내부 크리에이티브 예측 팀이 그 데이터를 맥락화하고 올바른 방향인지 확인하죠.” WGSN의 패션 담당 부사장 프란체스카 머스턴(Francesca Muston)은 설명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맥락화’다. 머스턴은 WGSN의 예측 방법론이 사회와 기술, 환경, 정치, 산업과 창의적 문화를 고려하는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렇게 다각도로 패션을 바라보면 단순한 반복이나 우연을 넘어 실제로 무엇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지 제대로 검토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예측은 브랜드가 미리 제품을 상품화하고 디자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패션이 그렇듯 모든 트렌드는 동일한 방식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동등한 영향력이나 지속성을 갖는 것도 아니다. “트렌드의 속도는 각기 다릅니다. 어떤 트렌드는 바이럴에 따라 갑작스럽게 치솟았다가 곧장 사그라들죠”라고 머스턴은 말한다. “애슬레저처럼 천천히 꾸준하게, 몇 년간 지속되는 트렌드도 있습니다.”
콰이어트 럭셔리나 Y2K, 보헤미안 시크의 귀환을 돌아보자. 카멜 코트, 베이비 티셔츠, 실크 블라우스는 오랫동안 시장에 존재했지만 안목이 뛰어난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들이 그 아이템을 새롭게 재해석함으로써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런웨이에서 컬렉션의 스타일링 방식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유미는 설명한다.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는 스타일리스트도 역할을 하죠.” 이번 시즌 아웃도어 글래머 트렌드를 떠올려보라. 의상에 내재된 디자인 요소보다 스타일링 방식이 주효한다. 이런 스타일링 트렌드는 소비자가 참여하기 쉽다. 고가의 의상을 구매하지 않아도 집에서 따라 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비교적 빠르게 확산된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패션 산업 전반에서 매우 유사한 것들을 보고 있다는 일종의 진공상태에 존재한다는 거죠.” 스타일리스트 카를로스 나자리오(Carlos Nazario)가 말한다. 그는 마이클 코어스와 마르니 런웨이 컬렉션, 킴 카다시안과 로잘리아 같은 셀럽을 스타일링하고 <보그> 커버도 몇 차례 스타일링한 적 있다. 그는 지난 시즌 모두가 라이언 머피의 새 드라마 <퓨드: 카포티 vs 더 스완스>를 보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윌리 차바리아부터 프란체스코 리소, 마이클 코어스에 이르기까지 저와 작업하는 모든 디자이너가 그 드라마와 더 우아한 자기표현 방식, 등장인물이 요즘 입을 법한 옷에 대해 얘기했어요.” 실제로 2024 가을/겨울 컬렉션 쇼 직전에 내가 차바리아에게 질문했을 때도 그는 그 드라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 디자이너 모두 지난 시즌보다 더 드레시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런 현상은 패션에서 새롭거나 인터넷 시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나자리오는 칼 라거펠트가 2008 봄/여름 샤넬 컬렉션에서 모델들의 발목에 조그만 퀼팅 파우치를 달던 때를 떠올린다. “당시 린제이 로한 같은 셀럽들이 발목에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퍼진 그 사진을 본 칼이 런웨이에 적용했죠.” 그는 1990년대 힙합 문화가 패션에 끼친 영향을 강조하며 라거펠트와 타미 힐피거 등 여러 디자이너가 힙합 미학을 런웨이에 변주한 것을 언급했다. 하지만 나자리오에게는 모든 게 거리에서 시작된다. “디자이너들은 대중이 입고 싶어 하는 방식에 반응해요.” 그는 로타 볼코바가 프라다 여사와 함께 한 미우미우 스타일링 등 최근 공감을 불러일으킨 패션의 순간에 대해 말했다. “로타는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인터넷을 탐색하며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등 나만큼 꽉 찬 삶을 살죠.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오프라인 행사가 다시 열리고, 그에 맞는 옷차림도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요즘 셀러브리티가 레드 카펫에 설 기회가 더 많아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나자리오가 말을 이었다. “최근 6개월에서 1년 동안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는 요즘 자신의 ‘여사친’들도 대부분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밤에 외출할 때 입을 ‘드레스만 사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그 위에 캐주얼한 재킷을 걸칩니다. 그것이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여자들이 옷을 입는 방식이에요. 우리가 보면 디자이너들도 보게 되고, 시크하다고 여긴다면 스타일리스트와 의논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트렌드로 주목받게 된다. 이번 시즌 프라다 컬렉션 의상이 단일한 컨셉에 따르기보다 제각기 현실적이고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제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의 명제를 수행합니다.”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는 백스테이지에서 <보그 런웨이>의 니콜 펠프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리보다 더 인간적인 곳이 있을까?
더 높은 수준의 아이디어를 일상적인 형태로 번역해 트렌드가 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는 곳 또한 거리다. 찰리 XCX의 ‘브랫(Brat)’ 스타일과 그녀가 트로이 시반과 함께한 북미 ‘스웨트 투어’를 떠올려보라. 2025 봄/여름 컬렉션 중 사바토 데 사르노의 구찌 남성 컬렉션이나 줄리아노 칼차의 GCDS는 ‘브랫 그린’ 컬러를 활용했다. 나는 <보그> 촬영을 위해 찰리 XCX와 트로이 시반을 스타일링한 크리스 호란(Chris Horan), 마르크 포르네(Marc Forné)와 대화를 나눴다. “찰리의 스타일이 최근 패션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합니다”라고 포르네가 말했다. “아이디어 착안에 디자이너들의 공을 가로채려는 건 아니지만”이라고 호란은 덧붙인다. “브랫 룩이 친근하고 지나치게 아방가르드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틱톡에 업로드하거나 외출할 때, 공연장에서 그 스타일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어요. 이는 느낌을 전달하며, 대중이 콰이어트 럭셔리에서 벗어나는 시점이라는 것도 작용했고요.”
“특정 브랜드에 룩을 요청하기 위해 무드보드를 보내고 나면, 그들의 새 컬렉션에 우리가 주문한 투어 의상이 포함된 걸 알게 됩니다.” 호란은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브랜드에 뭔가를 요청할 때는 그들의 과거 컬렉션을 참고하기 때문에, 곧 과거에 존재한 것에서 동시대적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을 소환하는 과정이죠.” 스웨트 투어 같은 대중문화 이벤트가 바이럴을 일으키는 수준은 이런 순간이 런웨이 안팎에서 어떻게 트렌드로 만들어지는가와 많은 관련이 있다. 나자리오는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이 우리의 대화를 지배하는 방식 때문에, 우리가 나누던 과거의 가벼운 잡담은 틱톡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진화되고 소셜 미디어에서 본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됐습니다.”
나자리오는 런웨이를 예로 들었다. 조나단 앤더슨과 스타일리스트 벤자민 브루노는 2024 가을/겨울 로에베 남성복 쇼에서 트랙 팬츠 밑단을 스포츠 양말 안으로 집어넣는 스타일을 제시했다. “이스트 런던의 젊은이들은 실제로 그렇게 입죠. 아마 조나단이 출근할 때 길거리에서 봤을 거예요. 쿨하다고 여겨서 스타일링에 포함시켰겠죠”라고 그가 설명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런웨이에서 본 팬츠와 양말, 신발을 전부 그 스타일링에 맞게 디자인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스타일링을 디자인에 포함함으로써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겁니다.” “분명히 인터넷을 찾아보고 인기 있는 틱톡커들이 전부 그렇게 입은 걸 봤을 거예요.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소셜 미디어에 잘 기록되고 나면 런웨이에서 재해석되는 순환 구조죠.” 나자리오가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쇼의 세트처럼 활용된(배우 마누 리오스와 틱톡커 비니 해커 등) 여러 ‘인터넷 남친’ 덕분에 로에베 쇼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는 것이다. 백스테이지에서 앤더슨은 ‘남성성의 알고리즘’을 언급하며 인스타그램과 온리팬스(OnlyFans)를 예로 들었다. “모든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미디어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는 <보그 런웨이>의 사라 무어에게 말했다.
틱톡에서 유행하는 마이크로 트렌드에 대한 기사가 끝없이 이어짐에도(대부분 내가 썼지만) 런웨이 트렌드가 언제나 온라인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소셜 미디어는 트렌드를 포장하고 입소문 내는 데 뛰어나지만, 트렌드는 이미 그 전에 존재합니다.” 머스턴이 말했다. 나자리오가 온라인에서 영감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했다면, 머스턴은 트렌드 주기의 다른 끝, 즉 소셜 미디어가 컬렉션을 ‘몹 와이프’나 ‘발레코어’ 같은 특정 미학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대해 얘기했다. “인플루언서에게 도달하기 전에 이미 상품은 예측되고 디자인되고 생산되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의견이다. 머스턴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의 순간을 설명하며 여러 패션 브랜드가 최근 “소셜 미디어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상품화하려고 서둘다가 재단과 품질을 타협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쉬인이나 자라처럼 대량생산 능력이 없다면 바이럴 트렌드는 상품이 매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끝난다는 것. 이는 인터넷 현상의 비생산적인 결과다. “브랜드 관계자는 맞는 트렌드를 선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과감히 포기할 트렌드도 알아차리고, 재미는 있더라도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이 낮은 트렌드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합니다.” 여기서 그녀가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일부 트렌드는 인터넷 바이럴이나 디자이너의 런웨이 혹은 영화나 TV 쇼처럼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트렌드를 따라 쇼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패션 트렌드, 정확히 런웨이 트렌드는 백스테이지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결과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인 우연도 아니다. 대부분은 편집적 관점 혹은 판매 중심의 관점에 의해 형성된다. 몇 달 전, 내가 속한 <보그 런웨이> 팀은 이번 시즌 트렌드 리포트를 발행했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일부는 반복과 관계가 있었다. 기성복 분석을 맡은 동료 레어드 보렐리 퍼슨은 그 기사가 우리가 매년 다루는 400개 이상의 컬렉션을 연구한 결과라고 밝혔다. 무엇이 많이 보이고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건 무엇인가? 다음 시즌 패션은 어떤 모습이며 우리가 본 것 중 새롭고 방향을 제
시하거나 시의적절하게 느껴지는 건 무엇인가?
패션계의 어떤 이에게 물어보더라도 패션, 즉 트렌드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한 가지는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10년이나 15년 주기로 우리는 같은 아이디어가 부활하는 것을 본다. 보헤미안 시크가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 홀스턴과 끌로에의 라거펠트에 의해 런웨이 트렌드로 시작된 이 스타일은 2000년대 시에나 밀러와 함께 거리에서 되살아났고, 피비 파일로에 의해 런웨이에 부활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끌로에에서, 이번엔 셰미나 카말리에 의해 다시 등장했다. 이런 아이템은 이미 시장과 거리에 존재해왔지만, 몇 년을 주기로 디자이너나 스타일 아이콘 혹은 스타일리스트의 독특하고 신선한 관점에 의해 새 생명을 얻는다.
모두가 동의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패션은 타이밍이라는것. 타이밍! 지하에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양지에서 빛을 받는 시기가 온다는 것을 뜻한다. “비전을 제시하는 모든 디자이너에게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따라갈 25명의 추종자가 있을 겁니다”라고 나자리오가 말했다. “이들이 바로 트렌드를 강조하고 동력을 제공하며, 그들이 따르고 있기에 그 트렌드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만들죠.” 그러고 나면 판매 전략과 마케팅, 틱톡 바이럴이 뒤따른다. 그렇게 트렌드의 주기는 다시 시작된다. (VK)
- 포토그래퍼
- 목정욱
- 패션 디렉터
- 손은영
- 글
- 호세 크리알레스 운수에타(José Criales-Unzueta)
- 모델
- 김도현, 선윤미, 우성아, 이서연, 조안 박
- 헤어
- 최은영
- 메이크업
- 최시노
- 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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